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아 갈로티
윤도중이 옮긴 고트홀트 레싱(Gotthold E. Lessing)의 ≪에밀리아 갈로티(Emilia Galotti)≫
딸이 아버지를 찾을 때
아버지는 도덕을 가르쳤고 딸은 따른다. 사랑을 느끼게 되고 관능과 맞서지만 계율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가르침을 지킬 수 없는 딸은 아버지를 찾는다. 아버지가 딸을 죽인다.
영주: 아! 아름다운 예술품아, 내가 너를 소유하고 있는 게 사실인가? 자연의 한층 더 아름다운 걸작아, 너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건, 그게 착한 어머니건 고분고분하지 않은 늙은 아버지건 너에 대한 대가로 얼마를 요구하건 관계없으니 요구하기만 해라. 달라고들 해. 마술사야, 너를 너한테서 직접 사는 게 가장 좋으련만! 사랑스러움과 겸손이 가득한 이 눈! 이 입! 이 입이 말하기 위해 열리거나 미소를 지으면! 이 입! 누가 오는 소리가 들리네. 아직은 너를 남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구나.
≪에밀리아 갈로티≫, 고트홀트 레싱 지음, 윤도중 옮김, 21쪽
영주는 무엇에 대해 말하는 것인가?
에밀리아 갈로티다. 어느 야회에서 그녀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사랑하는가?
고백도 하기 전에 시종장 마리넬리로부터 그녀가 곧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누구와 결혼한다는 것인가?
아피아니 백작이다. 영주의 표현에 따르면 그는 “존경할 만한 젊은이고 잘생겼으며 부자인 데다 명예심 있는 귀족”이다.
영주의 사랑은 끝난 것인가?
마리넬리가 나선다. 영주의 뜻인 양 백작을 사신으로 기용해 결혼식 전에 그를 멀리 보내려 한다.
아피아니는 떠나는가?
사신을 거부한다. 예정대로 에밀리아와 결혼하고자 한다.
다음 계략은 무엇인가?
사람을 시켜 백작과 에밀리아가 탄 마차를 습격한다. 백작은 죽고, 에밀리아는 구출되어 영주의 별장으로 옮겨진다. 강도 떼가 한 짓으로 위장한다.
영주의 승리인가?
간단치 않다. 에밀리아는 영주의 보호를 받게 된다. 그때 영주의 연인 오르시나 백작부인이 별장을 찾아온다. 그녀는 에밀리아가 연적임을 직감한다.
연적임을 어떻게 아는가?
그녀가 보낸 정탐꾼들이 성당에서 영주가 에밀리아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이야기를 엿들었다. 그녀는 강도의 습격과 백작의 죽음에 대한 영주의 관련을 의심한다. 마리넬리를 추궁한다.
당사자 에밀리아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에밀리아의 아버지가 별장에 당도하고 오르시나 백작부인으로부터 의심스러운 정황에 대해 듣는다. 영주가 불순한 의도로 딸을 가로채기 위해 백작을 살해했을 거라고 확신하고 에밀리아에게 모든 것이 마리넬리와 영주의 계략이었다고 말한다. 에밀리아는 아버지의 단도로 자결하려 한다.
자결 시도의 이유가 무엇인가?
더 이상 순결을 지켜 낼 자신이 없어서다.
그녀는 죽는가?
자결하려다 제지당하자 아버지에게 자신을 죽여 달라고 간청한다. 아버지의 칼에 찔려 죽는다.
비극인가?
현재까지 널리 읽히고 꾸준히 상연되는 독일 비극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18세기 독일 문학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논쟁의 중심에 선 이유는 무엇인가?
이 작품이 한 가정의 비극을 그린 가정극인가, 아니면 독재자와 절대주의 체제를 비판하는 정치극인가 하는 문제다.
가정극을 주장하는 논지는 무엇인가?
에밀리아의 죽음이 아버지의 도덕지상주의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엄격한 도덕관을 가진 아버지 밑에서 윤리적, 종교적 원칙만 배웠을 뿐, 외부 자극에 대처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등 자신의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은 키우지 못했다. 결국 에밀리아는 관능을 부도덕한 것으로 보는 자신의 도덕관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이를 막기 위해 죽음을 택한다. 도덕성에만 집착하는 시민 계급의 교육 실패를 보여 준다.
정치극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주가 권력을 남용해 절제되지 않은 열정을 충족하도록 허용하는 절대주의 체제 역시 비극적 파국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뜻은 무엇이었나?
레싱은 이 작품을 통해 자율성보다는 강제에 의해 담보되는 시민 계급의 도덕률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지배 계급의 도덕 불감증을 동시에 비판했다. 그럼으로써 시민 계급의 해방 운동이 자체 모순과 적대 세력 때문에 좌절할 위기에 처한 현실을 효과적으로 그려 낸 것이다.
레싱은 누구인가?
독일 계몽주의 시대에 문학평론가, 이론가, 작가, 언론인으로서 문화 전반에 걸쳐 뛰어난 성취를 이룬 독일 근대 희곡의 아버지다.
당신은 누구인가?
윤도중이다. 숭실대학교 독문과 명예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