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한국영화와 전통의 문제
김대중이 쓴 <<초기 한국영화와 전통의 문제>>
우리 영화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현장성이다. 영화 이전에 영화처럼 즐겼던 것, 오광대놀이, 판소리, 탈춤이 그렇고 수없는 문학과 예술이 그랬다. 모든 주제와 소재와 대사와 몸짓은 그때그때 현장에 따라 달라졌다. 살아 있는 예술이었다.
한국영화에서 초기란 언제를 말하나?
영화가 이 땅에 도래한 때부터 발성영화가 제작되기 전까지로 보는 게 적절하다. 학계의 통일된 견해는 아직 없다.
왜 영화 도래 이전의 전통성에 주목했나?
한국영화의 정체성을 해명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전통성과 영화는 어떤 관계인가?
각국의 영화는 근대 이전부터 이어져 온 문학, 회화, 조각, 건축, 음악, 연극과 같은 문화 예술적 전통의 영향을 받는다. 전통성은 자국 영화 특성의 고유한 기반이다.
당신이 뽑은 전통 요소는 무엇인가?
관객, 연희, 서사, 정서, 기생이다.
당시 한국 관객의 특징은 무엇인가?
영화 상영 상황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참여했다.
영화 상영 현장은 지금과 무엇이 달랐나?
초기 영화 관객들은 스크린에 투사되는 장면, 변사의 해설, 악단의 연주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반응했다. 때로는 대성통곡하기도 하고, 박장대소하며, 야유하기도 하고, 탄식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 분위기는 영화 이전의 어떤 전통과 관련되었나?
영화 도래 이전에 서민들이 주로 즐겼던 오광대놀이, 판소리, 탈춤과 같은 공연들이다. 이들 공연에 대한 태도가 영화 관람에도 이어진 것이다. 관객들은 적극적 참여자였다.
초기 영화가 연희 전통에 크게 영향 입은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가 자신의 상영 공간 없이 출발했기 때문이다. 전통 연희 공연장에서 여러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로 소개되었다. 영화가 독립된 프로그램으로 정착한 후에도 <운영전>처럼 전통 서사를 영화화한 작품에는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이 함께 배치되었다.
당시 변사의 활약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말 그대로다. 변사는 판소리 광대처럼 관객들과 적극 상호작용하며 영화 상영 현장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매우 적극적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현장 분위기에 따라 즉흥성을 발휘했으며, 이야기 창작자로서의 역할도 감당했다.
변사라는 역할은 일본 영화 제도에서 가져온 것 아닌가?
그렇지만 한국 고유의 전통성이 영향을 발휘했다. 정적이고 제한된 역할에 머문 일본의 변사와 달리 한국 변사는 영화의 핵심 인물이 되었다.
영화 제작자들이 기존 전통 서사를 영화로 만드는 데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
흥행 때문이다. 초기 영화 관객들은 전통적인 이야기에 적극 반응했다. 외국 작품들에 비해 제작 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는 영화라도 조선의 이야기나 인물들이 나오는 작품에 열광적으로 호응했다. 제작사들은 관객들의 이런 취향과 기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춘향전>, <장화홍련전>, <심청전>처럼 전통 서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다수 제작했다.
<춘향전>이 영화 소재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원작이 지닌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과 생명력 덕분이다. 한국인의 정서와 욕망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 여성 관객과 남성 관객 모두에게 호소력 있는 주제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신파극은 일본의 신파극과 다른가?
일본의 신파극은 일상과 다른 과도한 분장, 동작, 음성처럼 형식적 특성이 강하다. 초기 한국영화의 신파극은 비극적 스토리와 애상적 정서가 강조되었다는 점에서 다르다.
신파가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여성 관객들이 정서적 공감대를 갖고 있던 고전 서사의 내용들이 주로 그러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여성들의 열악한 사회 현실도 한몫했다. <장화홍련전>, <심청전>, <운영전>처럼 여성 위주의 비극적 서사와 애상적 정서가 담긴 영화가 단적인 예다.
초기 한국영화사에서 기생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여성의 연예 활동이 천시되던 사회 분위기에서 여배우의 산실 역할을 했다. 한국영화 최초의 열혈 관객층이기도 했다.
유성영화 시대가 시작되는 것과 기생의 역할 변화는 인과관계인가?
유성화 이후 배우의 연기력이 중시되기 시작했다. 기생들은 점차 영화 현장에서 사라지게 되었고, 극단에서 활동하던 연극배우들이 활약하기 시작했다. 발성영화가 제작되면서 나타난 유럽영화의 흐름과 유사하다.
초기 한국영화사를 통해 우리 영화의 핵심 저력을 짐작할 수 있는가?
우리 영화는 대중의 욕망과 정서를 반영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대중 욕망과 정서를 표현하는 능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판소리, 탈춤, 오광대놀이, 한글 소설이 당대 대중들의 욕망과 정서를 반영했던 전통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기존 영화사 관련 책들과 어떤 점에서 차별되나?
초기 영화사를 영화 도래 이전의 전통들과 연관 지어 연구하고 고찰하려는 태도다.
이 책은 독자에게 무엇을 제공하나?
서구 영화의 영향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은 영화제작과 이론 연구에 새로운 인식의 틀을 제공한다.
영화사 연구에서 더 깊이 탐구해야 할 주제는 무엇인가?
한국적 현실이 어떻게 영화에 반영되고 표현되었는가? 그러한 작업을 해낸 감독은 누구인가?
한국영화 중에서 어떤 작품을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나?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 강대진 감독의 <마부>,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춘향뎐>이다. 한국 현실과 전통에 바탕을 두었다. 한국영화의 정체성을 잘 보여 주는 영화다.
한국 전통을 가장 잘 살린 영화는 무엇인가?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다. 판소리 <춘향가>가 지닌 음악적·서사적 전통의 생명력을 영화라는 매체 특성에 걸맞게 표현해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대중이다. 대전 대성고등학교 교사다.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영화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초기 한국영화와 전통의 문제>>
한국영화 정체성의 뿌리는? 한국문화의 전통이다. 초기 영화 문화에 영향을 준 전통 요인은? 관객·연희·서사·정서다. 지금은 사라진 초기 영화의 구성 요소는? 변사와 기생이다. 한국영화와 문화 전통은 어떻게 연관되었는가? 그것은 우리 영화의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하였는가? 일목요연한 설명과 사례를 통해 우리 영화의 초기 얼굴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