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12. 한국사전학
커뮤니케이션북스가 만드는 학술지 12 <<한국사전학>>
한국어 백만 단어 시대의 사전학
2003년 창간된 이 학술지는 한국에 하나밖에 없는 사전학 전문 학술지다. 종이 사전이 자취를 감추고 말 사전과 일 사전이 서로의 몸을 섞어 가는 이 시대에 사전학 연구자의 임무는 깊고 복잡하다. 내년에 선보일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의 출현은 이들의 역할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사전을 만들고 연구하는 사람들,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한국사전학>>은 어떤 학술지인가?
국내 유일의 사전학 전문 학술지다. 2003년 창간해서 지금까지 19호를 출간했다. 실제 사전 편찬 작업자들에겐 교류의 장이며 사전학의 학술적 발전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최근 사전학계의 경향은?
辭典과 事典의 경계가 무너진다.
친절하게 설명하면 무슨 말인가?
언어사전(辭典)과 백과사전 같은 사전(事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다양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용자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전자사전이나 웹사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가장 큰 이슈는?
아무래도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이 아닐까 한다. 웹사전으로 구현되며 언어 지식과 백과사전적 지식이 통합적으로 구현되는 사전이다.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의 특징은 뭔가?
지향점은 ‘개방형’과 ‘언어 지식’이다. ‘개방형’이란 말에 표준국어대사전이 갖는 한계를 보완해 사전의 어휘를 개방적으로 보완한다는 의미, 그리고 사전 사용자도 참여가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았다.
‘언어 지식’은 무엇을 뜻하나?
전통적인 언어 사전을 넘어서 표제어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수록한다는 말이다. 백만 단어 규모의 대사전은 쉽게, 자주 출간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은 한동안 큰 이슈가 될 것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나?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최대 어휘 수를 지향하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이고, 또 다른 하나는 표준을 지향하기 때문에 나타난 문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최대 어휘를 추구하다 보니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불필요한 어휘가 지나치게 많다. 또 표준적인 규범 사전을 지향했지만 방언, 북한의 어휘, 전문 용어 등을 포함하는 종합 사전의 성격과 옛말을 포함하는 역사 사전적 성격도 있어 이미 여러 학자들이 지적했듯 모호한 성격이 나타난다.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 편찬에 많은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 않은가?
정부 산하 기관인 국립국어원이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을 담당·편찬하다 보니 학계와 상호작용이 적었다. 2012년 9월에 열린 제21차 전국학술대회에서 나온 많은 논의와 의견을 반영해 보다 발전된 사전이 편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사전학회는 언제 창립되었나?
2001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 사전학회 제2차 국제 대회’를 계기로 창립되었다.
독자는 누구인가?
사전을 만들고 편찬하는 개인과 기관, 국어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들이다.
어떤 논문을 싣나?
사전 편찬 방법론이 소개되거나 이미 출간된 사전에 대한 비평이 이루어졌다. 보다 좋은 사전을 만드는 데 필요한 논의가 뜨겁다.
흔치 않은 학술지여서 출간에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한국에는 사전 편찬 작업을 하는 작업자와 기관이 많지 않다. 또 사전학을 특수 분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투고를 주저한다. <<한국사전학>>은 일반 언어학의 어휘론부터 포털 사이트 검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포괄한다. 사전학에 대한 인식의 한계 때문에 논의가 활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원고는 어떻게 심사하나?
투고 논문은 세 사람 이상의 전문가가 심사한다. 편집 회의를 통해 투고 논문과 관련된 전문가에게 심사를 의뢰한다. 심사 결과에 따라 게재 여부를 결정하며, 심사자 평가 결과의 차이가 클 경우 추가 심사를 통해 공정성을 기하기도 한다. 심사를 통과한 원고는 그대로 싣는 게 아니라 심사평을 반영해 수정한 후 게재한다.
<<한국사전학>>은 한국 사회에 무엇을 기여해 왔는가?
사전 연구는 언어학, 국어학뿐 아니라 서지학, 문헌정보학, 전산언어학 등 여러 학문 분야의 학술적인 연대를 필요로 한다. 여러 분야의 학자와 관심 있는 사람들이 교류하고 학술 정보를 입수한다. 국내의 연구와 실천 결과를 널리 알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품평하면?
한국 사전 편찬의 역사와 함께했다. 이런 점을 학계에서 인정받아 2012년 교육부 한국연구재단의 ‘등재 학술지’로 최종 선정되었다. 게재되는 연구 성과물들이 한국의 사전학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국내 사전학과 <<한국사전학>>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함께 발전하고 있다.
2013년 계획은?
국립국어원의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의 서비스가 전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된 학계의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과 관련한 기획 논문을 <<한국사전학>>에 많이 반영하려고 한다.
등재지 제도는 괜찮은 것인가?
2012년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평가를 통해 <<한국사전학>>이 등재지로 선정되었다. 등재지가 난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사전학과 같은 특수 분야를 알리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언제 만났나?
<<한국사전학>>은 2005년 6호부터 현재까지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발행되고 있다. 디자인과 구성 등 편집 관련 모든 부분에서 세심하게 신경을 써 주는 데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 이런 인연이 계속될 것이라 믿는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하수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고 한국사전학회 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