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발췌, 이것이 고전의 진면목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지만지에서 출간하고 있는 ‘원서발췌’ 시리즈는 ‘타이틀 전문 연구자가 원서를 직접 읽으면서 밑줄 친 대목만 골라 번역한 책’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책이 없었습니다. 주로 다이제스트, 축약본, 쉽게 다시 쓴 책, 논술 대비 부분 발췌본이 출판되었습니다. 그래서 원서발췌라고 이야기해 주어도 축약본이라고 오해하는 일이 많았죠. 해외 사례도 많지 않아서 독일 주어캄프출판사의 발췌본 시리즈 정도가 꼽힙니다. 귀한 책이지요. 그 원서발췌 신간 5종이 출간되어 소개합니다.
기린의 탄생은 목이 짧은 종이 도태되었다는 도태설이나. 높은 나무의 잎을 먹기 위해 목이 길어졌다는 획득형질 유전설 두 가지로 설명됩니다. 전자는 다윈의 주장이고 후자는 라마라크의 이론이에요.
진화론은 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간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습니다. 그후 환경 요인이 커다란 관심으로 부각되면서 라마르크의 재발견이 이루어지죠. 라마르크는 무척추동물 분류학자이며, 고생물학의 창시자이고 생물학의 초안자며, 진화론의 창시자로 불립니다.
그의 대표작을 25% 발췌했습니다. 라마르크는 내부의 부드러운 조직 운동과 새로운 환경의 영향으로 다양한 동물이 탄생한다고 확신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사람보다 단순한 동물 연구를 통해 각 능력의 기원, 생명 부여와 유지의 원인, 복잡성 증가, 숫자의 비약적인 증가 원인을 밝히고자 했고요. 그 과정이 바로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농부’ 피어스의 등장은 영문학에서 전례가 없던 사건이었습니다. 지배 계급이 아닌 평민의 삶이 가치를 부여받는 계기가 됐죠. 저자는 진리와 자비가 인간의 가슴 속에 있고, 순례는 지리적 이동이 아닌 내면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이 작품은 동시대 작가인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처럼 중세에 유행하던 드림 알레고리란 장르로서, 꿈이란 장치를 통해 숨겨진 형태로 진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14세기 기독교의 실패를 꼬집으면서 교회와 성직자들의 타락, 부자들의 비정함과 가난한 자들의 고통을 풍자합니다. 원작의 내용을 최대한 손상시키지 않고 전달할 수 있도록, 이야기의 흐름을 따르면서 가장 흥미 있고 역동적인 장면을 14% 골라 발췌 번역했습니다.
르네상스의 태동기, 인간성 회복이라는 시대 분위기에 맞춰 인간 육체의 쾌락을 탐하는 줄거리를 성서의 이론으로 뒷받침하는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사제인데 종교서이자 에로문학, 도덕서이자 풍자문학의 성격을 두루 갖추며 ‘인간 희극’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인간적인 사랑인 ‘미친 사랑’의 위험과, 신에 대한 사랑인 ‘좋은 사랑’이 주는 이점을 즐겁게 알려줍니다. 종교적인 내용은 진지하게, 이교도적인 내용은 유쾌하게 섞고 호방하게 표현하여 중세 작품에서는 보기 어려운 유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30%를 골라 번역했습니다.
정반합 변증법 체계의 완성을 헤겔보다 먼저 한 자가 바로 셸링입니다. 이 책이 없었다면 헤겔의 대표작 ≪정신현상학≫은 없었죠. 그만큼 중요한 저서입니다. 이 책에서 셸링은 자기의식의 역사를 서술합니다. 이론적 앎, 실천적 앎, 이론적인 것과 실천적인 것의 종합으로서 예술에 대한 앎의 단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게다가 근대의 많은 철학과 달리 셸링의 자연은 힘차게 약동하고 생명을 되살려내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셸링의 사상에서 모든 것은 생명으로, 정신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책의 전체 내용 중 원리를 다루는 부분 등 15%를 발췌 번역하였습니다.
잘 생긴 귀족 청년인 칼리스토는 우연히 만난 명문가의 아가씨 멜리베아에게 사랑을 느끼고 매파 셀레스티나가 나서며 사건이 시작됩니다. 윤리적 종교적으로 문제가 있던 칼리스토나 탐욕과 주술에 사로잡힌 셀레스티나 등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죽거나 불행해지는 결말은 다소 교훈적이죠. 하지만 개인의 능력 중시와 쾌락주의와 같이 종교와 신분제도를 너머 가부장제 사회에서 억눌려 있던 인간들의 욕망이 터져 나오는 징후도 느껴집니다. 르네상스 인문주의의 발흥을 예고하는 작품입니다. 이 책은 표현력이 뛰어난 대화체와 활력 있고 유연한 언어로 등장인물들의 개성과 감정을 매우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실주의 전통의 효시이자 표본으로 꼽힙니다. 본문에서 희곡으로 표현된 곳은 원본을 완역한 부분입니다. 반복되거나 불필요한 부분들은 역자가 편집하고 축소하여 30%를 발췌 번역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