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 육필시집 사과야 미안하다
여름은 부산 우체국 신호등 앞에 서 있다/ 바다로 가는 푸른 신호를 기다리며/ 중앙동 플라타너스 잎새 위에 여름 편지를 쓴다/ 지난여름은 찬란하였다/ 추억은 소금에 절여 싱싱하게 되살아나고/ 먼 바다 더 먼 섬들이 푸른 잎맥을 타고 떠오른다/ 그리운 바다는 오늘도 만조이리라/ 그리운 사람들은 만조 바다에 섬을 띄우고/ 밤이 오면 별빛 더욱 푸르리라/ 여름은 부산 우체국 신호등을 건너 바다로 가고 있다/ 나는 바다로 돌아가 사유하리라/ 주머니 속에 넣어 둔 섬들을 풀어 주며/ 그리운 그대에게 파도 소리를 담아 편지를 쓰리라/ 이름 부르면 더욱 빛나는 7월의 바다가/ 그대 손금 위에 떠오를 때까지
≪정일근 육필시집 사과야 미안하다≫, 38~39쪽
주머니 속 섬들을 풀어주며
파도 소리 담아 편지를 쓴다.
7월의 바다가
그대 손금 위에 떠오를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