아이아스
아이아스: 그래, 모든 준비가 끝났어. 제우스 신이시여,
이런 상황에서 당신을 가장 먼저 부릅니다.
절 도와 달라고 말입니다.
큰 부탁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제발 저를 위해 테우크로스에게
불길한 소식을 전할 전령을 보내 주세요.
그래서 테우크로스가, 갓 흘린 피로
범벅이 된 이 칼 위에 쓰러진 절 발견하고
가장 먼저 절 들어 올릴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적들 중 누군가가 먼저 내 시체를 발견하고
개들과 새들에게
먹잇감으로 던지지 않도록 말입니다.
제우스 신이여, 이것이
제가 당신께 드리는 호소입니다.
≪아이아스≫, 소포클레스 지음, 김종환 옮김, 74∼75쪽
아이아스가 누구인가?
트로이전쟁 당시 그리스군 전체에서 아킬레우스 다음가는 영웅이었다.
그의 대사는 무엇을 뜻하는가?
죽음으로 치욕을 씻겠다는 것이다. 적장 헥토르가 선물한 칼에 몸을 던진다.
어떤 치욕이었나?
아킬레우스의 무구를 놓고 오디세우스와 경쟁한다. 졌지만 승복하지 않고 오히려 아군을 공격한다.
그리스의 영웅이 그리스군을 공격했다는 말인가?
그랬다. 하지만 도륙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었다. 전군이 그를 비웃는다.
왜 짐승을 도륙했는가?
전쟁의 신 아테나 때문이다. 그를 미망에 빠뜨려 짐승을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아테나는 왜 그랬나?
아이아스의 오만 때문이다. 자만에 빠졌다.
어떤 자만인가?
이렇게 말한다. “아테나 여신이여, 저기 다른 그리스인들을 도우십시오. 적들은 결코 이 아이아스의 진영을 깨지 못합니다.”
아군을 공격한 영웅은 이제 어떻게 되는가?
아가멤논은 시신 매장을 금한다. 유족이 반발한다. 영웅에 맞는 장례를 요구한다. 그가 헌신적이고 용맹한 영웅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
아가멤논의 결정은?
오디세우스가 아가멤논을 설득한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친구가 적이 되기도 하고, 적이 친구가 되기도 하는 게 세상 사는 이치니 너무 옹졸하게 굴지 말라는 거다.
화해하는가?
시신 매장은 허용된다. 하지만 완전한 화해는 아니다. 매장을 돕겠다고 나선 오디세우스의 호의는 유족에게 거절당한다. 그들은 여전히 아가멤논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채 막이 내린다.
작품의 함의는 뭔가?
육체적 힘의 상징인 아이아스의 죽음은 영웅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한편 오디세우스의 부상은 이성을 기반으로 한 설득, 즉 말이 힘을 가지는 민주 시대의 도래를 예고한다.
소포클레스는 누구인가?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시인으로 꼽힌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누구보다도 소포클레스를 높이 평가했다. ≪시학≫은 그의 비극을 토대로 집필되었다.
이 작가의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에 맞선 인간의 종말을 그린다.
언제 만들어진 작품인가?
≪트라키스의 여인들≫, ≪안티고네≫와 함께 기원전 440년대에 상연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종환이다. 그리스 비극 번역에 몰두하고 있다.
2732호 | 2015년 9월 1일 발행
영웅은 비극을 만든다
김종환이 옮긴 소포클레스(Sophocles)의 ≪아이아스(Ae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