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PR
한국 언론의 문창극 보도 리뷰 4. 박근혜 정부가 이렇게 무기력한 이유
신호창·이두원·조성은이 쓴 <<정책 PR>>
이번에도 늦으셨네
깜짝 인사는 신선하다. 리스크도 크다. 누군지 모르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하는 바로 그때, 원하는 말이 나와야 한다. 실컷 두드려 맞고 뒷북을 쳐봐야 여론은 물 건너간 뒤다. 진영과 승패를 떠나 국력의 낭비다.
정책 구상 단계에서 정부가 채택한 정책 의제를 공중 의제, 곧 국민들이 동의하는 정책 의제로 만드는 데 실패한다면 일련의 다음 단계들에서 지속적인 난관에 직면하게 된다.
“8장 정책 PR의 로드맵”, <<정책 PR>>, 157쪽.
대통령이 국무총리 후보를 지명한다는 것은 어떤 성격의 정치 메시지인가?
국정 운영 로드맵과 정책의 방향을 암시하는 중요 메시지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는 고위직 후보자 지명은 대통령의 인사 원칙과 정치적 역량을 보여 주는 거울이다.
정책 홍보 관점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후보자 지명은 대통령이 국민들의 동의와 협력을 구하는 행동이다. 행정의 의미, 곧 적임자를 발굴하여 적재적소에 선임한다는 기능 수행의 수준을 넘어서는 정치 커뮤니케이션이다.
문창극 총리 지명의 정책 홍보 수준은 몇 점인가?
한마디로 실망스런 수준이었다. 청와대 대변인이 6월 10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후보자 내정을 발표한 지 14일 만인 6월 24일, 문 후보가 정부 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체계적 대응이나 명확한 입장 표명은 볼 수 없었다.
총리 지명자가 사퇴할 때 정부는 뭘 했는가?
청와대 대변인의 후보자 발표, 인사청문회 준비단의 ‘언론사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 발표, 문창극 후보자의 사과와 해명, 출퇴근길 입장 표명과 항변뿐이었다. 14일 동안 국민이 언론을 통해 얻은 정부의 ‘대국민 메시지’는 이게 전부였다.
혼란의 14일 동안 정부는 무엇을 잘못한 것인가?
소통의 타이밍을 놓쳤다. 국민이 궁금해 할 때가 대국민 소통의 마지막 기회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정부의 홍보 메시지는 궁색한 변명으로 비추어질 가능성이 높고, 정권에는 ‘불통’이란 수식어가 따라붙게 된다.
이 정부의 소통 타이밍 감각은 어느 수준인가?
무감각 수준이다. 총리 후보자 내정 발표 이후 시시각각 확산되는 부정적 여론 형성 과정에서 대국민 소통 차원의 홍보 전략과 메시지를 마련하지 못했다. 언론과 야당 그리고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국민들이 그 쟁점을 인식하고 토론에 참여하면서 소위 ‘여론 검증’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기다리며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그때 정부는 무엇을 했어야 하는가?
후보자 발표와 함께 ‘대국민 소통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명 배경, 후보자의 직무 능력과 공적 사항, 정부 정책과 후보자 경력의 일치도, 후보자의 인간적인 면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왜 정부가 그런 것까지 해야 하는가?
정책 홍보 관점에서 보면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정부는 원천적으로 ‘증명의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총리 후보 지명도 ‘왜 이 후보자가 국무총리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증명의 부담을 내포한다.
깜짝 인사를 지명할 때 ‘증명의 부담’의 리스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깜짝 인사의 최대 단점은 후보자에 대한 증명의 부담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모두 귀책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인지 인사를 할 때 증명의 부담은 어디로 가는가?
인지도가 높거나 예측된 후보자를 지명하면 언론과 야당에게 먼저 ‘반증의 부담’이 주어진다.
그런데도 깜짝 인사를 단행하는 이유는 뭔가?
