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텔레비전 문화사
4월의 새 책 1. 유럽 텔레비전 문화사, 위기의 역사
제롬 부르동(Jérôme Bourdon)이 쓰고 김설아가 옮긴 <<유럽 텔레비전 문화사, 공영방송에서 리얼리티쇼까지 1950~2010(Du service public à la télé-réalité: Une histoire culturelle des télévisions européennes 1950~2010)>>
시민의 정보와 교양은 누가 책임져?
유럽 공영방송, 텔레비전의 출발점은 시민의 정치 의지다. 사회 철학이고 문화와 교육에 대한 유럽 정신의 테크놀로지였다. 미국의 위협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살아 있다.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유럽 텔레비전의 역사를 쓰는 것은 곧 위기의 역사를 쓰는 것이다.
‘서론: 유럽, 문화, 텔레비전’, <<유럽 텔레비전 문화사, 공영방송에서 리얼리티쇼까지 1950~2010>>, xiii쪽
유럽에서 공영방송이란 무엇인가?
단순 방송 체제가 아니다.
방송 체제가 아니라면, 그렇다면 뭔가?
정치 의지이자, 사회 철학이자, 문화와 교육을 존중하는 유럽 정신이 반영된 역사적 결과물 그 자체다.
유럽 정신이 뭔가?
대중매체를 ‘공공 서비스’로 보는 관점이다. 정보, 교양, 오락이라는 가치 중 정보와 교양이 공영방송 체제와 프로그램 포맷의 핵심 토대다. 유럽에서는 텔레비전 방송이 국가 업무로 인식되었다.
공공 서비스의 관점은 어디서 확인되나?
초창기 텔레비전 픽션물이다. 영국 공영방송은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독일은 괴테의 작품들을 텔레비전 극으로 만들어 방송했다.
그게 재미가 있었겠는가?
오락물에도 문화와 교양을 담으려 한 것이다.
당시 픽션물이란 어떤 프로그램인가?
초기 유럽 공영방송이 문화와 교육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장르다. 각국의 텔레비전 제작자들은 픽션물로 그들의 문화적, 교육적 열망을 마음껏 표현했다.
유럽 텔레비전에는 지금도 그때의 공영방송 정신이 살아 있나?
아쉽게도 아니다. 공영방송의 문화 정치적 열망, 곧 유럽 특유의 계몽주의적인 열망은 탈규제화 이후 많이 사그라진다.
탈규제는 언제 시작되었나?
1970년대 말 이탈리아에서 민영 채널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부터다. 정당과 대기업 사이의 암묵적이고 비밀스런 관계 속에서 경쟁 체제 도입이 허용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방송이 어떻게 되었나?
공영방송이 정체성을 잃어 간다. 상업적인 편성 체계가 방송에 자리 잡는다. ‘미국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미국화 이후 유럽 공영방송의 사정은 어떤가?
보도, 교육, 오락이라는 임무를 지닌 공공 서비스 개념이 약해진다. 단지 민영방송의 반대되는 개념, 곧 국가가 보호해야 하는 허약한 기반의 방송 시스템으로 그 성격이 변한다.
미국 방송은 유럽 방송을 어떻게 바꾸었나?
탈규제화, 상업화 흐름을 타고 인기 있는 미국 프로그램 수입이 활성화한다. 자국 프로그램 제작 활동의 자극제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그 인기에 밀려 제작 활동을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저널리즘의 변화는 없었는가?
1970~1980년대 미국 보도 프로그램의 특징, 곧 앵커의 스타화와 뉴스의 개인화가 유럽에 도입된다.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상업적 형태의 뉴스 형식과 포맷이 유럽에 확산되었다.
유럽 공영방송의 반격은 무엇이었나?
리얼리티쇼로 활로를 모색했다. 일부 공영방송사들이 대중성을 따르면서도 ‘경쟁’이라는 요소를 뺀, 실험과 관찰 위주의 리얼리티쇼를 제작했다. 상업적 포맷을 ‘자기화’하는 작업이었다.
상업 포맷의 자기화, 어떤 사례를 들 수 있는가?
<빅브라더>와 <서바이버>가 그 예다. 유럽의 대표적 리얼리티쇼인 <빅브라더>나 <서바이버>는 세계 어느 나라나 쉽게 따라할 수 있고 적응할 수 있는 포맷이다.
세계적 히트의 성공 요인이 뭔가?
‘호환성’이다. 이 점 때문에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될 수 있었다.
리얼리티쇼의 관음증 논란은 해결되었나?
그런 비판이 있다. 아예 리얼리티쇼의 제작과 방송을 거부하는 공영방송사도 있다. 프랑스 공영 채널이 대표적이다.
이 책, <<유럽 텔레비전 문화사>>의 분석 방법과 관점은 무엇인가?
유럽 각국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장르의 발전사를 중심으로 그 역사를 기술한다. 각국 프로그램들이 서로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비교 관점에서 분석한다.
프로그램 장르에 초점을 맞춘 까닭은 무엇인가?
유럽 텔레비전이 변천사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 주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미국식 상업방송의 영향에 휩쓸려 온 유럽 방송 환경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한국의 공영방송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유럽에서 공영방송이 쇠퇴해 간다고는 하나 그 철학과 정신이 물려준 계몽주의적 전통은 여전히 그 속에 살아 있다. 이 책은 공영방송 철학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던 한국 방송 환경에 공영방송의 프로그램들이 어떠한 신념과 철학 속에서 제작되었는지, 도대체 공영방송의 철학과 신념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윤곽을 제시한다. 미래 공영방송의 평가 척도와 기준을 제시할 것이다.
이 책을 권하고 싶은 독자는 누구인가?
공영방송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한 번이라도 고민한 방송인, 유럽 방송 문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 내용이 궁금한 학생, 유럽 방송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원하는 연구자들에게 권한다. 한국 공영방송의 문제점들을 비교 관점에서 인식해 가며 읽기 바란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설아다.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