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편지
세밑 편지 4
고향의 이방인
고국을 떠난 친구에게 남은 친구가 편지를 쓴다.
나도 너처럼 뿌리가 뽑힌 느낌이야.
태어난 고향에서도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형벌.
에너지가 고갈되고 몸과 마음이 아파도
곧 낫게 되리라 스스로를 위안하며 또 하루를 견딘다.
뿌리 없는 식물은 살아갈 수가 없기에.
다리야, 뿌리 없는 식물은 살 수가 없어. 더군다나 그 꽃은 한층 수명이 짧아. 그걸 잊지 마.
사실 내가 태어난 땅에 아직 살고 있지만 나도 역시 너처럼 뿌리가 뽑힌 것 같은 느낌이야. 내가 ‘다수’인지 ‘소수’인지 정확하게 모르겠는 사회에 적응하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어. 부모님, 이웃들, 동료들과 상관들에게 그래도 올바르게 행동하려고 무진 애를 쓰면서 살고 있어.
내가 생각하기에 상하이에서나 몬트리올에서나 적응하기는 똑같이 어려울 거라고 짐작해. 나는 나 자신의 고향에서도 이방인으로 태어났어. 그건 나에게 매우 준엄한 형벌이야.
그래, 다리, 난 지금 고통을 받고 있어. 에너지가 점점 고갈되고 있어. 몸이 너무도 아파서 마음이 아픈 것도 느끼지 못할 지경이야. 그러나 아마도 곧 낫게 될 아픔이겠지.
위안에게는 내 건강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마. 정말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해 줘. 위안이 걱정하는 걸 원하지 않아.
오늘은 여기서 그만 쓸게. 네 사랑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얘기해 줘.
상하이에서
사샤
≪중국 편지≫, 62~63쪽
나는 뿌리를 좋아하지 않아
중국에서 와 퀘벡 사람이 된 작가 잉천. “연인의 사랑과 어머니의 사랑을 비교할 수 없듯이” 그는 두 개의 조국을 비교하지 않는다. 세상은 평평해지고 국경은 낮아졌다. 조국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중국 편지≫, 잉천 지음, 이인숙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