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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혹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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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새 책 3. 현재 시제, 죽음 또는 아님

김선욱이 옮긴 세르지 벨벨(Sergi Belbel)의 ≪죽음 혹은 아님(Morir o no)≫

텔레비전의 시제
작가는 무작위로 짦은 장면을 병치한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등장해 여기서는 시작되고 저기서는 끝난다. 그들은 현재 시제로 글을 쓴다. 텔레비전에 있는 것은 현재뿐이다.

작가: …이제 마지막 장면이야. 마지막 여행 장면, 그러니까 영화의 마지막은 아니란 말이야. 침대 장면이야. 소년은 이제 아흔세 살이야. 그날도 다른 날이랑 똑같아. 소년, 아니 이젠 노인이지, 아무튼 그가 죽어. 그건 아주 달콤하고 평안하고 조금은 지루한 죽음이야. 열일곱부터 아흔셋까지 겉으로는 호화로운 77년간의 삶이었어. 하지만 슬픈 무관심의 77년이었어. 바로 이 죽음을 본 다음에 장면은 곧바로 급박한 사고 순간으로 돌아오게 돼. 이제 목소리는 소년에게 질문을 던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중요한 질문이야. 사건은 치명적이야. 오토바이는 차와 정면으로 부딪칠 거야. 그럼 그는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가 아스팔트에 머리를 부딪치며 떨어질 거고. 두개골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뇌는 산산이 부서져서 사방으로 튀겠지. 죽음은 순간적이야, 잔인하고 비극적이고 반항적이고 끔찍하게 시적이야. 그래, 오늘날 열여섯 살짜리 보통 젊은이의 단순한 죽음은 시적이고 반항적이야. 그때 그에게 이 결말을 피할 가능성을 알려 줘. 충돌하는 순간에 차 운전자가 갑자기 핸들을 틀어서 충돌을 피할 가능성. 그럼 그 소년은 무사할 수 있게 되지. 그건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가능성이야. 하지만 조건 없는 기회는 없어. 조건은 다음과 같아. 남은 생을 아까 말했던 것처럼 사는 거야. 구원은 그런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러니까 화려하고, 길고, 풍요롭고 그리고… 텅 빈 인생을 사는 거야. 끔찍이도 텅 빈 인생을. 이제 선택해야 해. 지금 여기서 반항적으로 죽느냐, 아니면 77년 동안 감미롭고 지루하고 무관심하게 인생을 살다가 이어서 감미롭고 지루하고 무관심하게 죽느냐. 그러자 소년은 날카로워지고, 모든 게 무너진 듯이 소리치게 되지. “선택하고 싶지 않아요.”
≪죽음 혹은 아님≫, 세르지 벨벨 지음, 김선욱 옮김, 9∼10쪽

‘작가’는 지금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새로 구상한 시나리오다. 열여섯 살 소년에 대한 이야기다.

소년은?
오토바이를 몰다 사고를 당했다. 죽기 직전에 목소리를 듣는다.

누구의 목소리인가?
알 수 없다. 작가에 따르면 천사도, 신도, 어떤 신비한 존재도 아닌 그저 누군가의 목소리다.

누군가의 목소리는 뭐라고 말하나?
삶과 죽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

삶을 택한다면?
그전에 미래의 시공간으로 여행을 다녀와야 한다고 목소리는 소년에게 말한다.

미래는 무엇인가?
미래는 소년이 꿈꾸던 모습 그대로 재현될 것이다.

재현되는 미래는 무엇인가?
고급 맨션, 천국 같은 별장, 조각 같은 여자다. 그렇게 77년을 산다.

그것을 선택하는가?
호화롭지만 지루했다. 사고 순간으로 돌아온 소년은 ‘끔찍이도 텅 빈 인생’을 사느냐, 죽느냐 하는 기로에 선다. “선택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목소리는 소년이 생각할 시간을 준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가?
알 수 없다. ‘작가’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기 때문이다.

‘작가’가 죽은 다음 계속 죽는 또 다른 사람들은 뭔가?
이 희곡의 1막은 ‘죽음’이라는 주제의 7가지 에피소드가 옴니버스로 엮여 있다. 이들은 저마다 극복할 수 없는 삶의 나락 맨 가장자리에 서 있으며 결국 모두 죽는다.

삶의 가장자리에 선 그들은 누구인가?
창조력이 고갈된 시나리오 작가, 마약중독자, 권위적인 엄마에 대항하는 딸, 환자, 알코올중독자다.

이것이 죽음인가?
독립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고독, 의사소통 부재, 인간 존재의 나약함이 모든 죽음에 은폐되어 있다. 독립된 7개 에피소드가 ‘죽음’을 다룬다는 점에서 내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런 내적 관계는 2막에서 외적으로 드러난다.

2막에서 죽음은 어떻게 밖으로 나타나는가?
2막에서는 1막 에피소드가 역순으로 진행된다. 결말이 뒤바뀐다. 인물들이 죽지 않고 산다.

살아서 뭘 하는가?
2막은 각 장면에 나오는 인물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딸’은 ‘마약중독자’의 조카로, ‘환자’는 ‘딸’을 구한 은인으로 비치는 것이다.

각각의 7가지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라는 말인가?
모든 에피소드가 연결된 것처럼 보일 뿐이다. 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는다. 희미한 연결 고리 때문에 1막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더 이상 독립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뿐이다. 이런 점을 제외하면 이 작품은 대체로 텔레비전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텔레비전의 방식이란 뭘 말하는 것인가?
짧고 독립적이고 빠르게 진행되는 각각의 장면이 마치 여러 채널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다른 사건들 같다는 인상을 준다는 말이다.

작가가 텔레비전을 많이 봤다는 말인가?
텔레비전의 영향을 많이 받은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의 글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사회학자 토드 기틀린의 해석이 들을 만하다.

기틀린이 뭐라고 했는가?
이렇게 말했다. “파편화된 텔레비전을 보고 자란 작가들은 파편화된 텔레비전에 파편화된 주의를 기울인다. 이 작가들은 거의 무작위로 짧은 장면을 병치한다. 그들은 현재 시제로 글을 쓴다. 왜냐하면 그것이 텔레비전의 유일한 시제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현재 일어나고 있다. 항상 일의 과정만 있고 처음과 끝은 없다.”

벨벨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삶과 죽음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과 침묵하는 사람에 대한 은유다. 삶은 타자, 즉 침묵하는 소수에게 목소리를 줌으로써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이 작품의 구조와 마찬가지로 시작과 끝이 없다. 단지 일어날 뿐이다.

세르지 벨벨은 누구인가?
바르셀로나 출신으로 현재 스페인을 가장 대표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다.

뭘 했는가?
1985년 <오늘의 만화경과 등대>라는 작품으로 브라도민백작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작품을 발표해 수많은 화제작을 냈다.

근황은?
연출가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1988년부터 바르셀로나 연극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카탈루냐 국립극장 예술감독이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선욱이다.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 연극을 번역한다. 드라마투르그이고 연극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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