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더운 날 읽을 만한 책
웃고 있지만 생각의 깊이는 알 수 없다
중국 최초의 우스개 모음집. ≪소림(笑林)≫은 ‘웃음의 숲’이다. 소화(笑話)는 풍부한 상상력과 해학이 넘치는 고사를 간결한 문장 형식과 소박한 언어로 묘사한다. 현실의 모순을 신랄하게 풍자해 독자를 웃게 만들고, 동시에 깊은 생각에 젖게 한다. 노신은 이 책을 두고 “비위를 들춰내고 오류를 드러낸 것… 후대 해학문의 시조다”고 했다.
≪소림≫, 한단순 지음, 김장환 옮김
칭찬은 발톱을 숨기고 있었다
작가 빅토르 아임에게 2003년 몰리에르 최우수극작가상을 안겨 준 풍자 코미디극이다. 극작가 겸 연출가 제르트뤼드와 여배우 오르탕스가 공연 연습 첫날 무대에서 만나 서로에 대한 칭찬과 감탄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내 다정했던 대화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두 사람은 서서히 맹수처럼 서로를 할퀴고 물어뜯는다.
≪무대 게임≫, 빅토르 아임 지음, 김보경 옮김
사람들은 몰랐던 체호프의 시선
사람들은 몰랐지만 청년 체호프가 처음 손댄 문학은 유머 단편이었다. 재미있었고 인간의 양심을 가리키는 시선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가명으로 발표된 이 작품은 높은 인기를 얻었고 원고료도 적지 않았다. 당시 이 천재는 고학생이었고 돈이 필요했다. 단편은 가볍지만 간단치 않다. 강렬하게 인간의 속물근성과 허위를 고발하기 때문이다.
≪체호프 유머 단편집≫, 안톤 체호프 지음, 이영범 옮김
영화는 육체와 어떤 관계인가?
영화, 지각, 인간 육체는 서로 어떤 관계가 있는가? 대답의 방법으로 저자들은 창과 틀, 문과 스크린, 거울과 얼굴, 눈과 시선, 피부와 접촉, 귀와 공간, 뇌와 정신의 관계를 분석한다. 각 장은 영화 장면에서 시작해 학파와 개념, 이론가를 소개한다. 시각 중심 해석에서 벗어나 청각, 촉각, 더 나아가 정신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최근의 학계 경향을 반영했다.
≪영화 이론: 영화는 육체와 어떤 관계인가?≫, 토마스 엘새서·말테 하게너 지음, 윤종욱 옮김
미디어 진화와 주체의 분열
거리와 시차는 인간이 자율적 주체가 되기 위한 조건이다. 그러나 미디어는 시공간을 압축하고 전자 미디어는 극한을 예시한다. 조건이 바뀌면 인간은 어떻게 변할까? 멀리 있는 대상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상황은 자아를 분열시킨다. 시공간 한계의 극복은 인간 주체의 실종으로 나타난다. 미디어의 진화를 인간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저자의 시선이 날카롭다.
≪전자 미디어, 신체·타자·권력≫, 오사와 마사치 지음, 오석철·이재민 옮김
핑크영화가 말하는 일본의 깊은 곳
변태성, 우스꽝스러움, 말도 안 되는 기괴함, 매우 기이한 이야기를 총망라한 핑크영화는 단번에 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재스퍼 샤프는 일본만의 독특한 섹스 영화 운동의 세계를 탐험한다. 독자를 일본 문화와 사회, 그리고 급진적인 정치학의 깊은 곳으로 안내한다. 이 책은 일본에서 가장 활기차고 가장 높은 생산력을 자랑하는 영화 장르에 대한 최선의 보고서다.
≪일본 섹스 시네마≫, 재스퍼 샤프 지음, 최승호·마루·박설영 옮김
2711호 | 2015년 8월 7일 발행
올해 가장 더운 날 읽을 만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