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 천줄읽기
강영계가 뽑아 옮긴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 자유정신을 위한 책(Menschliches, Allzumenschliches: Ein Buch für freie Geister) 천줄읽기≫
누군가 잘못 번역했던 니체의 용감한 책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은 낯익은 수사이지만 니체 연구자 강영계는 생각이 다르다. 누군가 잘못 번역한 책 제목을 그냥 썼다고 생각한다. 독일어를 그대로 옮긴 이 책의 진짜 얼굴은 무엇인가?
나는 일찍이 내게 필요했던 ‘자유정신’ 또한 생각해 냈다.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우울하고 용감한 책은 그 ‘자유정신’에 헌납하는 것이다.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 자유정신을 위한 책≫,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강영계 옮김, 20쪽.
그의 자유정신이란 무엇인가?
실천하고 창조하는 개인이 자기 삶을 결단하는 정신이다. ≪이 사람을 보라≫에서는 ‘자유로워진’ 정신이라 적시했다.
그때 무엇이 니체에게 자유정신을 불렀는가?
당시 니체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바그너와 관계는 흔들렸고, 쇼펜하우어 철학에 실망했다. 불안과 고독이 그를 엄습했다.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 자유정신을 위한 책≫은 어떤 책인가?
니체의 중기 저술을 대표한다. 이 책을 기점으로 그의 사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바그너와 쇼펜하우어 대신 볼테르에 관심을 기울였다. 형이상학과 종교의 자리를 과학으로, 예술의 자리를 학문으로 대체했다.
니체는 바그너에서 무엇을 본 것인가?
바그너의 음악에서 자신의 이상을 보았다. 예술이 인간에게 위안을 제공하고, 데카당스로부터 구원할 수 있다고 믿었다.
바그너에 대한 실망은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1876년 바그너가 주최한 바이로이트 축제, 1878년 바그너의 <파르치팔>에 연이어 실망감을 느꼈다. 퇴폐적이고 염세적인 바그너의 예술을 비판함으로써 새로운 과학과 학문으로 허무주의적 시대정신을 극복하려 했다.
무엇이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인가?
전통 형이상학과 이상주의, 종교와 도덕 가치다. 기존의 모든 가치는 근본적으로 인간적인 필요에 따라서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이 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1878), ≪혼합된 의견들과 잠언들≫(1879), ≪방랑자와 그의 그림자≫(1880)를 두 권으로 묶었다. 1권은 646편, 2권은 765편의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다.
니체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전통적이고 합리적인 형이상학과, 종교와 도덕을 비판적으로 논의한다. 진리라고 믿어 온 모든 가치는 인간의 자기기만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파헤쳤다.
그 책을 전환점으로 그의 관심은 바그너로부터 볼테르로 이동하는가?
쇼펜하우어와 바그너에게 등을 돌린 니체는 볼테르에게서 자유롭고 해방된 정신을 발견했다. ‘1778년 5월 30일 볼테르 서거 추모제를 즈음해 그를 기념하여 바친다’라는 부제를 붙여 출간했다.
≪혼합된 의견들과 잠언들≫은 어떤 글인가?
1878년 5월부터 11월까지 그는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자기 자신과 바그너에 대한 내용을 제외한 408편의 잠언을 모았다. 친구, 남성과 여성, 가족, 국가 등에 관한 자신의 논점을 함축적으로 제시한다. 개인의 실존에 관한 글이 많다.
방랑자는 니체 자신인가?
그렇다. 그는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1879년 바젤대학 교수직을 사임했다. 그해 친구들과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어 고독하게 생활했다.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은 뒤 자신을 되찾아 ≪방랑자와 그의 그림자≫를 썼다.
≪방랑자와 그의 그림자≫의 내용은 무엇인가?
니체 자신의 실존과 자유정신을 실천한 삶을 아포리즘 형식으로 이야기한다.
왜 아포리즘 형식으로 썼는가?
내면의 카타르시스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아포리즘은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제시함으로써 지각의 경계를 뒤흔든다.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 철학과 바그너의 낭만주의 음악에 대한 반감, 자유정신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했다.
그의 저술 시기를 나누는 기준은 여전히 루 살로메인가?
그가 제안한 3단계 발전 도식이 일반적이다. 사상의 성숙도에 따라 1876년 여름까지, 1882년 여름까지, 1889년 초까지를 초기·중기·말기로 나눈다.
1876년 여름 이후 1882년 여름까지, 그는 무엇을 썼는가?
과거와 현재의 문화·문명 현상을 본격적으로 비판했다.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 자유정신을 위한 책≫, ≪여명≫이 있다.
중기가 실증과학 시기라는 야스퍼스의 평가는 적절한가?
니체에게 중요한 것은 합리적이고 형식적인 실증과학이 아니다. 그는 과학을 창조적 예술 활동으로 넘어가기 위한 계기로 여겼을 뿐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내면에서 꿈틀대는 힘에의 의지였다.
이 책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으로 알려졌다. 당신은 생각이 다른가?
독일어 그대로 옮겼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은 누군가 잘못 번역해 놓은 것을 비판 없이 수용한 것이다.
원전에서 얼마나 뽑아 옮겼나?
이 책의 핵심 사상을 중심으로 약 5분의 1을 옮겼다.
당신은 누구인가?
강영계다. 건국대학교 철학과 명예 교수이고 중국 서북대학교 객좌 교수이며 한국니체학회 이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