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진실, 이상한 동거
커뮤니케이션 연구 현장 10. 제주대학교
김경호와 제주의 봄
김경호는 톰 골드스타인의 저서 ≪언론과 진실, 이상한 동거≫를 옮겨 펴냈다. 선거가 끝났다. 표현 자유의 보장과 선거 공정성 확보라는 상충된 이익 간의 형량에 대해 생각한다.
학교 앞길은 만개한 벚꽃으로 꽃 터널을 이룹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벚꽃은 꽃 눈이 되어 사방으로 흩날립니다. 연구실로 출근하는 길은 그래서 설렙니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 학생들은 현관에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를 지냅니다. 한 학기를 잘 보내게 해 달라고 신들과 조상님들께 비는 일종의 제례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죠. 종교와 상관없이 학생들은 저마다 준비한 금일봉 봉투를 웃고 있는 돼지 입에 넣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 검증을 위해 제기되는 갖가지 의혹과 비방에 대해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연구를 최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위법인 ‘후보자 비방’과 합법인 ‘검증’의 차이를 법원이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공직수행적격 검증을 위한 의혹 제기의 정당성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연구입니다.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에 관한 비교평가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조항의 위법성 여부를 분석하는 게 향후 연구 계획입니다. ‘표현 자유의 보장과 선거 공정성 확보’라는 상충된 이익 간의 형량에 관한 연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요즘입니다.
노엄 촘스키의 Media Control이 생각납니다. 미디어의 기능과 선전선동 등에 대해 비판적 시각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미디어가 어떠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지, 어떠한 기능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성찰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김경호
건국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일리노이대학교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언론학회 이사, 한국방송학회 이사, 한국언론법학회 총무이사를 지냈다. 제주MBC 시사토론 프로그램 <시사진단> 사회자와 KBS 시청자위원을 맡았다. 2002년부터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에서 언론법, 뉴미디어론, 정보사회론을 강의한다.
≪언론과 진실, 이상한 동거≫
언론 신뢰도가 낮은 이유는 뭔가? 왜곡되고 조작된 보도 탓이다. 원인은 무엇인가? 사실관계 확인 경시, 정보원에 대한 지나친 의존, 기계적 형평성 추구 등의 취재 관행이다. 미래 저널리스트의 직업윤리는? 언론과 진실의 긴장관계를 놓치지 않고 성찰하는 것이다. 컬럼비아대학교 저널리즘스쿨 학장을 맡았던 톰 골드스타인은 언론과 진실의 관계, 속성, 한계를 풍부한 사례로 규명했다. 저널리즘 위기의 근본 원인과 극복 방안이 명료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