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가로수 길 천줄읽기
나무 이야기 3. 사랑이란 감정의 다양한 음영
김경태가 옮긴 이반 부닌(Иван А. Бунин)의 ≪어두운 가로수 길(Тёмные аллеи) 천줄읽기≫
주저하지 않는 주인공들
부닌은 사랑의 비극과 부드러움 그리고 아름다움을 쓴다. 주인공들은 주저하지 않고 정욕의 폭풍우 속으로 나아간다. 정신과 육체가 이루는 최고의 긴장 상태, 그들에게 일상은 없다.
우리는 사람의 손이 전혀 미치지 않은 장소를 찾아냈다. 그곳엔 플라타너스와 관목 숲이 우거지고, 마호가니와 목련 그리고 석류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서 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부챗살처럼 퍼진 종려나무가 고개를 내밀었고 삼나무들이 검게 짙어 갔다….
나는 아침 일찍, 우리가 보통 차를 마시는 시각인 7시 전에 눈을 떴다. 그녀는 아직 자고 있었다. 나는 언덕배기를 따라 울창한 숲으로 향했다. 날씨는 맑았고 태양은 벌써 강렬하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숲 속의 향긋한 푸른 안개가 흩어져 사라져 갔다. 멀리 숲 속 끝 저 너머로 보이는 눈 덮인 산의 아득한 옛날의 순백색이 눈부셨다.
황혼녘이면 종종 멋진 구름들이 지평선에 차곡차곡 쌓여 불타올랐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녀는 가끔 긴 의자에 누워 주란사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 이제 이삼 주만 지나면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가야 하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캅카스>, ≪어두운 가로수 길≫, 이반 부닌 지음, 김경태 옮김, 30~31쪽
캅카스에서 일어난 일인가?
그렇다. 캅카스는 터키와 면한 러시아 남부 지역이다. 동쪽으로는 카스피해가 있고 서쪽으로는 흑해가 있다.
사랑인가?
그렇다. 사랑에 빠진 주인공들이 모스크바를 떠나 캅카스 해변에서 밀회를 갖는다. 여자는 남편을 속인 것이 불안하다. 그러면서도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친다.
결말은?
남편은 여자를 찾아 헤맨다. 소치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권총으로 자살한다.
그냥 죽고 마는가?
단편소설은 결말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부닌의 생각이다. 이 소설의 결말은 돌연하지만 바로 이것이 주인공의 성격에서 본질적인 특성을 분리한다. 독자는 더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두운 가로수 길≫은 어떤 책인가?
이반 부닌이 1937년부터 1949년까지 13년에 걸쳐 완성한 단편소설집이다. 그는 이 소설집의 창작에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생애 마지막에 관심 있는 모든 문제를 이 책에 담았다. 그는 “내가 살아오면서 쓴 작품들 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독창적인 이야기”라고 했다.
이반 부닌이 누구인가?
1933년 자전적인 소설 ≪아르세니예프의 생≫을 발표해 같은 해 러시아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사랑이란 감정의 다양한 음영이다. 부닌은 “과감한 사랑의 묘사”와 “사랑의 비극에 대해 그리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부닌의 사랑은 무엇이 다른가?
19세기의 대다수 러시아 작가들, 투르게네프, 곤차로프, 톨스토이의 작품에서 보이는 사랑의 테마는 이상적, 정신적, 도덕적, 심지어 지성적이다. 이들은 육체적인 사랑의 접근과 묘사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의 사랑은 행동인가?
이 책의 주인공들은 주저하지 않고 정욕의 폭풍우 속으로 나아간다. 그 순간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을 이해하며 자신을 가차 없이 불태운다.
그에게 사랑은 무엇인가?
인간의 모든 정신적·육체적 힘을 최고의 긴장 상태에 있게 하는 것이다.
최고의 긴장이 유지될 수 있는가?
유지될 수 없다. 그러므로 사랑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사랑이 삶과 양립될 수 있는가?
없다. 사랑은 삶보다 귀하지만 삶의 전부는 아니다. 비극적 모순이 발생한다.
이 책에는 어떤 단편이 실려 있는가?
먼저 심리·풍속소설들이 있다. <캅카스>, <스테파>, <타냐>, <갈랴 간스카야>, <까마귀> 같은 작품들이다.
이 단편들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가?
중·장편소설과는 달리 단일적인 서사 구조, 긴장감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급격한 행동 변화다.
서정·서사 작품은 없는가?
있다. <나탈리>, <루샤>, <파리에서>, <차가운 가을>, <깨끗한 월요일>이다.
여기서는 뭘 볼 수 있나?
길고 긴 시간 동안 고통스러운 심적 변화가 나타난다. 주인공들의 삶에서 몇 가지 외형적인 사건들도 포함된다. 그러나 독자를 감격하게 만드는 것은 팽팽한 긴장감과 내면적 서정성이다.
<나탈리>는 어떤 이야기인가?
비티크는 외삼촌댁에서 외삼촌의 딸 소냐의 친구 나탈리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나탈리는 1년 뒤 그의 사촌 알렉세이 메셰르스키와 결혼한다. 1년 반 뒤 사촌은 죽고 세월이 흐른 뒤 비티크는 나탈리에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그러나 그녀는 조산으로 죽는다.
이 소설에서 부닌의 재능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인간의 변화하는 감정을 놀라울 정도로 풍요롭고 다양하게 보여 준다. 소심한 고백과 희망으로부터 영혼의 암흑기와 슬픔을 넘어 부닌은 자신의 주인공들을 화합과 행복으로 이끌어 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곧이어 여주인공의 죽음이 도래한다.
어떻게 발췌했는가?
먼저 원전의 37개의 작품 가운데 19개를 선별했다. 이 작품들에서 핵심적인 대목을 간추려 옮겼다. 전체 원전의 40%를 발췌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경태다. 광주보건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