예상치 못한 지명자는 국민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신선함과 시선 집중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민의 호기심은 어떤 이익을 약속하는가?
인지도가 낮은 지명자는 인선 배경이나 다양한 스토리를 국민에게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지명자에 대한 ‘신화적 공간’을 구축하게 된다.
신화적 공간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새로운 얼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우호적 분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지명자는 추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
인사 지명의 홍보 채널은 어떻게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청와대 대변인의 형식적(formal) 발표 방식은 효과가 없다. 대통령이 직접 후보자와 함께 기자실에 들러 지명자를 소개하는 게 좋다.
비형식 발표가 낫다는 말인가?
대통령이 직접 인선 배경이나 지명자의 주요 공적, 자신과의 개인적 인연 등을 설명하는 비형식(informal) 소통 전략이 필요하다. 비형식성이 오히려 대통령과 국민들 사이에 친밀성과 인간적 교감에 기반을 둔 대국민 소통의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 임명과 정책 홍보가 시너지 효과를 거둔 사례도 있는가?
지난 3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사례다. 자신의 에너지 정책과 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실용적이고 경험이 많다고 평가되는 MIT 모니즈 교수와 매카시를 각각 에너지부 장관과 환경보호청장으로 지명했다.
어떤 효과가 있었는가?
지명 초기에 환경 정책에 대한 이해관계 때문에 기업과 시민단체의 반대가 있었다. 백악관은 적극적인 언론 관계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기후 변화 대응 정책과 두 후보자의 일관된 환경 정책 입장 사이의 공통점을 부각시켰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의 에너지 및 환경 정책 추진 의지를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었다.
오바마는 성공한 것인가?
환경단체의 지지와 우호적 여론을 얻어 냈다. 상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초기에 반대했던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까지 포함하여 만장일치로 인준을 받는 성과를 거두었다.
청와대는 뭘 배워야 하는가?
후보자 지명 시점부터 초기 대응해야 한다. 입법기관의 인사청문회 이전에 적극적인 쟁점관리와 미디어 관계를 통해 후보자에 대한 우호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입법기관의 인사청문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인준 과정의 협력을 획득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뭐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대국민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게 첫 과제다. 우호적 여론을 획득하려면 후보자 지명과 함께 정책 홍보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후보자 지명 이후 언론, 야당, 시민단체, 국민들의 여론 형성 과정을 쟁점관리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사안에 따라 필요하면 루머관리팀과 위기관리팀을 가동해야 한다.
이때 정책 홍보의 목표는 무엇인가?
후보자를 보호하거나 임명을 관철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정부의 대국민 소통 의지와 국민들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핵심 목표가 되어야 한다.
국회, 그리고 야당과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가?
그동안 우리나라 정부는 입법기관의 자발적 동의와 협력을 얻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 때문에 국회는 여야 간 싸움의 장이 되었을 뿐이다. 앞에 설명한 오바마 정부의 사례를 연구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의 소통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이유가 뭔가?
국민들의 입장과 시각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다양한 정보·의견·대안·정책을 자유롭게 표출·교환하는 상황이다. 참여와 대화의 시대다. 모든 정책의 출발점은 대국민 소통이라는 임무 수행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책 홍보는 지금 가장 효율적인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왜 그렇게 정책 홍보를 못하는 것인가?
정책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홍보 부족을 탓하곤 한다. 문제가 여기 있다. 정책 홍보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부터 시작해야 되는 것이다.
국민을 놓치기 전에 소통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정부는 사전 쟁점관리, 위기관리, 루머관리, 정책고객관리를 해야 한다. 언론 관계를 통해 정책에 대한 우호 여론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정책 홍보가 이 정부를 정말로 구원할 수 있는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정책은 수립 단계에서 실행 단계 그리고 후속 관리 단계에 이르기까지 정책 홍보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책의 추진 성과와 국민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정부의 노력이 국민의 만족과 연결되지 못한다면 성공할 수 있는 정부는 없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두원이다. 청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