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의 두루마리
늦었지만 고맙다. 지만지 국내 최초 출간 고전 3. ≪여정의 두루마리≫
처음 듣는 아메리카의 진실
아스떼까, 그들 자신이 말하는 그들의 역사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정복자 유럽의 말만 들어왔다. 왜곡된 진실, 번영기의 극히 일부만 전달됐을 뿐이다. 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1530년에서 1541년 사이에 아스떼까 왕가 또는 귀족의 후예로 추정되는 인물이 쓴 고문서다. 아스떼까 그림문자의 진수를 보여 줄 뿐 아니라 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필수 자료다. 1746년 보투리니의 수집품 목록을 통해 알려졌는데 문자 자체와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사라진 뒤였다. 그 후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책이 출간되었다.
정혜주는 아스테카와 마야 유적지 발굴에 직접 참여한 메소아메리카 고대문명 전문가다. 원문을 옮겼으므로 중역과는 비교할 수 없다. 기록은 생생하게 살아났고 정통한 해설은 책에 가치를 더했다. 한국어로는 처음 듣는 아메리카 대륙의 진실, 옮긴이에게 <<여정의 두루마리>>의 한국어 출간에 대해 물었다.
이렇게 중요한 책이 왜 이제야 번역되었을까?
<<여정의 두루마리>>는 아스떼까제국의 후손이 자신들의 문자로 쓴, 자신들의 이야기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책이 아니라 발견되는데 시간이 걸렸고, 그 가치를 인정받고 해독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완역본이 멕시코에서 발간된 것이 2007년이다. 2008년에 지만지에서 출간된 것은 거의 동시에 발간된 것이다. 한국어판은 빠른 것이다.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했나?
아메리카의 고대문명은 엄청난 유적만 남아있는 신비로운 문명으로 인식된다. 어느 나라에서, 어떤 문명이, 어느 시기에 어떻게 존재했는지 알지 못한다. 유럽인의 정복 이후에 알려졌는데 그때는 이미 원주민의 문명, 그들의 언어, 문화는 고의적으로 파괴된 뒤였다. 후손들도 자신의 역사, 언어, 문화를 제대로 전수받지 못했다.
어떤 책인가?
아스떼까 역사의 원본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국유사의 원본 같은 거다.
특징은?
우리가 아는 아스떼까제국의 역사는 그 문명을 파괴한 스페인과 유럽, 그것을 구경한 미국인이 쓴 책이다. 이 책은 아스떼까 사람자신이 기억하고 싶었던, 그들이 후손들에게 남기고 싶었던 역사를 담고 있다.
번역이 쉽지 않았겠다.
아즈떼까 문자는 그림문자다. 직역을 하면 너무 상징적이고 너무 간략해져서 하여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구전되는 이야기, ‘여정의 두루마리’를 함께 검토하면서 책을 옮겨나갔다.
한국어판에 대한 기대는?
막연한 호기심 또는 서구문명의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아스떼까 문명에 대한 정통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와 다른 사람, 다른 지역 또는 다양한 문화를 그 자체로 존중할 수 있는 폭넓은 시각을 여는데에 보탬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Tira de Peregrinación
여정의 두루마리
(아스뜰란으로부터 멕시코까지: 방랑 시기에서 제국이
될 때까지의 아스떼까족의 서사시)
1부싯돌 해(1116)에 우리들은 꼭 필요한 것만을 가지고 이른 아침에 호숫가로 갔다. 조용히 미끄러지며 배를 저었다. 우리들은 오랜 고향을 떠나서 험한 물결을 가로질러 등 뒤에서 해가 솟아올 무렵에 꿀루아깐(Culhuacan, 구부러진 산)의 끼네우아얀 오스또뜰(Quinehuayan Oztotl) 동굴에 도착했다. 신성한 동굴에는 우이칠로뽀츠뜰리 신이 있었다. 우리들은 갖고 온 빨마(Palma) 나뭇잎을 바쳤고 그는 우리들에게 예정된 땅을 향해 떠나라고 말했다, ‘선인장 위에 독수리가 앉아 있는 곳’이라고 했지. 우리들은 신에게 선택된 사람들이었다.
본문 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