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은 이렇게 써라
올댓스토리·강지원·김희재·박세영·전현지가 옮기고 제프리 스캇(Jeffrey Scott)이 쓴 <<스토리로 성공하는 애니메이션은 이렇게 써라(How to Write for Animation)>>
애니메이션 천재와의 조우
제프리 스캇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애니메이션 작품을 썼다. 600여 편의 작품 가운데는 미국 최초의 입체 애니메이션도 있고 닌자 거북이도 있다.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가? 스크립트 작성의 3R을 확인하라.
가을과 애니메이션, 어떤 인연인가?
여름은 화려한 스펙터클이다. 가을은 선선한 바람, 추억을 부르는 애니메이션의 온기가 필요하다.
애니메이션의 온기, 따스함의 정체는 무엇인가?
손으로 그린 애니는 디지털이 만든 리얼 이미지와 다르다. 물감이나 색연필 특유의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컴퓨터가 채색한 알싸한 레드에는 없는 따스함이 묻어 있다.
디지털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런 감성을 느꼈다면 이상한가?
어린 시절 봤던 만화영화의 추억 때문이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서 과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환영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추억과 따스함과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추천할 수 있나?
프레데릭 백의 단편 <나무를 심은 사람>이다. 수업 시간에 보여 주면 학생들이 기립 박수를 친다. 깊은 울림이 있다. 30분짜리 작품만으로는 너무 아쉽다면 <크락!>이나 <투 리엥>을 보라.
<<애니메이션 이렇게 써라>>는 어떤 책인가?
완벽한 애니메이션 스토리 개발 지침서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쓴 천재 작가 제프리 스캇의 저서다.
제프리 스캇이 그렇게 유명한 작가인가?
600편이 넘는 시나리오를 썼다. 주로 미국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만들었다. 우리는 일본 작품을 즐겨 보기 때문에 잘 모른다. 1984년 미국 최초의 3D 애니메이션 <스타체이서: 오린의 전설>을 썼다. 극장용 장편이다. 평단 호평에도 불구하고 배급사 도산으로 개봉 2주 만에 상영이 중단되었다. 국내 개봉 역시 무산되었다. 우리가 아는 그의 대표작은 <슈퍼프렌즈>, <짐헨슨의 머펫 베이비스>, <닌자 거북이>다.
천재가 책을 쓰는 방법은 어떤 것인가?
실제 작성한 시나리오를 본문에 삽입했다. 각 단계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내용을 쉽고 상세하게 썼다. 결코 지루한 이론서가 아니다. 애니메이션 분야에 들어와 최고가 되려는 사람은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고 나면 시나리오 전체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아이디어 발상부터 완성된 원고를 파는 단계까지 상세하고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시놉시스를 잘 쓰는 방법도 가르쳐 주나?
콘셉트를 잘 구축해야 한다. 콘셉트는 스토리가 갖는 차별점이다. 비슷한 장르의 작품 중에서 나만 가진 유일한 매력이다. 매력적인 시놉시스는 언제나 스토리가 간명하고 주제가 선명하다.
스토리 비트란 무엇인가?
신 내용의 짧은 묘사로 스토리에 관련된 구체적 사건의 나열이다. 스토리의 기본 요소로 비트를 통해 스토리의 중심과 체계를 알게 된다. 비트를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하면 스토리가 피상적이고 성급하다는 느낌을 준다. 비트를 구체적으로 탄탄하게 만들면 스토리가 풍부해진다. 나머지 일이 쉬워진다.
스토리를 개발할 때 처음부터 순서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는 어떤 의미인가?
순서에 얽매이면 창조적 발상이 방해 받는다. 순서를 무시하고 모든 아이디어를 메모해 전부 벽에 붙인 뒤 각 사건의 조립과 재조립을 반복하면서 순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스토리는 어떤 논리에 의해 전개되어야 하는가?
개연성이다. 왜 남자가 여자를 죽이는지, 왜 이별하는지 설득력 있게 풀어야 한다. 스토리 전개의 원동력은 갈등이다. 갈등은 행동을 낳는다. 스토리가 앞으로 나가게 한다. 갈등이 약하면 스토리는 피상적이고 성급해진다.
스크립트 작성의 3R이란 무엇인가?
읽기, 재검토, 쓰기다. 자신이 쓴 스크립트를 먼저 읽는다. 두 번째 읽는 재검토 단계에서는 비평의 눈으로 읽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하이라이트가 어디인지, 공감되거나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딘지 살펴본다.
대사를 잘 쓰는 방법은 무엇인가?
캐릭터 이해다. 사건에 처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하는지, 어떤 대사를 하게 될지 충분히 납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캐릭터의 묘사가 뛰어난 작품으로 무엇을 기억하나?
<원피스>다. 밀짚모자 루피를 중심으로 등장인물은 저마다 고유한 성격이 있다. 다른 인물이면 하지 않거나 하지 못했을 특유의 액션과 대사를 내놓는다. 그것이 재미와 웃음을 유발한다.
스토리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관건은 무엇인가?
캐릭터 간의 갈등을 얼마나 잘 풀어내는가에 달려 있다. 애니메이션이라면 여기에 카툰적 논리를 추가해야 한다. 유머가 깔린 논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다.
애니메이션 작가들은 자기 작품을 어떻게 파나?
미국 작가들은 에이전트에 소속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소속 작가가 되면 원고의 홍보와 판매에 관한 모든 절차에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된다. 집필에만 몰두할 수 있다. 에이전트에 소속되지 않은 작가는 업계에 접촉할 사람을 찾고, 자신을 홍보해야 한다. 그들이 필요하고 원하는 것이 어떤 이야기인지 알아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원고를 준다. 이 책은 그 방법도 자세히 소개한다.
발로 뛰어야 하는 한국에서 시나리오 작가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창조성에 얽매이지 말고 그냥 창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생각은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아이디어는 모든 일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처음부터 대작을 쓰려고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사소한 의뢰라도 거절하지 않고 계속하다 보면 점점 발전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번 주말에 즐길 수 있는 가을 애니메이션 한 편을 추천할 수 있나?
한혜진, 안재훈 감독의 <소중한 날의 꿈>과 하비에르 마리스칼, 페르난도 트루에바, 토노 에란도 감독의 <치코와 리타>다. 두 작품 모두 옛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실사 영화와는 다른 아련함을 느낄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신나게 웃고 싶다면 어떤 작품이 좋은가?
피에르 코팽, 크리스 리노드 감독의 <슈퍼배드2>다. 모험과 액션, 코미디가 조합된 히어로 애니메이션이다. 슈퍼 악당을 꿈꾸던 그루가 주인공이다. 슈퍼 대디로, 비밀요원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짜리몽땅한 노란색 몸매의 미니언도 인기다. 미니언으로 스핀오프 작품을 제작하기로 결정되었을 만큼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의 캐릭터다.
누가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나?
일루미네이션엔터테인먼트다. <슈퍼배드> 시리즈로 디즈니와 픽사에 이은 신흥 강자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강지원과 박세영이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이론을 연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