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춘추
중국 고전, 동양 역사 신간, <<오월춘추>>
잠들 수 없는 침대
잠자리가 불편하면 깊이 잘 수 없다. 잘 자지 못하면 다음날이 편치 못하다. 하루를 멍하니 보내다 지쳐버리기 일쑤다. 기원전 오세기 무렵, 밤이 찾아오면 땔나무 더미 위에 몸을 눕히는 남자가 있었다. 날이 선 장작은 그의 온 몸을 찔러온다. 통증은 그치지 않는다. 밤은 아침이 되고 아침은 다시 밤이 되지만 그는 잠들 수 없다. 잘 수 없기 때문이었다.
어떤 책인가?
중국 춘추 시대, 남방의 두 나라, 곧 오와 월이 패권을 다투는 흥망성쇠의 기록이다.
춘추란?
공자가 노나라 역사를 바탕으로 지은 책 이름이다. 역사라는 뜻으로 쓰인다.
이 책은 역사서인가?
외양은 역사서고 특성은 문학서다. 틀은 역사를 다루지만 문학적 상상력과 표현으로 서술되었다.
역사서로서 가치는?
정사에 기록되지 않은 사료를 보충한다. ≪사기≫, ≪좌전≫, ≪국어≫에 없는 내용이 있다.
어떤 내용이 그런가?
합려와 부차의 전기를 다루는 4권과 5권이 그렇다. 70∼80%가 정사에 없는 내용이다.
문학성은?
신화, 전설, 이문잡사가 곳곳에 들어 있다. 상상과 허구를 활용한 초보적 소설 구성도 보인다. 역사연의 소설의 기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역사연의 소설이란?
역사적 사실을 기본 바탕으로, 민간 전설과 작가적 상상력을 활용해 이야기를 부연하여 이룬 장회체 소설이다.
장회체 소설이란?
긴 이야기를 여러 장이나 회로 나누어 서술한 소설이다.
오월춘추가 그런 형식인가?
아니다. 편년체로 쓰였지만 각 연대의 구분이 장회와 같은 구실을 한다.
오와 월의 무엇을 기록했는가?
전 역사를 각각 기록했다. 오나라에서는 시조 태백을 비롯해 수몽, 요, 합려, 부차의 전기를 서술한다. 월나라에서는 시조 무여와 구천의 전기를 서술한다.
서술 태도는?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간략하게 처리하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은 자세히 서술해 선택과 집중의 묘를 보여준다.
선택의 기준은?
흥망의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오와 월은 어떤 나라였나?
중국 춘추 시대에 남방에 위치했던 나라다. 선진화된 북방 중원 사람들에게 미개한 오랑캐로 인식되었다. 이른바 춘추오패에 속하는 합려와 구천 등 뛰어난 군주들이 백성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부국강병에 힘쓴 결과 북방 중원 사람들이 그들을 두려워하고 인정하게 된다.
춘추오패는?
춘추 시대 다섯 명의 패주다. 당시 주나라의 힘이 약해지자 제후국들 사이에 질서가 없어졌다. 다섯 제후가 강했는데. 분류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만, 제나라 환공, 진나라 문공, 초나라 장왕, 오나라 합려, 월나라 구천을 가리킨다는 설이 있다.
춘추오패의 의미는?
미개한 남방 나라가 중원의 나라에게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이 책의 메시지는?
하늘 또는 민심에 순응하는 순천자는 흥하고 하늘을 거스르는 역천자는 망한다는 천리를 설파했다.
입증 논리는?
오나라 합려와 부차, 월나라 구천의 치세를 보라. 천심인 민심을 따르고 충직한 신하를 얻어 간언을 수용했을 때는 번창했으며, 그렇지 않았을 때는 쇠퇴하고 패망했다.
구체적 사건은?
와신상담과 일모도원이다.
와신상담의 스토리는?
땔나무 위에 자고 쓸개를 맛보다는 뜻이다. 오나라 부차는 부친인 합려의 원수를 갚기 위해 땔나무 더미에서 잠을 자며 월나라에 복수를 다짐한다. 회계산을 포위한 후 월나라 구천의 항복을 받아 냈다. 굴욕을 느낀 구천은 쓸개를 걸어 놓고 맛을 보면서까지 원한을 풀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오나라를 멸망시켰다.
일모도원은 어떤 사건인가?
날은 저물고 길은 멀다는 말이다. 오자서는 부친과 형의 원수를 갚기 위해 오나라로 도망친다. 오나라의 힘을 이용해 결국 초나라를 공격하고 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채찍질한다. 소문을 들은 신포서가 찾아와 그를 꾸짖는다. 오자서는 ‘날은 저물어 가고 갈 길은 멀어’ 이러한 비도덕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노라고 대답한다.
