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생존 프레임, 대화·생태·전략
뉴스와 저널리즘, 화장을 지우고 나서
김사승은 저널리즘의 생사를 생각한다. 그냥 신문의 몰락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해도 좋다. 뉴스 조직이 뉴스와의 동일체설을 주장하고 대중의 세계관을 저널리즘이라 불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아침에 신문을 기다리지 않고 저녁에 뉴스를 듣지 않게 되었다. 그것들이 태생의 고귀함이나 인민의 염원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소문도 퍼져나갔다. 기술과 자본을 중심으로 성장한 권력과 조직, 그것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와 주술은 기술의 변이와 자본의 이동이 시작되자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의 기술과 늙은 자본에 의지한 한줌의 지식인들, 저널리스트와 언론 조직은 회생할 수 있을까? <<저널리즘 생존 프레임, 대화·생태·전략>>은 이런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부활할 수 있을까? 오늘의 언론인들은 간밤의 숙취에서 깨어나 헌 부대와 이별하고 새 부대를 울러맬 수 있을까?
왜 프레임인가?
생존 전략이나 생존 방식 등의 단어를 쓸 수도 있다. 구체성과 실효성을 약속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 책은 개별 뉴스사업체의 존망을 논하지 않는
다. 업계 전체의 일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했다. 프레임은 범용성을 도모할 수 있는 개념이다.
대화, 생태, 전략의 차이는 무엇인가?
대화는 가장 전통 저널리즘적 프레임이다. 뉴스 생산 중심의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적 기반이 없다면 유지하기 여렵다. 생태 프레임은 생산 주체로서의 뉴스 조직을, 이를 둘러싼 환경과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전략 프레임은 환경과의 관계 방식의 구체성을 적시한다.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조직의 강약점과 환경의 위기와 기회를 관련짓는 것이 전략이다.
지금 저널리즘은 뭔가?
저널리즘의 의미는 언제나 달리 받아들여졌다. 프로페셔널 저널리즘의 시대와 개방 시대의 저널리즘은 같지 않다. 저널리즘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실체적 정의는 저널리즘과 사회의 교섭과정을 통해 구성된다. 생존 프레임은 그런 교섭의 태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국 저널리즘의 현주소는?
서구 사회와 달라 보이지만 사실은 다양한 현상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정도다. 전통 저널리즘의 대응은 유산체제 때문에 거의 행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다. 비용절감 차원의 대증적 변화들만 눈에 띈다. 기존의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서서히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기회인가?
무의미한 질문이다. 생존 프레임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뉴스 조직에게는 기회지만 그렇지 못한 조직에게는 치명적 위기가 된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위기로 흐르고 있지만 이 역시 대응의 오류 때문이지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저널리즘 분석이 유효한가?
저널리즘은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다. 디지털은 하드웨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는 플랫폼의 질적 변화를 통해 소프트웨어의 변화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전통 저널리즘이 이 모든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응할 수 있는 변화를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변화에 대해서 전통 저널리즘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뉴스 시장의 권력이 콘텐츠로부터 배포 쪽으로 이동한다. 뉴스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산-팩키징-배포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에서 지배력의 이동은 디지털 환경에서 처음 나타난 것은 아니다. 뉴스산업과 같은 미디어산업의 속성이다. 지금까지 뉴스조직이 배포의 시장지배력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세 가지 요인을 모두 지배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배포의 지배력을 놓치고 있는 단계여서 두드러져 보이는 것뿐이다. 전략 프레임이 지적하듯이 콘텐츠와 배포의 관계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소셜 저널리즘에 생존 프레임을 적용할 수 있는가?
책의 결론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 소셜 저널리즘의 다양한 매트릭스들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생산역량과의 관련성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면, 특히 생산과정과 생산단계를 재구성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추론의 현실 적용에 문제가 없을까?
문제는 당연하다. 뉴스 조직의 환경과 조건이 다르므로 해결의 방향은 서로 상충될 것이다. 문제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프레임의 큰 틀 안에서 세부 요인이 제대로 작동되는가 그렇지 못한가는 큰 문제가 아니다. 세 가지 프레임이 제시하는 큰 방향성의 오차가 클 때 본 연구가 제시하는 프레임은 수정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 바로 그런 때에 보다 치열한 프레임 재구성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이 연구가 새로운 진전을 위한 밑거름이 된 셈이다. 기대한다.
뉴스 조직에서 일어날 최악의 시나리오는?
정치경영모델과 산업모델에 근거한 과거의 시장지배력을 빌미로 하는 전략을 택할 때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것이다. 세 가지 생존프레임은 이를 버리라는 주문이다.
최선의 선택은?
세 프레임의 효율적 배합이다. 물론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고, 현실적으로 한국의 뉴스조직들이 이를 성취해낼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을 피하고 차선을 구성해낼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라고 본다.
누구를 생각하며 책을 썼나?
지금도 뉴스 현장에 서 있는 나의 옛 동료들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