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조 사선
서늘한 햇빛은 쓸쓸히 창문에 어리고
오동나무는 밤새 내릴 서리 원망할 테지.
술자리 끝난 후 쌉쌀한 차 한 잔 더욱 좋고
꿈에서 깨어나면 서뇌 향 타고 있으리.
가을은 이미 다 지났건만
해는 여전히 길어
왕찬이 먼 고향 그리는 것보다 더 처량하도다.
마음 가는 대로 술잔 앞에서 취하는 것이 나을 듯하니
동쪽 울타리에 핀 노란 국화 저버리지 말아야지.
鷓鴣天
寒日蕭蕭上瑣窓,
梧桐應恨夜來霜.
酒闌更喜團茶苦,
夢斷偏宜瑞腦香.
秋已盡,
日猶長,
仲宣懷遠更凄凉.
不如隨分尊前醉,
莫負東籬菊蕊黃.
≪이청조 사선(李淸照詞選)≫, 이지운 옮김, 45~47쪽
오동의 찬 서리, 햇빛이 서늘하다.
가을 지나도 국화 곁에 두는 뜻은
그마저 없다면 무엇을 벗 삼아 취할 수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