뭘 말하고 있나?
통치자가 하늘 곧 백성의 뜻을 따르고 그들과 소통하고 듣기 싫은 충고를 달게 받아들일 때 나라가 흥한다는 얘기다.
통치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정한 뜻을 이루기 위해 오자서처럼 부단하게 불굴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데 시사점이 있다.
조엽은 누구인가?
동한 시대 사람인데 정확하지 않다.
어떤 사람인가?
서기 40년 전후에 태어났을 것으로 추측된다. 젊어서 하급 관리가 되었으나 관직을 버리고 두무에게 ≪한시≫를 배웠고, ≪오월춘추≫·≪시세력신연≫·≪한시보≫를 지었다.
왜 ≪오월춘추≫를 썼을까?
자기 지역의 역사를 바탕으로 당시 유포된 이야기를 수집하고 구성해 읽을거리를 만든다면 오월의 존재가 세상에 널리 알려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가 참고한 사료는?
가장 많이 참고한 책은 ≪월절서≫다.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따서 기록한 부분도 있다. ≪사기≫, ≪좌전≫, ≪국어≫ 등도 참고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강사 김영식이다. 중국 고전소설을 전공하고 고전 번역을 주된 업으로 삼고 있다. ≪문선≫, ≪박물지≫, ≪열자≫ 등을 번역했다.
관심은?
중국 고전을 학술적으로 번역하는 것이다. 특히 아직까지 번역되지 않은 작품을 번역하는 데 많은 관심이 있다.
중국이 흥미로운가?
지금도 그렇지만 고대 중국은 우리와 공동의 문화를 지니고 있다. 우리의 일부인 이웃을 몰라서야 되겠는가?
고전은 어떤 것인가?
선인들의 지혜와 사상과 생활양식이 담긴 그릇이다. 우리를 돌아보고 바른 가치를 세워 나갈 지표를 제시한다.
어떤 지표인가?
비유하자면 고전은 몸이고 현대는 의복이다. 옷은 유행 따라 변하지만 이미 이루어진 몸은 변하지 않는다.
번역의 주안점은?
학술적으로 인용 가능하도록 정확성에 초점을 두었다. 문장 구조에 맞추어 직역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학술적으로 많은 공헌을 하고자 풍부한 각주도 달았다.
학술서인가?
절대 아니다. 일반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가독성 또한 염두에 두었다. 내용의 재미를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번역자는 어떤 대목이 제일 재미있었는가?
오월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과정이다. 이야기의 전개가 흥미진진하고 오자서의 일생이 감동과 비탄을 자아내게 한다. 역사서가 아닌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책을 잠깐 들여다보면?
여길 봐라.
합려가 막야검을 보배로 여긴 후, 또 나라 안의 사람에게 금구(金鉤)를 만들라고 하며 이렇게 영을 내렸다.
“좋은 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에게는 100금을 상으로 내리겠다.”
오나라에 구를 만드는 사람이 몹시 많았는데, 어떤 사람이 왕의 후한 상을 탐내 두 아들을 죽여서 그들의 피를 금(金)에 발라, 두 자루의 구를 이루어 합려에게 바치고, 궁문에 이르러 상을 구했다. 오왕이 말했다.
“구를 만드는 사람은 많은데, 그대만이 상을 구했다. 그대가 만든 구는 여러 사람들의 구와 어떻게 다른가?”
구를 만든 사람이 말했다.
“저는 대왕의 상을 탐내 두 아들을 죽여서 그들의 피를 금에 발라 두 자루의 구를 이루었습니다.”
왕은 여러 구들을 들어 그에게 보이며 말했다.
“어느 것이 그대의 것인가?”
오왕의 구들은 몹시 많고 모양도 서로 비슷해, 두 자루의 구가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게 되자, 구를 만든 사람이 구를 향해 두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오홍(吳鴻)과 호계(扈稽)야, 내가 여기 있는데 대왕께서 너희들의 신령함을 모르신다.”
입에서 말소리가 떨어지자 두 자루의 구가 날아와 부친의 가슴에 달라붙었다. 오왕은 크게 놀라며 말했다.
“아아! 과인이 진정 그대에게 면목이 없소.”
이에 100금을 상으로 내리고, 늘 차고 몸에서 떼어 놓지 않았다.
≪오월춘추≫, 조엽 지음, 김영식 옮김, 79∼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