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2. 문화 연구
커뮤니케이션북스가 만드는 학술지 2. <<문화연구>>
자본주의 생활의 심연
<<문화연구>>는 문화연구가 이 땅에 상륙한 지 25년 만에 나타난 문화연구 학술지다. 한국문화연구학회가 기획 편집하고 커뮤니케이션북스가 발행하는 반연간지다. 이들의 목적은 선명하다. 자본주의 소비사회에서 생태적으로 자신을 형성해나가는 삶, 곧 주체적 생활양식의 가능성을 찾는다. 잉여가 이윤이 되지 않고 문화가 될 때까지, 이들의 탐색은 계속될 듯하다.
<<문화연구>>는 무엇을 하는가?
주체 형성 이론을 구축하고 문화정치학과 문화경제학을 생태학의 관점에서 비판한다.
주체를 형성하는 이론을 어떻게 세우는가?
자본주의 소비문화에서 비롯된 생활양식이 아닌 새로운 생활양식을 찾는다. 대중이 주체적이고 상호부조적인 방식으로 구성하는 새로운 삶의 양식과 문화 그리고 주체양식을 살피는 것이다.
생태학 관점의 비판은 무엇인가?
새로운 삶의 양식이 발현되는 데 장애가 되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구조 문제를 비판하는 것이다.
방법론은 무엇인가?
간학제, 통섭 연구다. 우리 사회에서 서로 무관한 것처럼 취급된 주제를 상호 연관시켜 다양한 주제를 다룰 생각이다.
창간호 주제인 <재난자본주의와 정서>가 그런 시도인가?
그렇다. 지금까지는 연결지어 연구되지 못했던, 그러나 인간 삶에 엄연히 존재하고 영향력이 있는 사실관계를 연구 대상으로 포착했다.
지금 인간 삶의 이슈가 문화인가? 문제는 경제 아닌가?
양극화, 물신화와 삶의 피폐, 전망 부재가 선명해졌다. 더 이상 자기계발과 상품소비는 위안도, 의미도 되지 못한다. 이제 새로운 ‘삶의 양식’을 주체적으로 구성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68세대의 메시지 아닌가?
그들은 소비자본주의가 더 이상 유의미한 삶의 양식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68혁명 전후로 영국에서 아래로부터의 새로운 삶의 양식, 즉 새로운 문화를 건설하려는 비판적 문화연구가 시작되었다.
여기는 2012년의 대한민국이다.
새로운 삶의 양식을 건설해야 한다는 시대 요구는 그때보다 지금 더 긴급하다. <<문화연구>>는 이런 요구에 응답할 것이다.
<<문화/과학>>이 있지 않나?
그 책은 생태문화사회적 코뮌주의자의 동인지다. 이 책은 자본주의 비판과 대안 문화를 모색하려는 연구자들의 열린 학술지다.
어디까지 열려 있나?
문화연구학회 연구분과를 보자. 문화경제연구분과, 교육문화연구분과, 대중문화연구분과, 서사문화연구분과, 미디어문화연구분과, 페미니즘과문화연구분과, 정보기술문화연구분과, 아시아문화연구분과, 라틴아메리카문화연구분과가 있다. 이들 분과가 학제적 소통과 역동적인 토론을 전개한다.
창간호 기획 주제가 ‘재난자본주의’였다. 낯선 이름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했다. 인공 재난이었다. 자본주의는 재난을 야기하고 위험 사회를 심화시키면서 심리와 정신의 재난을 확산한다. 그러고 나서 치유 산업을 만들고 시장을 확대한다. 재난으로 먹고 사는 자본주의다. 이 현상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 역설적 네이밍을 사용해 탄생한 개념이 재난자본주의다.
자본주의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말인가?
그런 뜻은 아니다. ‘재난자본주의’는 나오미 클라인의 최근 책 제목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를 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재난과 자본주의의 오랜 내적 관계를 파헤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우리는 정서 재난에 역점을 두었다. 이것은 프로이트 시대부터 인식된 개념이다.
특집으로 데이터 권력을 지목했던 까닭은?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론은 ‘해킹’의 비도덕성과 ‘관리’의 허술함을 비판한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이런 유출이 가능할 수밖에 없는 구조와 매커니즘은 무엇인가? 대답을 위해 ‘데이터 권력’이라는 개념이 필요했다.
누가 권력자인가?
주민등록 전산화로 개인정보 아카이브를 중앙집중적으로 구축한 정부, 개인정보의 누출로 이윤을 만드는 정보 기업이 보이는 권력자다. 그러나 좀더 들어가보면 정보 데이터를 이용해 정치와 경제 흐름을 통제하고 이윤을 만드는 정보자본주의 메커니즘이 나타난다.
현실분석 논문으로 ‘자살예방담론’을 선택한 이유는?
자살이 예방 가능한 전염병일까? 자살예방담론은 자살을 과잉의료화한다. 자살 예방은 필요하다. 그러나 과잉의료화되면 자살은 개인 생활습관과 연관되고 예방치료의 책임도 개인 주체에게 설정된다. 이것은 큰 문제다.
그럼 자살의 책임자는 누구인가?
자살예방담론에는 경쟁 일변도의 사회구조가 은폐되어 있다. 사회적 성공과 실패를 전적으로 개인 주체의 능력 유무로 돌리면서 끊임없는 노력을 강제하는 것이 신자유주의 자기계발담론이다. 둘은 무척 닮았다. 최근 유행하는 치유담론도 다르지 않다.
<<문화연구>>는 어떻게 구성되나?
창간호는 ‘기획’과 ‘특집’, ‘현실분석’과 ‘일반 논문’으로 짰다. ‘기획’은 학회의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으로 구성한다. 2011년 가을학술대회에서 ‘재난자본주의와 정서’라는 주제로 발표한 2개의 논문을 수록했다. ‘특집’은 편집위원회가 설정한 특별 주제를 다룬 논문을 싣는다. ‘데이터 권력과 전유의 정치경제학’이라는 주제로 2편을 실었다. ‘현실분석’은 ‘기획’ 혹은 ‘특집’과 관련된 주제로 문화현실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논문을 선택한다. 이번 호에서는 “자살예방담론에 나타난 치유문화”를 실었다. ‘일반 논문’은 대학원 석박사 과정 소장 연구자를 위해 개방한다. 이태원 트랜스 젠더의 역사를 다룬 논문과 박정희 시기를 재현하는 향수 영화를 비판 분석한 논문을 골랐다.
2013년 <<문화연구>>의 계획은?
2013년 1월에 <<문화연구>> 2호를 출간할 예정이다. 2012년 가을학술대회와 2013년 학술대회 주제와 발표 논문을 수록하고 특집 논문을 묶어서 2013년 상반기에 3호를, 하반기에 4호를 출간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심광현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 교수이고 <<문화연구>> 편집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