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진시황은 실용서와 법령을 제외한 모든 책들을 불태워 없앴습니다.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과거의 학문만 익히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며 새로운 시대를 부정했기 때문입니다. 분서는 당시에 정당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계속 변화했고, ‘그들의 선’은 멸망과 함께 ‘악’이 되었습니다.
진시황이 책을 불태우자, 책들은 민간으로 숨어들었습니다. 곧 진나라는 망했고 한나라가 이어받아 안정되자 통치자들은 옛 자료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숨어버린 책을 찾는 국책 사업이 시작되었죠. 이 사업에 지대한 역할과 공헌을 한 사람이 바로 유향(劉向)입니다. 《설원(說苑)》은 유향이 황실과 민간에 소장된 관련 자료들을 집록한 후 선택, 분류, 정리하여 편찬한 역사고사 모음집입니다.
이 책은 유가의 정치사상과 윤리도덕을 깊이 반영하고 있습니다. 순임금, 우임금으로부터 진한(秦漢)에 이르기까지 여러 인물의 언행이나 사건 또는 일화를 모아 정치의 흥망을 엿볼 수 있는 역사의 거울을 제공하고 있어요. 역사서가 그렇듯 군주와 신하들을 권면하고 조정을 정돈하며, 당시의 폐단을 바로잡으려 했습니다. 중국 황제와 보좌관들을 위해 쓴 정치 원리서이며, 중국 고대인의 지혜 컬렉션(도서관)이 되었지요. 기존 판본들과 비교하여 지만지 번역본은 1572개에 달하는 각주, 485명에 달하는 주요 인물의 색인을 추가했어요. 정확하고 유려한 번역까지, 《설원》의 결정판입니다.
전국 시대를 끝낸 진나라와 함께 위진남북조 시대를 끝낸 수나라는 천하를 통일했지만 곧 망한 나라들로 같이 언급됩니다. 수나라는 폭군의 대명사로 알려진 양제(煬帝), 남과 북의 교류를 촉진한 대운하, 네 차례에 걸친 고구려와의 전쟁,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졌어요. 그러나 불과 37년 만에 역사에서 사라졌습니다.
대제국을 형성한 왕조의 흥망성쇠는 현대의 우리에게도 많은 흥미와 교훈을 제공합니다. 특히 이 책은 통치자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에 충실합니다. 황제든 대신이든 과실을 숨기지 않고 포폄해요. 그리고 우리나라엔 고구려사 관련 자료가 《삼국사기》 외에 없기 때문에, 이 책에 실린 고구려사 관련 기록들은 더욱 그 가치가 있습니다.
《수서 열전 1, 2, 3》 위징, 영호덕분 외 지음, 권용호 옮김
빅터 터너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도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기승전결의 삶이 내재해 있음을 보여 준 영국의 인류학자입니다. 터너는 아프리카 중부 일대의 은뎀부(Ndembu) 부족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의례를 연구하고, 은뎀부 사회의 의례 상징이 갖는 상황성과 관계성을 세밀하게 묘사한 이 책을 발표했습니다. 밀도 있는 분석과 묘사, 그리고 인류학 연구 서적으로서는 파격적인 글쓰기 스타일이 더해져 인류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했지요.
터너는 자신의 민족지에서 과감하게 1인칭(나)을 사용하는 한편, 현지 조사 대상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끌어가는 파격을 보입니다. 베네타(Bennetta Jules-Rosette)는 빅터 터너의 이런 민족지 쓰기를 “포스트모던 인류학 민족지의 시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책은 두 권으로 출간되었습니다. 1권에는 서문과 1부, 은뎀부 사회의 종교 상징에 대한 이론적 해석에 집중했고, 2권은 은뎀부 사회의 구체적인 의례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기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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