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모 동화선집
안선모가 짓고 염창권이 해설한 ≪안선모 동화선집≫
우리는 모두 우리 밖에 있다
내가 만나는 것과 인사하고 친해지고 사랑하고 하나가 되면 그곳에 내가 있다. 안선모의 동화를 끌어가는 힘은 공감 능력이다. 우리는 모두 우리 밖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날 밤 꿈을 꾸었다.
‘모래 마을호’라는 거대한 배에 타고 있었다. 완이도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이웃의 모든 사람이 옹기종기 몰려 서 있었다.
바다는 성난 듯이 소용돌이치고 있었고 파도는 미쳐 날뛰었다. 금방이라도 배는 뒤집혀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
힘없는 이들은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주저앉기 시작했다.
이때였다.
오른팔의 쇠꼬챙이 손을 번쩍 들어 후크 선장이 소리쳤다.
“여러분! 모두 기운을 냅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앉아서 배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리시렵니까?”
하늘은 신기하게 맑아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울음을 그치고 후크 선장을 향해 섰다.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자! 출발!”
돛이 올라가고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선모 동화선집≫, <모래 마을의 후크 선장>, 안선모 지음, 염창권 해설, 16~18쪽
완이 아빠는 왜 후크 선장인가?
별명이다. 월남전에서 오른팔을 잃고 후크 선장처럼 갈고리를 달고 있다. 불운한 과거에 좌절하지 않고 살고 있으며 주위에서 경우가 바르고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개발에 반대밖에 할 게 없는 동네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대책을 제시한다.
‘나’는 누구인가?
이농한 부모를 따라 도시의 산동네로 이사 온 아이다. 같은 반 완이와 친해지면서 완이 아빠 이야기에 매혹된다.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왜 꿈으로 매듭되나?
‘나’는 완이 아빠를 재개발 지역을 이끌 지도자로 여기게 된다. 꿈이라는 환상 공간은 그와 나를 강한 동질감으로 묶는다. 환상은 현실을 강화한다.
당신의 이야기 문법은 어떻게 요약되나?
“대상 세계의 이해 과정에서 감정 이입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긍정적인 삶의 비전을 갖게 된다…. 자아의 발견은 자연에서 유사한 세계를 발견하고 여기에 감정 이입이 이루어지면서 가능”하다고 염창권이 말했다. 동의한다.
어느 작품에서 그런 문법을 볼 수 있는가?
<깻묵이와 깜콩이>, <수탉 큰 날개>, <농게야, 정말 미안해>를 보라. 아이들은 동물의 생태를 통해 공감하는 능력을 기르고, 이를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삶의 희망을 찾는다.
공감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공감 능력은 어린이들이 성장하는 데 필수 요소이자 동인이다. 이해는 나를 매개로 이루어진다. 이해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나’는 타자를 더 폭넓게 자아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염창권의 설명에 동의한다.
부정적 환경에서도 작품 속 어린이들이 건강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에너지는 어디서 비롯하는가?
나의 직업과 관계있다는 말을 듣는다. 제2의 양육자로서 교사는 어린이들의 순수성과 본성에 대한 강한 애착과 믿음이 있어야 한다. 어린이의 성장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어린이가 겪는 문제 상황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총체적으로 조망해 보여 주고자 했다.
당신은 어떤 아이였나?
공부는 잘했지만, 융통성이 없고 좀 맹했다. 책을 좋아하고, 엉뚱한 상상을 즐기던 아이, 국자와 주걱을 잘 구분하지 못하던 아이였다.
글쓰기 재능은 언제 확인했나?
그런 일은 없었다. 초등학교 때 자유공원에서 열린 인천상륙작전 기념 글짓기 대회에서 우수상 그리고 중학교 시절 ‘바다’라는 제목의 시로 우수상을 받았을 뿐이다. 대학 시절에 소설 한 번 써서 당선되었던 것 외엔 특별한 문학 재능을 보지 못했다. 글 잘 쓰는 아이가 아니었다.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더라도 남들보다 몇 배, 몇십 배 노력하면 잘 쓸 수 있겠거니 믿는 축이다.
어쩌다 동화의 길로 들어섰나?
우연이었다. 별 관심도 없었다. 인천교육대학교 때 함께 3인 시화전을 했던 원유순이 1990년 동화로 등단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부터 막연히 동화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듬해에 월간 ≪아동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무슨 일이든 하려고 마음먹으면 저돌적으로 파고드는 성격이라 밤을 새며 동화를 썼다. 목표 의식 없이 마구 쓰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참 신기했다. 동화라는 것은 쓰면 쓸수록 재밌고, 쓰면 쓸수록 어렵고, 쓰면 쓸수록 더 잘 쓰고 싶은 게 아닌가. 재밌으니 더 하고 싶고, 어려우니 잘하고 싶고, 잘 쓰고 싶으니 또 쓰고 또 쓰고 그랬다.
요즘 동물과 자연에 푹 빠진 이유는 무엇인가?
자연과 동물 그리고 사람이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로 그림책 또는 동화책을 쓰고 싶다. 자연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죄다 경험해 보고 싶어, 닭·토끼·거위·오리·고양이·개를 기르고 여러 식물도 가꾼다. 산에 있는 나무와 풀이름을 알고 싶어 늘 기웃기웃 한눈팔며 다닌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깊이 후회하는 일은 무엇인가?
대학 시절, 작고한 아동문학가 손동인 선생님을 모시고 신문을 만들었다. 날마다 취재 나가고, 기사 쓰고, 편집회의를 했으나 동화에 대한 가르침은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그때 자그마한 가르침이라도 받았다면 내 동화 쓰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아쉽고 안타깝다.
소설가 겸 서점 주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말이 사실인가?
소설가가 운영하는 서점, 얼마나 낭만적인가? 대학 때 소설 공모에 당선했지만 서점 주인이 되지는 못했다. 우선 가진 돈이 없었고, 일을 저지를 용기도 없고. 부모님이 원하는 교사가 되었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꿈꾸는가?
멋진 역사 동화를 쓰는 것이다. 옛사람의 이야기를, 옛날이라는 시간과 공간적 배경을 빌려, 요즘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현대적인 감각으로 써낸 것 말이다. 지루하고 교훈적인 것이 아니라, 재미있고 감동까지 안겨 주는 역사 동화. 쉽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주제와 소재를 발굴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좋은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을 벼린다. 재미와 감동을 듬뿍 안겨 줄 좋은 책이 탄생할 날을 기다리며…. 물론 그날이 영영 안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한 것인가? 사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동화를 쓰면 될 것을….
당신은 누구인가?
안선모다. 동화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