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권 작품집
“함께 먹을라다가 하도 배가 고파서 먼저 먹었소.”
“잘했네. 어머니랑도 잘 잡수시던가?”
“잘 잡사겠다우.”
인수는 밥을 먹으면서도 동생이 무시로 마음에 걸렸다. 의사가 육물을 먹이지 마라던 것이었다.
“망할 자식, 고깃국 한 그릇 먹을 복이 없어서!”
<가난한 형제>, ≪오유권 작품집≫, 오유권 지음, 윤송아 엮음, 99쪽
가난한 형제는 누구인가?
꼭두말집 인수와 평수다. ‘연 이태를 큰물로, 가뭄으로 곡식 한 톨 입에 댈 수 없는’ 궁핍한 처지에 놓였다. 공사장에서 품팔이를 하지만 하천부지 공사가 중단되어 그마저 끊겼다.
고깃국은 어디에서 얻었나?
인수가 공사장에서 밀린 품삯 육백 원을 받아 냈다. 보리 두 말을 사 죽을 쑤면 네 식구가 보름을 먹을 것이다. 하지만 고기나 한번 먹어 보고 죽어야겠다며 보리 넉 되와 돼지고기 한 근, 인절미를 샀다.
평수가 고깃국을 먹으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구걸을 다니다가 개한테 가랑이를 물렸다. 의사는 치료를 위해 고깃국을 금했다.
치료비가 있었나?
고기를 사고 사백 원이 남았다. 의사는 개 주인에게 치료비나 받으라고 했지만 인수는 시끄럽게 떠들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남은 돈을 모두 치료비로 썼다.
이제 그들은 어떻게 먹고사나?
‘살이라도 저며서 쌀되를’ 살 결심으로 곡식을 구하러 다닌다. 그때 정부에서 배급을 한다는 소문이 마을에 돈다. 초조한 마음을 안고 이장 집으로 간다.
배급을 받는가?
받지 못한다. 영농 자금과 절량농가 대여곡이라는 명분으로 농지가 있는 농가를 위한 지원책일 뿐이었다. 밭 한 뙈기 없는 인수네는 무상 배급이나 기다려야 한다.
인수의 삶은 어디로 가는가?
죽어 나가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부자로 이름난 고수머리 영감을 떠올린다. 인수는 공사가 끊긴 날 그를 찾아가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 그는 손주에게 세 발 자전거 하나를 못 사 주고 있다며 인수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인수는 그 집 곳간에 쌓여 있을 쌀가마니를 훔치기로 작정한다.
성공하는가?
이른 새벽 평수를 깨워 고수머리 영감네로 향한다. 쌀 두 가마니를 빼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인수는 벼랑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치고 의식을 잃는다.
<가난한 형제>는 어떤 작품인가?
1960년대 농민문학의 탁월한 전형이다. 빈농 임노동자의 처참한 삶을 증언하면서 부정적 현실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을 제시한다. 작가의 자전 기록이 녹아든 단편소설이기도 하다.
자전적 요소는 무엇인가?
오유권은 1928년 나주에서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살았던 곳이 바로 꼭두말집, 영산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의 집이었다. 그곳에서 농촌의 생활과 농민의 애환을 체험했다.
빈농의 아들은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
20세에 노자영의 ≪인생 안내≫를 읽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소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지만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탐독하고 ≪우리말큰사전≫을 여러 번 필사하며 문학 공부에 매진했다. 김동리와 황순원의 지도를 받았다. 황순원의 추천으로 1955년 ≪현대문학≫에 <두 나그네>, <참외>가 발표되어 등단했다.
어떤 작품을 내놓았나?
농촌 생활을 근간으로 구체적인 실상을 묘파하면서 농민들의 생생한 육성을 담아낸 농민소설을 발표했다. 과거 우리 농민소설의 폐단이었던 추상성·공식성을 극복하고 농민소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새로운 지평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40여 년간 장편 8편, 중편 10편, 단편 230편을 내놓았다. 한국 현대문학사상 가장 많은 소설을 발표한 것으로 기록된다.
당신은 누구인가?
윤송아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강의한다.
2758호 | 2015년 10월 1일 발행
가난한 형제
윤송아가 엮은 ≪오유권 작품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