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법칙과 원인
진화론의 시조, ≪진보의 법칙과 원인(Progress: Its Law and Cause)≫
이정훈이 옮긴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의 ≪진보의 법칙과 원인(Progress: Its Law and Cause)≫
모든 것은 나아간다
씨가 나무가 되고 수정란이 성체가 되고 물고기는 인간이 되고
하나의 먼지 덩어리가 태양과 행성과 위성이 되었다.
생명에서 문화까지, 단순한 모든 것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그래서 이런 유기체적인 진보의 법칙이 모든 진보의 법칙임을 주장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연속된 분화를 통해 간단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가는 진화(evolution)는 지구의 발전에서 생명의 발전, 혹은 사회, 정부, 공업, 상업, 언어, 문학, 과학, 예술의 발전에 이르기까지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태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우주적 변화부터 최근에 나타난 문명의 결과까지, 우리는 단순한 것들이 복잡한 것으로 변화하는 것에서 진보가 본질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보의 법칙과 원인≫, 허버트 스펜서 지음, 이정훈 옮김, 6~7쪽
진보의 법칙이 뭔가?
단순성에서 복잡성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어디서 시작되었나?
유기체에서 나타난다. 종자가 나무가 되는 과정이나, 수정란이 동물 성체가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련의 변화를 보라.
어떤 변화인가?
수정란이 성체가 되는 과정을 보자. 처음에는 구조나 화학적으로 단일하다. 그러다가 분화해 배아가 성장하며, 복잡한 조직이나 장기가 만들어진다. 이것을 발생이라고 한다.
종 수준에서도 이 법칙이 실현되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체 생물 종은 복잡성을 띤다. 척추동물의 예를 들면 가장 일찍 등장한 어류는 가장 단순하고, 이후에 출현한 파충류, 포유류로 갈수록 복잡성이 심화된다.
그렇다면 인간이 가장 복잡한 생물인가?
위의 법칙을 포유류에만 국한하자면, 최초의 포유류인 소형 유대류는 형태가 가장 하등하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나타난 포유류인 인간은 가장 고등하고 복잡하다.
인간 종 안에서는 어떤가?
스펜서에 따르면 문명인인 유럽인은 미개인보다 능력의 범위가 넓고 다양하며 더 복잡하고 정교한 신경 기능을 가졌다고 한다. 틀린 말이지만 19세기 당시 유럽에서 흔한 인식이었다.
물리학이나 천문학에서는 어떤가?
태양계에서도 이런 모습이 보인다.
태양계도 진화한다는 말인가?
성운설에 따르면 태초에 태양계는 단일한 덩어리로 존재했다. 그러다가 내부와 외부에서 밀도, 온도 차이가 발생하면서 회전 운동이 일어나 태양과 행성, 위성으로 나뉘었다.
자연 세계 밖, 문화의 장에서는 어떤가?
인류 문명에도 이 법칙이 확인된다. 개별 인간에서 사회적인 인간으로 나아가는 전반적인 문명의 진화에서 그것을 볼 수 있다. 모든 부족이나 국가에서 처음에는 단순한 군집만이 존재했다가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분화하며, 종교 체계도 출현한다. 언어와 예술 또한 진보의 법칙에서 예외가 아니다.
진보의 법칙이 보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현상을 아우르는 제1원인(first cause)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1원인이 뭔가?
스펜서는 자연과학적 현상의 배후에 인간의 지성이나 인지 능력으로는 알 수 없는 형이상학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의 본질을 제1원인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자연과 인문, 사회를 공통으로 관통한다.
스펜서가 말하는 진보는 곧 진화론인가?
그렇다. 사람들은 다윈을 진화론의 시조라고 보지만, 사실은 19세기 초중반 이미 유럽 지성계에는 생물의 진화가 사실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했다. 여기에는 비교생물학의 발전이라는 배경이 있었다. 스펜서는 여기에 형이상학적인 설명을 덧붙여 진화 철학을 완성했다. 그는 다윈보다 먼저 ‘진화(evolution)’,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라는 말을 쓴 인물이다.
스펜서는 어떤 인물인가?
사회 진화론의 시조로 평가받는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영국 사상가로 사회학, 정치철학뿐 아니라 인류학, 생물학에까지 발자취를 남겼다.
그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미쳤나?
사상의 핵심인 자유방임과 적자생존은 후에 미국에서 보수적인 자유주의의 바탕이 되었다. 또 당대에 일본과 중국에 소개되어 동아시아까지 넘어왔다. 유길준, 윤치호 등 조선의 개화기, 일제강점기 지식인들도 영향을 받았다.
이 책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스펜서의 사회 사상을 다룬 책은 2014년 한 번 번역된 바가 있지만, 그의 진화 사상을 다룬 책은 이번이 첫 번역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정훈이다. 화학과 과학사를 전공하고 존스홉킨스대학 박사 과정에서 공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