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개론 천줄읽기
2473호 | 2015년 3월 3일 발행
한국어를 분석한 허웅의 언어학 개론
권재일이 뽑아 엮은 허웅의 ≪언어학 개론 천줄읽기≫
국어학이 언어학이다.
언어학이 어려운 이유가 뭔가?
우리가 모르는 언어를 놓고 이것저것 이야기하기 때문이 아닌가?
허웅은 달랐다.
안으로는 주시경과 최현배를, 밖에서는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이론을 취했다.
우리에게 언어는 국어이기 때문이다.
“우리말 ‘낚시’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는, 동사 어간 ‘낚-’에, 명사화 접미사 ‘-시’가 붙어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이 말이 어떻게 변화해 내려왔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현대어의 지식만으로써 이 말의 됨됨이를 분석·설명한 결과이므로, 이러한 관점의 설명 방법은 정태언어학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의 역사를 더듬어 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언어학 개론 천줄읽기≫, 허웅 지음, 권재일 엮음, 42~43쪽
정태언어학이 무엇인가?
일정한 언어 체계의 정지된 상태를 연구하는 언어학의 한 부문이다. 시간에 따른 변천이나 장소와 사회에 따른 변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공시언어학이라고도 한다.
‘낚시’를 역사적으로 보면 무엇이 달라지나?
이 말은 조선 초기에는 ‘낛’으로 나타났다. 동사 어간도 ‘낛-’이었다.
‘낛’이 어떻게 ‘낚시’가 되었나?
명사 ‘낛’에 아무런 뜻 없는 소리 ‘-이’가 붙었다. 소리가 한 음절 길어진 데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설명하는 것은 진화언어학의 관점이다.
진화언어학은 무엇인가?
말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변천하는 모습을 연구한다. 통시언어학이라고도 한다.
‘낚시’의 예를 보면 정태언어학이 틀린 것인가?
틀린 것은 아니다. 정태언어학에서는 ‘낚시’를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다. 일반 언어 대중의 관점도 마찬가지다.
일반 언어 대중의 관점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대중은 자기가 하는 말의 역사적 변천을 전혀 몰라도 말을 할 수 있고 무의식적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정태언어학은 대중이 언어에 대해 가지는 소박한 언어 감정을 그대로 파악한다.
언어 연구에서 정태와 진화의 두 관점은 어떤 관계인가?
동일한 언어 사실을 다른 관점에서 설명한다. 항상 엄격하게 구별해야 하는 동시에 서로 밀접하게 의존하는 방법이다.
어떤 모습으로 의존하는가?
정태언어학이 진화언어학의 보조를 받는 일이 많다.
예를 들면?
‘수캐’, ‘암탉’, ‘살코기’처럼 합성어 형성에서 /ㅎ/ 소리가 들어가는 말을 분석할 때가 그렇다. 정태언어학에서는 왜 그 소리가 들어가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왜 그 소리가 들어가는가?
합성어의 첫 요소인 ‘수, 암, 살’이 옛말에서는 모두 끝에 /ㅎ/을 가지고 있었다. ‘개, 닭, 고기’가 ‘캐, 탉, 코기’가 되는 것은, 모두 앞 말의 끝소리 /ㅎ/이 합성어에서 유지되어 있는 것이다. 정태언어학에서는 알 수 없는 것이 진화언어학에서는 분명해진다.
진화언어학은 정태언어학에 어떻게 의존하는가?
한 언어의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각 시대의 언어 상태가 충분히 잘 연구되어 있어야 한다. 언어 연구의 순서에서 정태언어학이 진화언어학에 앞서는 것이다.
허웅은 누구인가?
20세기 후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언어학자이자 국어학자, 국어 운동가였다.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교수와 한글학회 회장을 오랫동안 지냈다. 2004년 별세했다.
≪언어학 개론≫은 어떤 책인가?
1963년에 출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언어학 개론서다. 서구 언어학 이론의 토대와 국어학의 성과를 종합하려고 했다. 나라 안으로는 주시경과 최현배 선생의 이론에 뿌리를 두고, 나라 밖으로는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이론에 바탕을 두었다.
언어학 이론을 설명하는데 우리말을 소재로 취한 이유는 무엇인가?
허웅 선생은 우리말을 연구하는 국어학이 곧 언어학이라고 했다. 국어학의 굳건한 토대 위에 일반언어학을 건설해 나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보았다. 이론을 설명하는 소재를 우리말에서 취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당신은 이 책을 어떻게 뽑아 엮었는가?
원전의 삼분의 일을 가려냈다. 전체 틀은 유지하면서도 언어학의 기본 개념과 허웅 선생의 독창적 설명이 돋보이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권재일이다.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