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박세영 시선
綠陰이 짙어진 쨍쨍한 여름,
물소리 귀를 울려 갈 곳조차 잊을 듯.
俗離의 골자기를 몇 번 굽어 石窟에서 끄치면,
探照燈의 光線같이 가는 줄이 둬 가닥,
그래도 골속은 그대의 얼굴을 알어보겠다.
울퉁불퉁 돌 끝이 솟은 밑바닥,
물방울은 뚝뚝 떨어저,
나의 記憶을 創造期로 이끌어 간다.
소리는 大地의 밑바닥까지 뚫을 듯 울리건만,
그 깊이는 얼마인고,
비스듬이 瀑布를 비처 주는 이것은 銀河,
일직이 山間에서 보던 모든 瀑布도,
이렇듯 맑지도, 히지도 못했을 것이다.
히다 히다 못하고,
밝다 밝다 못하여
하늘의 모든 별을 몰아다 쏫는 듯이 눈이 부신 물의 曲線,
아—내려갈수록 검어지는 그림 같은 이 瀑布야말로, 隱士와 같구나.
그리하여 네 아름다움과, 그 莊嚴하고 神秘함을 어둠의 골로 담어 버리는구나.
山만치 무거운 沈着,
바다만치 깊은 謙讓,
그리고 하늘만치 높은 네 高潔은,
나의 홋껍대기 處女術을 모조리 씻어 보내련다,
假面의 粉가루를 날러 보내련다.
閃光이 빛나는 물의 曲線은 또 무엇을 말하는 것 같구나.
丙子 六月
≪초판본 박세영 시선≫, 이성천 엮음, 3~4쪽
산보다 무거운 침착,
바다보다 깊은 겸양,
하늘보다 높은 고결,
그로써 분가루를 모두 씻어낼 수 있기를.
1936년 여름,
휘청거리던 서른다섯에 쓴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