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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한국근현대문학 / 초판본 리욱 시선

초판본 리욱 시선

z20130423-1

1950년대 연길의 풍경, ≪초판본 리욱 시선≫

행복을 생산하는 노동
하루 일을 마친 귀갓길에 오월 동풍이 달콤하다. 저녁상엔 구수한 숭늉이, 서재엔 황금빛 백열등이 묻힌 기억을 살려 낸다. 해방 전후다. 시절은 수상했으나 노동하는 인간에게 일상은 역사가 터트린 꽃망울이었다.

사랑하는 거리
연길은
로동하는 사람들의
조수가 넘치는
사랑스러운 거리요

내 벌써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5월 동풍이 따스한데

공원 다리를 넘어
우리 집은
큰길에 비껴 앉아
수양버들로 주렴 드리우고.

뜰 앞 화단에는
봄비에
봉선화가 피고
붕어도 노니오.

저녁에
식상에 모여 앉으면
숭늉 냄새가 구수하고
말 없는 풍속도 아름답소.

가로수에
석양이 빨갛게 서리면
의례 나서는 길에
선걸의 이야기 시작하오.

“매−”는 양,
“뛰뛰−”는 자동차,
보다 나팔 불고 북 치는
대오의 행진을 즐기오.

중앙 로타리
련란등이 반짝 켜지면
흥겨운 멜로디가 들려오고
안해는 부녀회로 가는데

젊은이나 늙은이
낮에 가던 길을
영화관과 구락부로
바꾸기로 하오.

나는 아담한 서재
꽃갓 전등 밑에서
금인 듯 옥인 듯
고전들을 뒤지는데.

이렇듯
일을 보고 살아서
늙을 줄 모르는
아름다운 시절이요.

하여 나는
로동하는 사람들의
조수가 넘치는
이 거리를 사랑하오.

≪초판본 리욱 시선≫, 장은영 엮음, 88∼91쪽

1950년대 연길의 풍경인가?
거리와 활기찬 사람의 모습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새로운 국가와 국민 건설 시기 조선족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과 거리의 움직임 그리고 삶의 만족감이 인상적이다.

리욱은 누구인가?
중국 조선족 문단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조선족 문단이란 말이 낯선 이유는?
20세기 초 간도의 문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문단이다. 조선족 문학은 재외동포 문학 가운데 한글 창작 문학이라는 점에서 한국 문학과 매우 근접해 있다. 안타깝게도 중국과 한국의 사회 체제 때문에 쉽게 만날 수 없었다. 1980∼1990년대 개혁 개방 이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에도 조선족 문학이 많이 소개되었다.

한국 문학과 조선족 문학의 관계는?
조선족 문학은 나름의 특성과 사적 전개를 지닌 독립 영역이다. 동시에 한국 문학사와 역사, 정서의 접점을 지닌다. 둘은 상보 관계에 놓여 있다. 이를 통해 한국 문학은 자장을 확장한다. 다양한 주제의 문학 연구도 파생되어 많은 결실을 맺었다.

리욱 시의 특징은 무엇인가?
민족적 색채와 낭만주의적 경향, 역사적 제재에 대한 문학적 형상화다. 서정시, 산문시, 한시, 서사시를 넘나든다. 서정부터 역사 항쟁, 혁명 투지, 명상까지 방대한 시 세계를 가졌다.

1924년 <생명의 례물>이 처녀작인가?
17세에 발표한 이 작품은 혁명 이상을 품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청년의 열정과 생의 역동성을 형상했다. 해방 전 그의 시 세계는 강렬한 생의 역동성으로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표출한다. 감각 표현의 미학 완성도가 높은 작품 세계를 보여 주었다.

당시 한국 문단 분위기와 어떤 차이가 있었는가?
조선 시인들은 땅을 잃은 서글픔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고향에 대한 추억을 노래했다. 그는 미래의 고향인 ‘땅’과 운명이 시작되는 ‘땅’을 노래했다.

해방 전 만주 일대 조선인의 멘탤러티는 어떤 상태였나?
1930년대 후반과 1940년대 초 재만 조선인들은 한편으로는 일제 탄압을 받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삶의 터전에 적응하고 생계를 꾸려 가야 하는 이주민으로서 현실 문제를 겪고 있었다. 이런 조건은 그들에게 강인한 생의 의지와 함께 거주 장소에 대한 애착과 열의를 지니게 했다.

리욱에게 서사와 서정은 어떻게 통일되어 나타나는가?
특유의 낭만적인 서정성이 주관적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것은 감각적인 언어 표현과 현실에 대한 인식이 적절히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시적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조선족 문단에서 리욱의 시 세계가 거둔 문학적 성취는 날카로운 현실 인식을 감각적인 언어로 표현했다는 데 있다.

<오월의 붉은 맘씨>를 예로 들어 시의 긴장을 설명할 수 있는가?
리욱의 어린 시절 체험을 시로 쓴 작품이다. 선명한 색채 감각과 가난했던 삶의 체험을 통해 도달한 현실적 통찰력이 빚어낸 완성도 높은 서정시다.
“누나가 죽던 가을/ 나는 울어/ 서산에 단풍이 붉었다// 누나가 죽을 무렵/ 샛노랗게 익은 벼 이삭이/ 소작인들/ 눈물에 젖던 가을”이라는 짧은 구절 속에는 누나의 죽음과 소작인들의 고된 현실에 대한 인식이 드러난다. 이 현실의 비극성은 이념이나 구호를 통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노란색과 붉은색의 색채 대비를 통해 감각을 극대화함으로써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해방 후 그의 시에 변화가 있었나?
좀 더 고양된 삶의 의지가 구체적 시어를 통해 형상된다. 그에게 해방은 곧 개척해야 할 새 세계의 도래다. 새로운 세계 건설을 향한 구체적인 열정이 장소에 대한 애착을 통해 드러난다.

변화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나?
해방으로 인한 급격한 사회 변화, 특히 해방 이후 한반도뿐 아니라 만주의 조선족 문인들 역시 다시 모국어로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 자유를 되찾았다는 사실이다. 언어의 자유는 주체적 의지를 드높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리욱에게 연길이란 무엇인가?
새로 건설할 세계의 토대다. <사랑하는 거리>를 보면 연길은 구체적인 삶의 장소이며, 시인이 긍정하는 생의 의지가 넘치는 장소다.

사회주의 문학 정책이 그의 문학성을 제약하지 않을까?
말년에 쓴 <시 창작에서 얻은 몇 가지 체득>에서 그는 “시는 애정시이건 혁명시이건, 단시이건 장시이건 간에 모두 뜻이 깊고 정서가 깊으며 품위가 높고 격조가 높아야 한다”고 썼다. 그에게 문학은 사상이나 감정의 도구가 아니다. 감정에 치우치거나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그 둘 모두를 적절히 조화시키고자 하는 시 세계는 세계를 보는 시인의 균형 감각과 그 이면에 도사린 정신의 힘을 보여 준다.

그는 결국 무엇을 이야기한 것인가?
역동적인 생의 의지다. 처녀작 <생명의 례물>에서 역동적으로 표출되었던 생의 의지는 말년에 쓴 <생의 노래>에서 더욱 원숙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의 시 세계에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원대한 우주적 상상력과 생명에 대한 강렬한 긍정이 조금도 변치 않고 면면히 흐른다.

당신이 조선족 시인 리욱을 소개한 이유는?
조선족 특유의 삶과 정서를 우리가 발견할 수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군가?
장은영이다. 경희대에서 현대시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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