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학 연구 | 커뮤니케이션학 연구
저자와 출판사 3. 박기순 명예교수
아름다운 인연에 정년은 없다
박기순은 2004년에 성균관대학교를 정년 퇴임했다. 그러고 나서 묵직한 번역물을 6권 내놓았고 올해에도 기대 충만한 역서가 출간을 향해 내달린다. 학회지 출간으로 시작된 인연이 십 년을 훌쩍 넘어 학교 밖으로 뻗어간다. 저자와 출판사의 관계는 위치나 시간에 흔들리지 않는다. 연구가 계속되고 출판이 지속되는 한 그것은 점점 더 원숙해질 뿐이다. 해를 거듭해 점점 더 깊어지는 그들의 사연이 궁금해진다.
심심하시겠다?
천만에. 2010년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2005년에는 제커뮤니케이션학회(IACS) 북태평양지역 담당 부회장으로 일했다. 2010년부터 몇 년간은 사단법인 바른사회밝은정치시민연합 공동대표와 고문으로 일했다.
공부는 어떻게 하시나?
퇴임 교수의 모임인 한국언론연구회 회원이다. 연구회는 매월 한 번 모인다.
요즘 준비 중인 책은?
<<인터넷의 미래(The Future of The Internet)>>를 번역 중이다.
왜 이 책을?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변화나 발전을 보여주는 신간에 관심이 많다. 정기적으로 아마존이나 인터넷을 검색하다 이 책을 발견했다. 출간 결정이 난 후에도 출판사에 세 차례나 번역 문의가 들어왔다고 들었다. 사이버 공간에서 생기는 많은 문제와 해결책을 담은 중요한 책이다. 내년 초에 탈고할 예정이다.
정년 뒤에 책을 더 많이 낸 것 아닌가?
재직할 때보다 시간이 많다. 차분하고 여유있게 작업할 수 있다. 퇴임 후 후학들을 위해 좋은 책 한두 권을 집필하고 싶은 것은 모든 교수들의 바람이다.
우리 출판사와는 어떤 인연인가?
지금은 한국PR학회가 된 한국홍보학회와 한국커뮤니케이션학회에서 저널을 발간할 때였다. 커뮤니케이션 관련 도서만 출판한다기에 관심을 가지고 출판을 제안했다.
결과는?
≪홍보학 연구≫와 ≪커뮤니케이션학 연구≫가 지금도 꾸준히 나온다.
저널 작업은 괜찮았나?
그전에는 인쇄소에서 그냥 찍었다. 그러다 전문 출판사가 만드니 교정도 정확해지고 장정과 디자인 모두 훌륭해졌다.
그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닌가?
출판사가 학회 회원이 아닌 보통 독자들도 접근할 수 있도록 시장 유통을 제안했다. 좋은 아이디어였다. 학회도 나도 만족했다. 그 후엔 내 책도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만 냈다.
저널 작업은 잡음이 많은데?
출판사 직원들이 친절하다. 매우 협조적이다. 데드라인도 몇 차례 미뤘는데 부드럽게 소화되었다. 연구자들 가운데는 책 디자인, 장정, 종이 등에 관심이 많은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출판사가 잘 아는 분야라 믿고 일체 관여 안 한다.
잘 알아서 해 주었는가?
그랬다. 나는 콘텐츠만 신경 쓰면 됐다. 콘텐츠가 잘 나오는 게 중요하니까.
그건 원래 출판사가 해야 할 일 아닌가?
커뮤니케이션북스가 등장하기 전에는 많은 연구자들이 거의 한 출판사에만 의존했다. 나도 거기서 한 권을 출판했다. 중요한 내용에 오탈자가 생겼는데 십 년이 넘도록 수정이 안 된 채 계속 틀린 것이 찍혀 나온다.
우리도 오탈자가 있다.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재쇄를 찍을 때 저자에게 수정 사항이 없는지 확인한다.
출판사가 이름값은 하고 있는 것일까?
출판사의 이름처럼 관련 도서를 전문적으로 기획 출판한다는 점에서 다른 출판사와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제는 커뮤니케이션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서 양과 질에서 타 출판사의 추종을 불허한다. 세계 최대의 커뮤니케이션 전문 출판사다.
세계 최고는 아니라는 말인가?
…
이 출판사의 특성은?
기업의 존재 이유는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독자, 저자와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적지 않은 출판사가 소통을 무시하고 도외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관행을 커뮤니케이션북스가 획기적으로 바꾼 것이다. 고객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경영 마인드를 채택하고 시도했다. 훌륭한 변화고 혁신이다.
우리의 소통 방식에 불평도 많다.
인세 보고서 받고 불평하는 사람도 봤다. 소량을 찍기 때문에 인쇄량에 불신을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세 보고서는 저자와의 중요한 소통 시스템이다. 이것을 통해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전하고, 응답을 요청하는 질문지를 보내고, 모두 커뮤니케이션이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인하고 싶어하고 개선하려 한다. 소통을 위한 의지와 노력을 높이 산다.
튄다는 얘기도 있다.
언론학회 때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일찍 와서 전시를 준비한다. 학회와 회원들에게 자극과 격려가 된다. 연구자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을 소개하는 것은 연구자에게도 좋고, 좋은 교재로 배우려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좀 튀면 어떤가?
학회는 우리의 가장 큰 고객이니까 당연한 일 아닌가?
학회와 함께 그런 노력을 하는 곳은 커뮤니케이션북스가 유일하다. 출판사는 연구자들이 저술할 곳을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교재를 제공하는 곳이다. 학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당신의 역서인 매클루언의 <<지구촌>>은 우리 출판사에게 매우 중요한 책이다.
작업은 고통스러웠지만 보람 있게 생각한다. 내 딸이 캐나다 토론토대학교를 졸업했는데 졸업식 때 매클루언연구소에 이 책을 증정하지 못한 것이 내내 안타깝다.
우리 만난 지 10년이 넘었을까?
현격하게 달라졌다. 초기엔 매우 단순한 출판 작업에 그쳤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미 출판된 방대한 양의 서적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교수들이 훌륭한 교재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춰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잠재적 저자를 포함해 광위범한 저자들과 여러 가지로 소통한다.
남에게 추천할 만한 출판사인가?
재직 기간 내내 함께했고 퇴임 후에도 함께하는 출판사다. 이미 많은 후학과 동료들이 도움을 받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학자라면 커뮤니케이션북스를 강추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는 뭐가 모자라나?
저자들의 저작권 관리에 더욱 더 신경 써야 한다. 다양한 곳에 쓰인 출판사 저자의 저적물에 대해 출판사가 자상하게 배려하면서 권리를 확보해주고 그 결과를 나눠주면 저자들은 더 좋아할 것이다.
체력이 달리지 않는가?
나이에 따른 스태미나 감소.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기 힘들다. 공동 작업도 좋은 방식이다. 어찌됐든 앞으로도 출판사가 좋은 주제를 제안하면 적극적으로 작업할 것이다.
박기순은 누구인가?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다. 오하이오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타우슨주립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환교수, 한국홍보학회 회장, 한국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을 했다.
부디 건강하시길
오래오래 우리의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