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관 육필시집 저녁별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여름밤은 뜬눈으로 지새우자/ 아들아, 내가 이야기를 하마/ 무릎 사이에 얼굴을 꼭 끼고 가까이 오라/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우리들을 그냥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구나./ 나뭇잎에 진 한낮의 태양이/ 회중전등을 켜고 우리들의 추억을/ 깜짝깜짝 깨워 놓는구나./ 아들아, 세상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많은/ 너는 밤새 물어라./ 저 별들이 아름다운 대답이 되어 줄 것이다./ 아들아, 가까이 오라/ 네 열손가락에 달을 달아 주마./ 달이 시들면/ 손가락을 펴서 하늘가에 달을 뿌려라./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짧은 여름밤이 다 가기 전에/ (그래, 아름다운 것은 짧은 법!)/ 뜬눈으로/ 눈이 빨개지도록 아름다움을 보자.
≪이준관 육필시집 저녁별≫, 68~69쪽
여름밤,
무엇이든지
별들에게 물어봐.
여름밤은 짧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