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귀신에게 들은 이야기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순식간에 여름입니다. 여름에 읽으면 더 좋은 재미있고 품격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열미초당필기》는 1244가지의 이야기를 실은 필기체 소설집입니다. 여우와 귀신 이야기가 반수 이상인데, 이들이 사람으로 둔갑하거나 요술을 부려 인간의 욕망과 무지를 꾸짖어요. 생각보다 날카롭고 깊이도 있습니다.
그러자 염라대왕은 웃으며 말했다. “나라에서 관리를 두는 것은 백성들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요. 그래서 역참을 관리하거나 수문을 관리하는 보잘것없는 관리조차도 마땅히 처리해야 할 이해와 폐단이 있소. 그저 돈만 요구하지 않았다고 해서 훌륭한 관리라고 말한다면. 관청에 꼭두각시를 세워두지 그러시오? 꼭두각시라면 물조차 마시지 않을 것이니, 공보다 훨씬 낫지 않겠소?”
(중략)
“공은 일평생 사사건건 자신의 안전만을 도모하느라 아무개의 옥사와 아무개의 옥사에서 혐의를 피하기 위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니, 이것이 바로 백성을 저버린 것이 아니겠소? 아무 사건과 아무 사건 때 번거롭고 일이 많은 것을 귀찮아하여 손을 놓고 사건을 처리하지 않았으니, 이 또한 나라를 저버린 것이 아니겠소? 또 삼 년에 한 번 벼슬아치들의 정적을 평가하는 것이 무엇 때문이오? [관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공이 없다면 그것이 바로 죄요!”
ㅡ 본문 16쪽 ‘이기심’ 편
저자 기윤은 여우와 귀신을 통해 관리들의 부정부패, 백성들의 참혹한 삶, 탁상공론만 하는 지식인들의 위선을 폭로했습니다. 저자는 가족, 친구, 스승, 동료, 부하뿐만 아니라 하인, 날품팔이꾼들에게도 이야기의 소재를 구했고, 특히 하층민들의 사상과 감정, 욕망과 이상을 여과 없이 전달하려고 애를 썼어요.
명말 청초에 시리즈로 출간되었는데 탈고될 때마다 많은 문인들과 서점 상인들이 초록했고, 표절작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죠. 《홍루몽》, 《요재지이》와 함께 청대 3대 유행 소설로 꼽히기도 합니다. 루쉰이 “후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그 자리를 꿰찰 수 없었다”고 호평한 작품입니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34편을 골라 소개했습니다. ‘열미초당’은 기윤이 북경에서 머물렀던 서재의 이름입니다.
《겐지 모노가타리》 혹은 《겐지 이야기》는 1000년도 더 전에 출간되어 일본을 대표하는 고전입니다. 유명하지만 실제 읽어본 사람은 드물어요. 내용은 3부로 나뉘는데, 1~2부는 히카루겐지라는 천황의 둘째 아들의 파란만장한 여성편력 일대기고, 3부는 겐지의 아들들의 연애담입니다. 400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70년의 시간이 흐르는 장편 소설인데 꿈해몽이나 모노노케가 등장하는 등 약간의 환상 요소도 섞여 있죠.
처음엔 하루종일 여자만 생각하고 여자만 만나는 겐지를 보면서 회의감이 들지만, 계속 읽다 보면 역시 연애담인 데다 남녀의 심리 묘사가 섬세하고 세련되어 감탄하게 됩니다. ‘이게 1000년 전에 쓴 글이라니!’ 하면서요. 일부다처체라는 시대적 배경에 남녀 관계와 심리 묘사, 자연에 대한 사계관, 와카와 음악 등 모든 일본 전통 문예의 미의식도 담겨 있어요. 후대 문학에 끼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고요. 엄청 중요한 작품이면서, 지금 읽어도 참 세련된 소설입니다. 읽을 가치가 있어요.
《원서발췌 겐지 모노가타리》는 가장 짧은 시간에 《겐지 모노가타리》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에요. 다른 책처럼 일본 현대어본을 옮긴 것이 아니라, 가장 원작에 가깝다고 알려진 청표지본을 저본으로 10% 발췌 번역했어요. 《겐지 모노가타리》의 정수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원서발췌 겐지 모노가타리》 무라사키 시키부 지음, 김종덕 옮김, 10% 발췌
아편전쟁과 서구문화의 난입으로 국운이 기울던 청나라 말기, ‘구사일생’이란 주인공이 20년 동안 겪은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조카를 등쳐먹는 큰아버지, 제수씨를 기생집에 파는 시아주버니, 기근을 구제했다가 해고된 관리 등 인정과 의리는 간 곳 없는 부패하고 부정한 청말의 사회상을 통렬하고 해학적으로 풍자했어요. 루쉰은 이 작품을 만청 시대의 4대 견책소설로 꼽았는데, 견책소설이란 사회 현실 비판과 개혁을 목적으로 쓴 교화적인 성격이 강한 소설을 말합니다. 부패한 사회를 비판하고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워 시대를 변혁하고자 했던 청나라 작가 우젠런, 그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의미심장하게 와닿습니다.
《원서발췌 20년간 내가 목격한 괴이한 일들》 우젠런 지음, 최형록 옮김, 10%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