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이론
김진방이 옮긴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William Stanley Jevons)의 <<정치경제 이론(The Theory of Political Economy)>>
경제학은 쾌감과 고통의 산술
쾌감을 얻고 싶다. 고통을 피하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어떻게 판단하고 무엇을 따지고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가? 제번스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통해 우리를 계산한다.
거듭된 숙고와 탐구를 통해 나는 얼마간 새로운 의견에 다다랐다. 줄여 말하면, 가치는 전적으로 효용에 달려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유력한 의견은 효용보다 노동을 가치의 기원으로 삼는다. 노동이 가치의 원인이라고 단언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 반대를 보여 주려 한다. 우리가 가진 상품의 수량에 따라 그것의 효용이 달라지는 자연 법칙을 조심스럽게 추적하기만 하면 우리는 만족스러운 교환 이론에 다다르게 된다.
≪정치경제 이론≫, 윌리엄 제번스 지음, 김진방 옮김, 25~26쪽.
제번스의 새로운 의견이란 무엇인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존 이론이 상품의 가격을 생산의 비용과 연결해 설명하는 데 비해 자신의 이론은 소비의 효용과 연결해 설명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으로부터 교환의 수량 및 비율이 결정되는 원리가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계효용은 그가 처음 생각한 것인가?
‘한계’라는 개념은 고전파의 지대이론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효용’과 결부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확인하면서 교환이론과 생산이론의 기초 원리로 삼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처음으로 제안한 용어는 ‘최종효용도’였으나 나중에 ‘한계효용’이라는 말로 바꾸었다.
한계효용이란 무엇인가?
더 많이 소비함으로써 늘어나는 효용의 크기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할 수 있는가?
한 주에 달걀 8개를 소비할 때 효용이 62라고 가정하자. 9개를 소비할 때 효용은 66, 10개를 소비할 때 효용이 69라고 하자. 그러면 달걀 9개를 소비할 때의 한계효용은 4, 10개를 소비할 때의 한계효용은 3이 된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달걀 8개에서 한 개를 더 소비할 때, 곧 9개를 소비할 때 효용이 66이라면 8개를 소비했을 때의 효용 62보다 4가 더 많아진 것이다. 10개를 소비할 때 효용이 69라면 9개 소비할 때의 효용 66보다 3이 더 많아진 것이다.
제번스는 경제학이 ‘쾌감과 고통의 산술’이라고 주장한다. 무슨 소리인가?
경제학은 쾌감을 얻고 고통을 피하려는 사람의 행동을 분석하는 과학이라는 것이다. 생산은 노동과 노동생산물의 교환으로 간주하며, 효용 극대화를 위한 행위로 이해한다.
모든 경제 행위의 기본 원리가 효용 극대화란 주장인가?
그렇다. 모든 경제 현상을 개인의 효용 극대화로 환원할 수 있다고 본다.
그가 제시한 것은 ‘원리’인가, ‘이론’인가?
개정판 서문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이 책은 “경제에 관한 체계적 견해를 담고 있지 않다”. 그는 한 편지에서 자신의 책을 “정치경제에서 더 중요한 몇몇 공리에 대한 거칠고 불완전한 개설”로 규정했다. 이 책은 서둘러 저술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경제학을 바꾸기 위한 시도였기 때문에 체계와 균형을 갖추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저술을 서둘러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나?
플리밍 젱킨(Fleeming Jenkin)의 논문에 자극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젱킨은 1868년과 1870년에 발간한 두 논문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를 수식과 그림으로 제시했다. 이를 본 제번스는 수리경제학의 선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하고 1870년에 책을 쓰기 시작해 이듬해 완성했다.
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불만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25세 때인 1860년에 형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전파 경제학에 대해 언급했다. “이제는 이 분야의 다른 책들을 보면 어쩔 수 없이 화가 난다”는 것이다. “진짜 경제 이론”을 찾아냈다고도 했다.
스미스-리카도-밀의 이론과 어떤 면에서 다른가?
제번스의 핵심 개념은 소비로부터의 효용이고, 고전파의 핵심 개념은 생산에 필요한 비용이다. 전자의 핵심 원리는 효용 극대화이고, 후자의 핵심 원리는 이윤 균등화다. 전자의 핵심 가정은 한계효용체감이고, 후자의 핵심 가정은 수확체감이다. 달리 말하면, 고전파 경제학이 생산성 향상에 의한 경제 성장을 분석과 평가의 대상으로 삼은 데 반해, 제번스는 합리적 배분에 의한 효용 증대를 분석과 평가의 대상으로 삼았다.
카를 멩거, 레옹 발라의 효용 개념과는 무엇이 다른가?
한계효용 혁명이 ≪정치경제 이론≫만의 결과는 아니다. 멩거가 1871년에 오스트리아에서 ≪경제학 원리≫를 발간했고, 발라는 1873년에 프랑스에서 ≪순수경제 이론≫을 발간했다. 이들은 서로 알지 못했다. 그런데도 세 책이 모두 경제 현상을 효용과 관련해서 분석했다. 이 셋이 영국과 유럽에서 한계효용 혁명을 함께 이끌었으며, 고전파 경제학을 신고전파 경제학으로 대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전파 경제학은 제번스의 새로운 이론을 어떻게 비판했나?
그의 이론이 허술하다거나 새로운 게 없다는 비판, 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평가가 부당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비판은 오래가지 않았다. 경제학이 제번스가 제시한 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훗날 앨프리드 마셜은 그의 이론을 대부분 수용했다.
고전파 경제학이 신고전파 경제학으로 넘어오면서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효용 극대화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가 되었고, 한계효용과 한계비용 그리고 가격의 관계는 핵심 결론이 되었다. 학문 방법 면에서도 수학, 특히 미적분학의 사용이 경제학의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이론에서 수학은 어느 정도 중요한가?
효용 극대화의 조건을 미분방정식으로 나타내는 등 여러 수리적 개념과 기법을 사용해 이론을 기술했으며, 서론에서는 그런 기술을 적극 옹호했다. 그에 따르면, 경제학이 수량을 다루니만큼 수리적 방법을 사용하는 게 당연하며, 그렇게 해야만 진정한 과학이 될 수 있다.
내용을 발췌할 때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가?
원전의 3분의 1로 분량을 줄이되 핵심 내용을 빠뜨리지 않으려 했다. 독자들이 주요 개념을 이해하고 논리의 전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현대 경제학과 대비될 만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진방이다. 인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다. 경제학의 역사와 방법을 연구한다. 최근에는 재벌을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