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 시선 초판본
三月의 노래
오, 목숨이 눈뜨는
三月이여
내가 나의 母國語로
이 봄의 첫 詩를 쓰면
이달의 어린 새들도
파릇파릇 가지에서 노래한다.
오, 목숨이 눈뜨는
三月이여,
지금 우리의 가슴은
개구리의 숨통처럼 울먹인다!
오랜 黃金이 十 里에 뻗쳤기로
벙그는 가지 끝에 맺는
한 오라기의 빛만은 못하다!
오, 목숨이 눈뜨는
三月이여
箱子 속에 묻힌 眞珠를
출렁이는 바다에 던지라
그리하여 저 아지랑이의
妖精과 魔術을 거쳐
핏빛 冬栢과
구름빛 百合으로
피게 하라!
피게 하라!
우리들 三月을 맞는 마음의 푸른 물결 위에.
≪초판본 김현승 시선≫, 장현숙 엮음, 274~275쪽
가을 시인이 봄을 노래한다. 일제 강점기 교단에 섰던 시인으로선 모국어로 봄과 삼월을 불러내는 의미가 각별하다. 목숨이 눈뜨는 푸른 삼월에 가슴이 울먹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