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구몽 시선
비 오는 개울가에서 생각에 빠져
비가 내리니 마치 앞산에 수많은 가는 실이 펼쳐진 듯하고,
노 젓는 소리가 커서 마치 옷감 짜는 기계 소리 같다.
왠지 모르게 근심이 비단 짜지듯 만들어지니,
시인이 술로 탈난 병을 이길 수 있으랴.
溪思雨中
雨映前山萬絇絲,
櫓聲沖破似鳴機.
無端織得愁成段,
堪作騷人酒病衣.
<<육구몽 시선(陸龜蒙詩選)>> 가운데 한 편을 골랐다. 당나라의 시인 육구몽은 소주(蘇州) 사람이다. 술과 차를 좋아하여 세상과 단절하고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했다. 임원빈이 그의 시 600여수 가운데 59수를 골라 옮겼다. 자연에 투영되는 인간의 욕망과 의지가 비단처럼 섬세하게 이미지를 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