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포 시선
홀로 있으나 외롭지 않다.
그는 은일했으나 현실을 놓지 않는다. 疏影과 暗香은 고요하고 담담하다. 겨울에 홀로 피는 꽃은 꿋꿋하다. 홀로 있으나 외롭지 않다.
산속 정원의 작은 매화
많은 꽃들 다 시들었을 때 홀로 예쁘게 피어,
자그마한 정원의 아름다운 정취를 독차지하네.
희미한 그림자는 횡으로 맑은 물 얕은 곳에 비껴 있고,
그윽한 향기는 황혼 무렵의 달빛 속에서 풍겨 온다.
흰 새는 내려오려고 먼저 살짝 쳐다보는데,
흰 나비가 안다면 마땅히 애를 끊으리라.
다행히 나지막하게 읊조려 서로 친근해질 수 있으니,
단목 악기나 금 술잔이 모두 필요치 않다네.
山園小梅
衆芳搖落獨暄姸,
占盡風情向小園.
疏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
霜禽欲下先偸眼,
粉蝶如知合斷魂.
幸有微吟可相狎,
不須檀板共金尊.
≪임포 시선≫, 임원빈 옮김, 61쪽
구양수가 “이런 구절은 없었다”고 찬탄한 시가 바로 이것인가?
그랬다. 구양수(歐陽脩)는 이렇게 말했다. “매화를 노래한 시인은 많았지만, 이런 구절은 없었다.”
사마광(司馬光)의 코멘트는 어떤가?
“매화의 품격과 자태를 곡진하게 표현했다”고 했다. 대단한 칭찬이다.
매화는 흔한 시제가 아닌가?
임포의 매화시가 유명해진 뒤 많은 시인이 매화를 소재로 시를 썼다.
그런데 유독 임포의 매화인가?
매화에 관한 한 이 시를 뛰어넘는 작품은 없었다.
이 시는 어떤 시인가?
‘소영(疏影)’과 ‘암향(暗香)’이 가진 고요함과 담담함을 보라. 추운 겨울에 홀로 꽃을 피우는 꿋꿋함은 고상한 품격이다.
학과 나비의 등장은 무엇인가?
시인의 품성과 탈속한 경지를 엿보게 한다. 이런 정황을 학과 나비가 탐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인격을 자연으로 은유한 뒤 시를 읊는 자신으로 다시 데려온다. 인간과 자연의 동화를 보여 준다.
임포에게 매화는 무엇인가?
매화를 보기만 하면 바로 시가 나온다고 했다.
매처학자(梅妻鶴子)라는 별칭의 유래인가?
그에게 매화는 아내이고 학은 자식이었다. 전하는 영물시 40수 중 매화를 제목으로 한 시가 17수다. 학에 대해 읊은 시도 상당히 많다.
임포가 누구인가?
송나라 초의 유명한 은일시인이다. 40세 전후에 항주(杭州) 서호(西湖) 부근의 고산(孤山)에 은거해 시를 짓고 매화와 학을 벗하며 살았다. 시호는 화정선생(和靖先生)이다.
뭘 하며 살았나?
<숲 속에 은거하며 스스로 써 보다(小隱自題)>에 나타나듯 고민도 없고 얽매임도 없었다.
그의 하루는 어떠했나?
책을 읽고 시를 읊다가 무료하면 산책 가듯 밭일 갔다. 땔나무 하러 산에 가고 고기 잡으러 강에 간다.
신선 아닌가?
유가의 수양을 바탕으로 불교 선종의 참선으로 심리의 평정을 얻었다. 도가에서 얻은 고상한 정신세계가 융합되었다.
은일인가?
좌절과 반감 때문에 세상과 단절한 것이 아니다. 번다한 세상사를 피해 고상한 품성을 추구하는 삶이다.
뭘 보고 그렇게 말하나?
과거 준비하는 이들, 또 관리들과 나눈 교유시에 나타난다. 현실에 대한 관심이 보이고 사회를 우려하고 국가를 생각하는 정치시도 있다.
은일과 현실이 함께할 수 있었던 사연은 무엇인가?
어린 시절에 유가 경전을 읽으며 입신양명의 꿈을 가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현실 감각을 얻은 듯하다.
당신은 임포를 언제 어디서 만났나?
대학원에서 송대(宋代) 시가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누구인지도 모른 채 기억하던 매처학자(梅妻鶴子)의 주인공을 만나게 되었다. 송대를 대표하는 고고한 은일시인이라는 사실에 관심이 생겼다.
우리는 그에게서 무엇을 볼 수 있나?
여유가 그리울 때 임포를 만나라. 은일시인의 고상함과 유유자적, 한가로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현실 도피 아닌가?
임포는 은일하면서도 현실을 놓지 않았다. 잠시 벗어나 쉴 뿐 도피해서는 안 된다.
당신은 누구인가?
임원빈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