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봄날은 보란 듯이
학질이나 그런 몹쓸 병까진 아니더라도/ 한 열흘 된통 보란 듯이 몸살이나 앓다가/ 아직은 섬뜩한 바람 속, 허청허청/ 삼천리호 자전거를 끌고/ 고산자 김정호처럼 꺼벅꺼벅 걸어서/ 길 좋은 이화령 두고 문경 새재 넘어서/ 남행 남행하다가// 어지간히 다사로운 햇살 만나면/ 볕바른 양지쪽 골라 한나절/ 따뜻한 똥을 누고 싶네, 겨우내 참아 온/ 불똥을 누고 싶네 큼직하게 한 무더기 보란 듯이/ 보란 듯이 좋은 봄날
≪윤제림 육필시집 강가에서≫, 16~17쪽
“내 시는 조화와 평화를 꿈꾼다.”
시인의 꿈은 글씨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보란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