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를 몰라 더욱 뜨거운 소설들
작자를 몰라 더욱 뜨거운 소설들
지만지가 펴낸 조선 고전소설 7편을 소개한다. 영웅, 애정, 풍자 등 장르와 주제가 다양한데, 모두 지은이 미상이다. 작자가 분명한 작품보다 사랑은 더욱 뜨겁고 풍자는 더욱 날카롭다. 어떤 시대의 현실과 욕망을 절실히 느끼고 싶다면 당대 지은이 미상 소설을 살펴볼 일이다.
옥단춘전 ≪청구야담≫이나 ≪계서야담≫의 설화를 배경으로 조선 후기 사회상을 반영한 애정소설이다. 과거에 낙방한 양반 혈룡은 친구 진호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진호는 거지꼴인 혈룡을 내쫓고 죽이려 한다. 기생 옥단춘은 혈룡을 도와주고 인연을 맺어 후원한다. 암행어사가 된 혈룡은 진호를 벌하고 옥단춘과 행복한 삶을 보낸다. 붕우유신의 윤리와 권선징악의 민중 의식이 드러나 있다. 지은이 미상, 최운식 옮김 |
박씨전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영웅소설이다. 박씨 부인은 남편과 시어머니의 호된 박대를 감내하고 화합을 이룬다. 이후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전란의 위기가 닥쳐오자 여자의 몸으로 전장에 나가 영웅적 면모를 보인다. 전통적 여성관이 지배하던 당시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지은이 미상, 정창권 옮김 |
서동지전 쥐와 다람쥐 사이에 일어난 송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부유한 서대쥐를 찾아가 양식을 얻었던 다람쥐는 이듬해에 또 찾아가 양식을 구해 보지만 거절당한다. 앙심을 품은 다람쥐는 송사를 한다. 이본에 따라 갈등과 그 해결의 양상은 다르지만,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 분해로 치달았던 사회 변동기의 암울한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지은이 미상, 최진형 옮김 |
채봉감별곡 선남선녀 필성과 채봉은 서로 연정을 품는다. 그러나 채봉의 아버지 김 진사가 혼인을 반대하자 채봉은 몰래 집을 나와 도망친다. 헤어진 두 남녀는 서로 만나기 위해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끝내 재회하게 된다. 조선 후기 관리의 부정부패, 매관매직의 성행과 같은 혼란상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채봉이 보여 준 능동적인 여인상은 당대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은이 미상, 조윤형 옮김 |
도술이 유명한 서화담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읜 서경덕은 우연히 신선과 만나 천서를 읽게 된다. 천지의 이치와 술법을 터득한 경덕은 덕을 닦으며 억울한 백성들의 넋을 달래 주고, 주변인의 잘못을 바로잡아 준다. 자신을 향한 질 나쁜 계략은 미리 꿰뚫어 보고 여유롭게 대처한다. 효, 검소, 겸손, 절개를 권하는 유학적 성향과 세상을 멀리하는 도가적 성향이 혼재되어 있다. 지은이 미상, 송진한 옮김 |
심청전 ≪춘향전≫과 함께 많은 사랑을 받은 조선 후기 소설이다. 주인공 심청은 맹인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고자 제의의 제물로 자기 몸을 판다. 이에 감동한 용왕은 심청을 연꽃에 태워 돌려보낸다. 뱃사람들이 이 연꽃을 왕에게 바치고, 심청은 왕과 혼인하게 된다. 아버지는 맹인 잔치에서 왕비가 된 심청을 만나 놀라움에 눈을 뜬다. 효를 행하면 행복해진다는 한국인의 의식이 깔려 있다. 지은이 미상, 최운식 옮김 |
배비장전 판소리 <배비장 타령>에서 비롯한 판소리계 소설 중 하나다. 19세기 조선 시대가 배경이다. 제주도에 새로 부임한 배 비장은 기생과 어울리며 노는 관리들 앞에서 혼자만 올곧은 척 위선을 떤다. 이에 다른 관리들이 기생 애랑과 공모해 배 비장에게 망신을 줄 계획을 세운다. 기생에게 빠져서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관리들과 배 비장의 위선적인 모습을 통해 지배층을 풍자한다. 지은이 미상, 김창진 옮김 |
2927호 | 2017년 10월 10일 발행
작자를 몰라 더욱 뜨거운 소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