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집자의 탄생
아시아 콘텐츠 특집 3. 일본 출판
문연주가 쓴 <<일본 편집자의 탄생>>
출판 대국의 검은 옷
불황이지만 그래도 1조6832억 엔, 한국의 7배다. 세계 2위의 출판 시장을 움직이는 주인공은 편집자다. 보이지 않는 문화 지식의 주역이라고 해서 검은 옷이라 부른다.
일본의 근대 출판 미디어는 100년이 넘는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패전 직후 일본 사회에서 출판 미디어가 수행했던 역할만 떠올려 보더라도, 역사 속에서 출판이 가진 사회적 기능과 역할의 중대함을 이해할 수 있다.
‘서론’, <<일본 편집자의 탄생>>, 4쪽.
일본 출판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잡고서저(雜高書低)다. 역사로 보나 구조로 보나 잡지주도형 출판 시장이다.
원인이 뭔가?
패전 후 일본 출판 시장은 주간지, 월간지 등 잡지 출판을 통해 정기적, 안정적 수익구조를 창출함으로써 서적 출판의 불안정성을 보완하며 고성장을 실현해 왔다.
지금도 고성장인가?
아니다. 1997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이다. 일본 출판 산업의 지속적 침체는 바로 잡지주도형 출판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있다. 잡지의 판매수익이 저하됐다.
서적 출판은 어떤가?
서적 출판 역시 마이너스 성장이지만 잡지 출판에 비해 그 폭이 크지 않은 편이다.
현재 사정은 어떤가?
힘든 상황이다. 1996년 출판물 추정판매금액은 2조6563억 엔으로 전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적은 1조931억 엔, 잡지는 1조5632억 엔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3년에는 추정판매금액이 1조6832억 엔으로 떨어졌다.
1조6832억 엔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이 수치는 일본 출판계의 1980년대 초반 시장 규모와 엇비슷하다. 숫자로만 보면 30년의 퇴보다. 1997년 이후 일본 출판 시장은 17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의 지속 원인이 뭔가?
1990년대부터 지속된 경제 불황으로 소득 격차 심화, 개인 소비 침체가 지속되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 역피라미드 인구 구조와 독자 인구 감소도 잡지 매출, 광고 수익 격감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이 현상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일본 정부는 출판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 태평양전쟁 때 정부가 신문과 출판을 장악하고 통제함으로써 군국주의를 심화시켰다는 반성 때문이다. 출판에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이 일반적인 출판계의 정서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자서적 시장의 질서 확립과 발전을 염두에 두고 총무성, 경제산업성, 문부과학성이 적극적으로 간담회를 열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최근 일본 출판의 셀러는 무엇인가?
2013년 한 해 밀리언셀러로 등극한 책은 총 3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루쿠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105만 부, 곤도 마코토의 <<의사에게 살해되지 않기 위한 47개의 주의사항>> 105만 부, 와타나메 가지코의 <<놓여진 곳에서 꽃을 피우세요>>가 102만 부 팔렸다.
다른 책들은 어떤가?
불황일수록 강한 것이 문고본, 신서와 같은 염가본이다. 간결하고 시류에 맞는 테마와 정보를 부담 없이 제공하는 신서는 경제 불황과 출판 불황에도 불구하고 출판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최근 테마는 무엇인가?
2000년대의 테마는 건강한 삶, 노후, 힐링이다.
당신이 <<일본 편집자의 탄생>>을 쓴 이유는 뭔가?
출판 미디어의 역할과 기능 수행에 중핵을 이루는 것이 편집이다. 편집자가 어떤 편집정신을 가지는가에 따라 출판물의 사회적 역할도 달라진다.
편집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일본에서 편집자를 일컫는 표현 중에 ‘구로기(黑衣)’라는 표현이 있다. 구로기는 일본 전통 인형극에서 인형을 다루는 사람을 말한다. 드러나서는 안 되기 때문에 관객의 눈에 띄지 않도록 검은 옷을 입는다. 하지만 관객에게 보이는 중요 등장물인 인형(출판물)은 바로 이 구로기(편집자)에 의해 조정되고 연출된다. 인간의 지적 활동을 엮어내는 조직가로서 드러나진 않지만 결코 없어선 안 될 존재가 편집자다.
당신의 책 <<일본 편집자의 탄생>>은 무엇을 말하나?
일본 사회에서 편집자라는 직업의 탄생을 말한다. 일본의 사회변동, 직업 환경의 변화와 관련해 편집자가 하나의 직업으로 탄생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편집자라는 직업의 구조적 특성과 태도를 살폈다.
당신은 누구인가?
문연주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근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