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이며 에로틱한 단계들 또는 음악적이고 에로틱한 것
임규정이 옮긴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A. Kierkegaard)의 ≪직접적이며 에로틱한 단계들 또는 음악적이고 에로틱한 것(De Umiddelbare Erotiske Stadier eller det Musikalsk-Erotiske) 천줄읽기≫
모차르트에서 발견한 사랑의 삼 단계
뭔지 모를 혼돈의 열병이 지나면 사랑의 대상이 눈앞에 나타난다. 욕망은 대상을 욕망한다. 돈 후안은 모든 여성을 사랑한다. 순간과 영원이 하나가 된다. 은둔자는 승리를 노래한다.
<돈 조반니>에서 욕망은 욕망으로서, 완전하게 규정된다. 내포의 차원에서도, 또 외연의 차원에서도 그것은 선행하는 두 단계의 직접 통일이다. 첫째 단계에서는 관념적으로 일자를 욕망한다. 둘째 단계에서는 다양성 범주 안의 개별자를 욕망한다. 셋째 단계에는 이 두 단계가 통일된다.
≪직접적이며 에로틱한 단계들 또는 음악적이고 에로틱한 것≫, 쇠렌 키르케고르 지음, 임규정 옮김, 108쪽.
‘에로틱한 것’이란 무엇인가?
욕망이다. 이웃 사랑과 대비되는 관능적 사랑이다.
키르케고르에게 관능의 사랑이란 어떤 의미인가?
그는 인간 실존의 가능성을 심미적−윤리적−그리스도교적 단계로 나누어 고찰했다. 에로틱한 것은 첫째 단계에 속한다.
이 책이 욕망을 말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익명의 저자인 심미가 A가 욕망의 3단계 진행을 설명한다. 각 단계의 전형을 모차르트의 오페라에서 찾았다.
모차르트 오페라 가운데 무엇을 사용했나?
첫째 단계는 <피가로의 결혼>의 시동, 둘째 단계는 <마술피리>의 파파게노, 셋째 단계는 <돈 조반니>의 돈 조반니다.
첫째 단계에서 욕망은 어떤 모습인가?
꿈꾸는 상태다. 욕망과 욕망 대상이 분리되지 않았다.
욕망과 욕망 대상의 미분리 상태는 <피가로의 결혼>에서 어떻게 묘사되는가?
남장한 여가수가 시동 역을 맡아 메조소프라노로 부른다. 욕망과 욕망 대상이 “자웅동체”처럼 일치한다.
시동은 어떤 캐릭터인가?
여자만 보면 설레는 가슴을 주체할 줄 모르는 사춘기 미소년이다.
시동이 안고 있는 욕망에 대한 문제는 무엇인가?
그는 욕망의 인식 불가능성 때문에 고민한다. <그대는 아는가, 사랑의 괴로움을>에서 사랑과 사랑의 대상을 알 수 없는 고통을 노래한다.
욕망은 언제부터 욕망을 인식하는가?
둘째 단계에서 욕망이 깨어난다. 그때 욕망은 욕망 대상과 분리된다. 욕망은 욕망 대상을 찾기 시작한다.
<마술피리>에서 나타나는 파파게노의 욕망은 어떤 모습인가?
아리아 <나는야 새 잡이>를 보라. “아가씨가 걸리는 그물이 있다면 / 남 몰래 한 타씩 잡으련만 / 그러면 내 곁에 가두어 두고 / 아가씨는 죄다 내 것이 될 텐데”라고 노래한다.
셋째 단계의 욕망 통일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꿈꾸는 욕망과 찾으려는 욕망이 통일된다. 욕망 대상이 구체적 개별자인 여인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욕망 주체는 대상을 절대적으로 욕망한다.
심미가 A는 <돈 조반니>에서 무엇을 보는가?
“환갑 넘은 바람둥이 여인도 / 그는 기꺼이 장부에 기록한다.” 돈 후안은 14세기 스페인의 전설적인 난봉꾼이다.
쇠렌 키르케고르가 이 오페라에서 본 것은 무엇인가?
에로틱한 것으로 떠나는 여행이자 즐거움의 원천, 가장 훌륭한 고전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시간과 영원이라는 대립적 원리의 종합을 보았다.
시간과 영원은 어떻게 종합되는가?
오페라는 시간의 제약을 받는 음악과 언어로 구성된다. 반면 모든 고전 작품은 시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이념을 표현한다. 따라서 오페라는 시간성과 영원성의 종합이다.
이 책은 무엇을 번역했는가?
≪이것이냐 저것이냐≫ I부의 둘째 논문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는 어떤 책인가?
실존철학의 탄생을 세상에 알리는 신호탄이 된 키르케고르의 처녀작이다.
어떤 구조의 책인가?
I부는 심미가 A가 쓴 논문 일곱 편, 그가 우연히 얻은 <유혹자의 일기>가 실려 있다. II부는 판사인 윤리가 B가 편지 형식으로 쓴 논문 두 편과 목사의 설교를 엮었다.
어떻게 써서 언제 내놓았는가?
1841년 가을에 구상해서 “두문불출한 채 신들린 것처럼 열한 달 만에” 완성했다. 1843년 2월 20일에 빅토르 에레미타(Victor Eremita)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승리의 은둔자라는 뜻이다.
왜 익명으로 발표했나?
독자가 작품에 몰입하고 작품을 해석하는 데 끼어들지 않기 위함이다. 실존의 단계를 독자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길 바랐다.
어떻게 얼마나 발췌했나?
≪직접적이며 에로틱한 단계들 또는 음악적이고 에로틱한 것≫은 83쪽이다. 주요 내용을 담은 앞의 45쪽을 옮겼다.
키르케고르는 어떻게 살다 갔나?
1813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났다. 엄격한 그리스도교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18세에 코펜하겐 대학 신학부에 입학했다. 방탕한 생활을 하며 그리스도교와 멀어졌지만 몇 년 뒤 그리스도교로 되돌아왔다. 세속에 물든 덴마크 국교회와 싸우다가 마흔둘에 세상을 떠났다.
당신은 누구인가?
임규정이다. 군산대학교 철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