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낙엽
한 장의 지폐보다/ 한 장의 낙엽이 아까울 때가 있다/ 그때가 좋은 때다/ 그때가 때 묻지 않은 때다/ 낙엽은 울고 싶어 하는 것을/ 울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기억하고 싶어 하는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낙엽은 편지에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엽을 간직하는 사람은/ 사랑을 간직하는 사람/ 새로운 낙엽을 집을 줄 아는 사람은/ 기억을 새롭게 갖고 싶은 사람이다
≪이생진 육필시집 기다림≫, 134~135쪽
누구나 좋은 때가 있다. 간직하고 싶은 때가 있다. 대지에 내려앉은 한 장의 낙엽을 집어 든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 좋은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