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 경계를 가로지르는 스크린
영화를 바꾼 영화 9/13 : 여성영화 <어둠 속의 비명: 전원의 비극(Night Cries: A Rural Tragedy)>
여성영화, 그 악명 높은 개념
뭐를 말하는 걸까?
여성이 만든 영화?
여성에 관한 영화?
여성을 위한 영화?
장르도 아니고 운동도 아니다.
단일한 계통도 국가적 경계도 미학적 특징도 없다.
여성주의 공동체를 위한 형식, 시기, 탈경계적 문화에 주목할 때
비로소 실체가 스스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어둠 속의 비명: 전원의 비극(Night Cries: A Rural Tragedy)>, 1989년, 트레이시 모팻(Tracey Moffatt) 연출, 전체 17분.
탈식민주의 여성영화의 대표작
<어둠 속의 비명: 전원의 비극>은 오스트레일리아 사진작가 겸 영화감독인 트레이시 모팻이 연출한 단편영화로 탈식민주의 여성영화의 대표작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첫 컬러 영화이자 원주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첫 영화였던 찰스 쇼벨(Charles Chauvel)의 ‘국민 영화’ <제다(Jedda)>(1955)를 원주민 여성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감독은 원주민 여성의 정체성과 예술을 오염되고 혼종적일 수밖에 없는 것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지미 리틀처럼 백인 문화에 동화된 원주민 가수, 백인의 위선적 문화, 정형화된 원주민의 이미지를 참조해 비극적이지만 새로운 창조적 세계를 구성한다. ‘민족 역사의 비판을 담은 여성 버전의 <리어 왕>’이라고 할 수 있다.
옹골져 보이는 중년의 원주민 여성이 휠체어에 앉아 있는 여위고 약해 보이는 백인 양어머니를 옥외 화장실에 거칠게 집어넣는다.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사실적 공간감을 부여해 주는 가운데 양식적인 인공 세트 위로 노란색과 푸른색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사막의 풍광이 펼쳐진다. 동화주의 정책에 따라 백인 가정에 강제로 입양된 원주민 여성의 속박 경험과 분노를 시각예술 이미지의 역사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시각화한 것이다. 평면적이고 단순한 이미지는 이질적이고 혼종적이며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아름다움을 표출한다.
– 조혜영 중앙대학교 강사, ≪여성영화: 경계를 가로지르는 스크린≫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