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진 육필시집 청렬집
淸洌
이 겨울 내내 내가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은 동상 걸린 내 발가락들 사이사이 깊게 박힌 서릿발들, 날카롭게 반짝거렸다 해동 무렵에야 그게 무에라는 걸 겨우 터득했다 만져지는 빛, 삼십 년만의 추위가 있던 날 어둠 하늘에서 내 몸에 避接된 별들의 눈물, 이런 降神도 있다 차가운
정진규
시인이 스스로 골라 손으로 쓴 시집의 이름은 <<청렬집(淸洌集)>>이다. 그럴까? 뭉근하게 탁하지 않을까? 발가락에 깊이 박힌 서릿발, 아침 해가 뜨고 만져지는 빛이 되었다. 삼십 년 만의 추위는 그렇게 왔다 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