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 경계를 가로지는 스크린
세계여성의 날 특집 4. 여성영화란 무엇인가?
앨리슨 버틀러(Alison Butler)가 쓰고 김선아·조혜영이 옮긴 <<여성영화: 경계를 가로지르는 스크린(Women’s Cinema: The Contested Screen)>>
여성의 현실을 목격하다
이것은 작품이 아니다. 내러티브도 아니다. 감독도 아니다. 배우도 아니다. 이데올로기도 아니다. 장르나 시대는 더욱 아니다. 여성 영화는 이 모든 것이다.
여성영화는 겹겹이 겹쳐진 실천과 담론에서 발생하고, 좌충우돌을 겪으며 다양하게 정의되는 혼종적 개념이다.
“머리말: 대항 영화에서 소수자 영화로”, <<여성영화: 경계를 가로지르는 스크린>>, 4쪽.
‘여성영화’란 무엇인가?
여성영화의 정의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영화의 생산과 수요에서 여성이 먼저인 영화를 말한다. 더 좁게 정의하자면 사회적 위치로부터 내면의 심리에 이르기까지 여성을 경험의 공통분모로 본 영화를 말한다.
정의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영화는 장르가 아니다. 영화사적 운동도 아니다. 여성영화만의 단일한 계통도 없다. 국가적 경계나 영화적, 미학적 특징도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디에 있는가?
영화적으로 문화적인 전통 그리고 비평적, 정치적인 논쟁을 협상하고 가로지른다.
그것의 개념은 누가 설정하는가?
여성영화는 관객, 영화제작자, 저널리스트, 큐레이터, 학계에 의해서 존재가 드러난다. 그들의 지속적인 관심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복잡한 비평적, 제도적 구성물이다. 그중에서도 여성 비평가와 이론가들은 매우 중요하다. 일단 여성이 만든 영화가 나오면 그 차이와 차별을 말할 수 있는 담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담론을 구성하는 동력은 무엇인가?
여성감독의 영화를 기존 영화사의 맥락과 겹치면서도 다르게 구분할 수 있는 시선이다. 대항 역사를 기술할 때의 시차적 시점(parallax view)이 필요하다.
여성영화를 소수자영화로 볼 수 있나?
그렇다. 소수집단 영화인 여성영화는 매체, 장르, 예술 형식, 민족국가 등 모든 기존의 경계를 횡단하여 세계 영화의 지도를 새롭게 그리는 좌표이자 또 다른 관점이다.
정치적 입장은 뭔가?
여성을 통해서 영화사를 쓴다는 것은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역사는 그것을 기술하는 사람에 의해서 달라질 수 있다. 동일한 시대를 보는 데 왕족 중심의 역사와 민초 시각의 역사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기존의 영화사는 국가별, 장르별로 다양하다. 여성영화사는 여성을 그 모든 좌표에 놓는 상수라고 보면 된다.
여성영화의 대표 감독과 작품은 무엇인가?
클레어 드니 <백인의 것>, 니나 멘케스 <파멸>, 하나 마흐말바프 <혁명의 시간>(마르지에 메쉬키니 <내가 여자가 된 날> 이후에 이란 여성영화를 이끌고 있는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 <와즈다>, 중국의 리위 감독, 가우리 신드(인도, <굿모닝 맨하탄>)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국적, 장르, 형식을 넘나들면서 ‘여성 자신’을 보여 준다.
여성영화는 트랜스내셔널인가?
세계화는 여성주의에게 새로운 도전을 요구한다.
여성주의가 당면한 새로운 도전이란 무엇인가?
한편으로 사회·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수출입, 신기술 접근에 대한 불균등한 배분, 신제국주의 흐름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흐름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종교근본주의, 민족주의 그리고 부족 군벌에 의한 전통의 재창조에 대한 요구가 있다.
응전의 전략은 무엇인가?
여성영화는 이런 상호관계와 트랜스내셔널한 과정들에 문제를 제기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 소수자 영화로서 여성영화는 전반적으로 그곳에서 자연화되지 않고 그것의 측면적 제휴(lateral affiliations)를 통해 여성주의를 확장하는 문화·정치적 기회를 탐색한다.
여성영화의 존재 조건은 무엇인가?
여성영화는 여성에 대한 실제적·이데올로기적·역사 기술적 차별이 존재하는 한 계속 논의·회자되어야만 하는 담론의 핵심적인 지배소다.
과제는 무엇인가?
지배의 얼굴은 변화무쌍하며 지배와 차별은 언제나 먼저 발생한다. 저항은 언제나 수동적이다.
지배와 저항의 선후 관계는 현실에서 어떻게 확인되는가?
자본주의는 위기를 거치면서도 꿋꿋이 지속된다. 그럴 때 지배의 상수와 변수는 이전보다 더 복잡하고 교묘하고 혼란스러워진다. 이전에 사용하던 개념, 곧 ‘전선’이라는 단어는 ‘우리’와 ‘적’의 이분법적 구도로 문제를 파악했다. 그러나 복잡한 현대 자본주의를 전선으로 간파하기는 역부족이다.
가부장제에 대한 여성영화의 전략은 뭔가?
이것은 자본주의보다 훨씬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모든 학문적인 담론이 가부장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제 가부장제는 자신의 담론 역사를 가진 가장 견고한 ‘지배 체제’가 되었다. 지배의 작동 방식은 자본주의의 그것을 훨씬 넘어서 있다. 문제는 오늘날 우리의 입에서 ‘가부장제’라는 말 자체를 꺼내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제 역사가 오래되어 당연한 것, 그래서 뭔가 문제를 알면서도 무뎌진 것, 그것을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가 여성영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여성주의 전반에 닥친 또 다른 난제다.
이 책, <<여성영화: 경계를 가로지르는 스크린>>은 무엇을 보여 주는가?
여성영화의 역사와 쟁점이다. 실험영화에서 대중영화까지,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여성 감독의 작품을 중심으로 여성영화의 이론과 담론을 분석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선아다. 단국대학교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