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론 천줄읽기
국군의 날 1. 천 줄만 뽑아 읽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정토웅이 뽑아 옮긴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의 ≪전쟁론(Vom Kriege)≫ 천줄읽기
자비의 오류
피를 흘리지 않고 이긴다거나 죽이지 않고 승전한다는 생각, 곧 자비는 오류다. 전쟁은 폭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행위다. 무자비한 자가 자비한 자를 언제나 이긴다.
전쟁은 결코 심심풀이가 아니고, 모험과 승리를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며, 또 무책임한 광신주의자들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중요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전쟁이 우연성의 게임과 같은 색채를 띤다든지 변화무쌍한 열정, 용기, 상상, 열광 등을 수반하는 것은 다만 전쟁 수단의 특성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론 천줄읽기≫,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지음, 정토웅 옮김, 32쪽
전쟁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폭력 행위다. 상대를 쓰러뜨려 더 이상 저항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발발 요인은 무엇인가?
문명 민족 간의 전쟁은 언제나 정치 상황에서 비롯되고 정치 목적 때문에 일어난다. 정치 목적 없는 전쟁은 있을 수 없다.
꼭 폭력뿐인가?
국제법의 제한도 폭력을 근본적으로 약화하지는 못한다. 폭력은 전쟁의 수단이다.
죽이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것 아닌가?
그런 말은 유쾌하게는 들리지만 반드시 타파해야 할 인식의 오류다. 전쟁 같은 위험한 일에서 자비로운 마음으로부터 생기는 인식의 오류는 최악이다. 피를 흘리며 폭력을 무자비하게 사용하는 쪽이 반대로 자제하는 쪽보다 당연히 우월성을 차지할 것이다.
전쟁에 이기기 위해 폭력은 극단으로 증폭되는가?
이념적 추상 세계라면 누구나 힘을 극단으로 끌어올리려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 이유가 세 가지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왜 극단에 이르지 못하는가?
첫째, 인간이 본래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진 결점 때문에 결코 절대적 완전성에는 이를 수 없다.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전쟁이 단 한 번의 결전으로 끝난다면 전쟁 준비는 극단성을 띨 것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전쟁은 여러 연속적 행위들로 결판난다. 인간은 본성상 처음부터 최대로 노력을 기울이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어느 한쪽이 노력을 게을리하면 다른 쪽에서도 노력을 완화하는 상호작용이 생긴다.
마지막 이유는 무엇인가?
전쟁에서 패배한 국가가 그것을 일시적 해악으로만 간주하기 때문이다. 패배하더라도 나중에 정치 여건이 바뀌면 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극단에 이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전투력은 어떻게 결정하는가?
현실 세계의 제반 현상과 개연성의 법칙을 근거로 삼는다. 상대방의 성격, 제도, 상태, 상황으로부터 가능한 행동 방향을 추론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동 방향을 결정한다.
전쟁은 상대적이란 말인가?
이론적으로는 극한 상태의 절대 전쟁에 이를 수 있으나 현실에서는 교전국들의 특수성과 정치·경제·기술·사회 요인의 영향을 받아 완전한 폭력으로 확대되지 않는다. 전쟁의 이중성이다.
군사학 이론서로서 이 책의 특징은 무엇인가?
≪전쟁론≫ 이전에 전쟁 이론은 대부분 전략 및 전술 중심의 테마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단계를 뛰어넘어 전쟁 자체의 현상, 구조, 내재적 역학, 그리고 전쟁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들을 광범위하게 다룬 점에서 선구적이다.
어느 전쟁에나 그의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가?
전쟁의 본질 문제 가운데서도 특히 전쟁과 정치의 관계에 대한 이론, 즉 전쟁은 수단이고 정치가 목적이라는 주장은 오늘날까지도 불변의 명제로 통한다.
클라우제비츠는 누구인가?
1792년 12살 때 프로이센의 소년병으로 입대해 1831년 사망할 때까지 평생을 군에서 보냈다. “전쟁과 군사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두고두고 읽고 참고할 만한 책”을 쓰기 위해 1819년부터 ≪전쟁론≫ 집필을 시작했으나 출판되는 것은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당신은 이 책을 어떻게 발췌했는가?
원전은 8편 12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클라우제비츠의 독창적인 이론이자 전쟁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 전쟁의 본질을 주로 논의한 제1편, 제2편, 제8편에서 핵심만을 발췌했다. 전쟁 수행 원칙을 이야기하는 제3편에서 제7편은 제외했다.
전쟁 수행 원칙은 왜 소개하지 않았는가?
클라우제비츠가 살았던 시대 이후로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해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다소 낙후한 이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이 책이 중요한 이유는 뭔가?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요소들보다 사기, 용기, 희생, 리더십 등 정신적 요소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 점이 오늘날 전쟁 기술에서도 지속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정토웅이다. 육군사관학교에서 30년 넘게 전쟁사를 강의하고 퇴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