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감옥
초록의 감옥
초록은 두렵다
어린 날 녹색 칠판보다도
그런데 자꾸만 저요, 저요, 저, 저요 손 흔들고
사방 천지에서 쳐들어온다
이 봄은 무엇을 나를 실토하라는 봄이다
물이 너무 맑아 또 하나의 나를 들여다보고
비명을 지르듯이
초록의 움트는 연둣빛 눈들을 들여다보는 일은 무섭다
초록에도 감옥이 있고 고문(拷問)이 있다니!
이 감옥 속에 갇혀 그동안 너무 많은 말들을
숨기고 살아왔다.
송수권
놀랍도록 활짝 피어나는 봄을 보는 사람들은, 멀쩡했던 자신이 사실은 멀쩡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러고는 꽃보다 더 크게 활짝 놀란다. 4월이 1년 가운데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말한 시인처럼 송수권에게도 봄은 고문으로 다가왔다. 숨어 있던 너무도 많은 말들이 너무 갑자기 한꺼번에 육신을 파괴하려 난동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