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의 활동과 분변토의 형성
최훈근이 옮긴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지렁이의 활동과 분변토의 형성(The Formation of Vegetable Mould Through the Action of Worms)≫
농사의 신, 지렁이
헌 흙을 먹어 새 흙을 만든다. 그가 있는 곳은 매일 더 비옥해지고 들고 나는 호흡은 점점 더 싱싱하다. 대지는 살찌고 식물은 탐스럽다. 이 모든 것이 그, 지렁이의 선물이다.
쟁기는 인류의 발명품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가치 있는 것 중의 하나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인류가 출현하기 훨씬 이전부터 토지를 경작해 온 생물이 있으니 바로 지렁이다. 지렁이라는 이 단순한 구조의 생물만큼 세계 역사에서 큰 역할을 했던 동물이 있었는지는 의심스럽다.
≪지렁이의 활동과 분변토의 형성≫, 찰스 다윈 지음, 최훈근 옮김, 282쪽
지렁이가 경작을 하는가?
땅속을 기어 다니며 수많은 굴을 파고 분변토를 배설한다.
분변토란 무엇인가?
지렁이 똥이다. 가끔은 탑 형태로 높이 쌓아 놓기도 한다.
똥인데 왜 ‘흙[土]’이라고 부르는가?
지렁이가 흙을 먹고 싼 똥이 다시 흙이 되기 때문이다.
분변토는 무엇을 하는가?
흙을 비옥하게 한다. 그리고 지형을 바꾼다.
흙은 어떻게 비옥해지는가?
분변토가 질소, 탄소, 무기염류를 제공한다. 천연 비료 역할을 한다.
지형은 어떻게 바꾸는가?
예컨대, 목초지 지표면의 특정 층을 분변토로 덮어 몇 인치 밑으로 파묻는다.
다윈이 이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1837년 영국 스태퍼드셔에 살던 외삼촌 웨지우드가 처음 알려 주었다. 깊은 인상을 받은 다윈은 같은 해 런던 지질학회에서 그 내용을 논문으로 발표한다.
지질학회는 동의했는가?
당시 학자들은 ‘증거가 부족하다’거나 ‘지렁이가 그런 큰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다윈의 대응은 무엇이었나?
동료들의 비판에 위축되지 않고 자기 생각이 옳다고 굳게 믿었다.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려 했다.
어떻게 증명했는가?
관찰 데이터를 쌓는 한편 다른 측면에서도 문제에 접근했다.
접근 방식을 어떻게 바꿨는가?
지표에 있던 물건이 지렁이 분변토에 묻히는 속도를 확인하는 대신, 일정 면적에서 일정 시간에 배설되는 분변토의 양을 조사했다. 지렁이가 흙을 옮긴다는 사실을 객관적, 정량적으로 실증하려 했다.
지렁이가 흙을 옮기면 어떻게 되는가?
분변토를 통해 흙을 지표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땅속에 빈 곳이 생긴다. 그러면 땅이 매몰되고 이 과정이 순환된다.
우리는 그 과정을 볼 수 있는가?
평범한 사람 눈에는 땅이 그 자리에 안정되게 유지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렁이가 꿈틀대며 땅을 갈아 주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된 사례가 있는가?
다윈은 영국의 스톤헨지 거석 근처의 토양을 예로 들었다. 또 당시에 막 발굴되었던 로마시대 유적지, 영국 남부 구릉지대의 지형을 조사했다.
다윈에게 지렁이는 무엇이었나?
자기만의 오랜 연구 대상이었다. 다윈은 진화론을 인정받는 데 인생의 대부분을 바쳤지만, 마찬가지로 지렁이의 역할을 입증하는 데도 오랜 세월을 바쳤다.
그에게 이 책은 무엇이었나?
지질학회에서 처음 논문을 발표한 후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40여 년이 걸렸다. 1881년 이 책이 출간된 이듬해 다윈은 세상을 떠난다. 이 책은 그가 생전에 출간한 마지막 저서였다.
우리에게 이 책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보잘것없는 지렁이가 그토록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알렸다. 작은 동물의 위대한 힘을 새삼 느낄 수 있는, 파브르의 ≪곤충기≫에 비견할 책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최훈근이다. 수십 년 동안 지렁이를 연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