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선 작품집 초판본
근대문학, 신소설, 한국소설 신간 ≪초판본 안국선 작품집≫
이것이 친일 문학이다
안국선은 조선의 돈으로 일본에 유학한다.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개화론에 영향을 받고 입헌군주정 수립을 주장하면서 광무 정권 타도 운동에 깊이 가담한다. 일본의 한반도 침탈을 문명화의 계기로 생각하였으므로 조선을 부정하고 일제를 숭앙하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었다. 현재가 어제와 내일이 만나는 순간의 섬광이라는 사실은 몰랐던 듯하다.
수록 작품은?
안국선이 1908년에 발표한 ≪금수회의록≫과 1915년에 발표한 ≪공진회(共進會)≫가 실렸다. 20세기 초의 표기법 그대로 실렸다.
어떤 작품인가?
≪금수회의록≫은 안국선이 대한협회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발표한 작품으로 사회 비판적이다. 1915년 발표한 ≪공진회≫는 청도군수를 지낸 후의 작품으로 친일적이고 사회 순응적이어서 매우 대조적이다.
얼마나 비판적인가?
1909년 5월에 치안 방해를 이유로 판매 금지 당할 정도였다.
≪금수회의록≫의 내용은?
당시 유행하던 연설회 형식을 빌려, ‘나’라는 1인칭 관찰자가 꿈속에서 인간의 비리를 성토하는 동물들의 연설 회의장에 들어가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고 있다.
동물이 뭐라고 하나?
까마귀, 여우, 개구리, 벌, 게, 파리, 호랑이, 원앙새가 각각 불효 문제, 호가호위 세태, 소견 좁은 인간, 구밀복검(口蜜腹劍) 풍조, 나약함,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소인배, 가혹한 정치, 부정한 행실을 비판한다.
사람을 우습게 본 것인가?
동물이 인간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서 인간을 비판함으로써 우화성과 풍자성을 확보한다.
동물이 인간의 무엇을 비판하는가?
당대의 탐관오리와 세태를 풍자한다. 기독교와 전통 사상을 비판의 척도로 삼는다.
그 철학이 비판의 척도로 유효한가?
그게 ≪금수회의록≫의 한계다. 당시 사회를 구제하는 데 전통 윤리나 기독교 윤리가 얼마간 유효한 것은 사실이지만 작품에 나타난 현실 비판은 너무나 심정적이고 이상적이다. 당대 위기를 타개한다는 실제 문제에는 다가서지 못했다.
문명개화론의 영향이 나타나는가?
당시 신소설이 문명개화를 촉진하자고 주장한 것과는 달리 이 작품은 문명개화 때문에 빚어지는 도덕적 타락을 비판한다.
구성의 특징은?
회의 형식이다. 대화식 토론은 아니지만, 단상에 나와 발언할 때는 반드시 발언권을 얻는다. 합당한 발언에 대해서는 ‘손뼉 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할 정도로 공감한다. 근대 초기에 유행했던 정견발표회와 흡사하다.
문체 특징은?
연설을 통해 주제의식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계몽성과 교술성이 강하다. 율문투와 반복과 문어체적인 요소가 많다.
문학적 성과는?
서사적 양식에 다소 모자란 작품이다. 직접 전달, 즉 연설 형식이기 때문이다. 인물 간 갈등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서사성이 없고 사건 진행이 전무하다.
‘나’가 꿈을 꾼 내용이라는 점이 특이한데?
꿈속의 세계를 그린 작품을 ‘몽유록’ 또는 ‘몽유록 유형 작품’이라고 한다. 주로 꿈속에서 역사적 인물들을 만났다는 내용인데, ≪금수회의록≫은 인간 대신 동물이 등장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공진회≫는 어떤 작품인가?
원래 <기(妓生)>, <인력거군(人力車軍)>, <시골 로인 이야기>, <탐정순사(探偵巡査)>, <외국인의 화(話)>, 이렇게 다섯 편으로 이뤄진 작품이었으나 일제 검열로 뒤의 두 편이 삭제되고 앞의 세 편만 남아 전한다.
내용 중 제1차 세계대전이 언급되는데?
<기>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될 무렵을 배경으로, 진주·서울 및 중국 칭다오(靑島), 일본 도쿄 등이 무대다. 한국문학 중 드물게 제1차 세계대전을 다뤘다. 칭다오 기지 주둔 독일군과 일본군 사이의 싸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당대 서민층 얘기도 나오는데?
<인력거군>은 1910년대 서울 거리에서 날품팔이하는 인력거꾼을 주인공으로 하여 서민층의 생활 단면을 그렸다. 남편의 과도한 음주를 징계하기 위해 아내가 짜낸 지혜와 근면·절약하는 삶의 자세를 부각한 작품이다.
구한말의 격변 상황은 어떻게 묘사되나?
<시골 로인 이야기>는 동학운동 직후의 강원도 철원과 서울이 무대다. 의병 봉기 및 진압 등 난리를 겪는 우여곡절 속에서 남녀 주인공의 애정담이 펼쳐진다. 특히 <시골 로인 이야기>는 액자 구조의 단편소설 양식을 띠고 있다.
≪공진회≫의 성과는?
안국선은 ‘서문’에서 근대적 소설관을 드러냈지만 실제 작품은 근대적인 단편소설로 보기에 부족하다. <인력거군>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신소설이나 고전소설과 흡사한 내용을 길이만 짧게 한 정도다.
우리 문학사에서 가치를 매길 수 없다는 뜻인가?
<시골 로인 이야기>의 액자 구조나 <인력거군>의 사실적 묘사는 1920년대 이후 근대적인 단편소설이 태어나는 다리 구실을 했다고 평가된다.
제목이 왜 ≪공진회≫인가?
안국선은 ‘서문’과 ‘독자에게 주는 글’을 통해 당시 열렸던 물산 공진회 참가를 권유하고 여흥을 돋우기 위해 글을 썼다고 밝혔다. 일제 당국이 연 ‘시정 5년 기념 조선 물산 공진회’를 말한다.
공진회 개최 목적은?
1915년 9월 10일에 열렸는데 “총독 정치 개시 이래 5년 간에 있었던 조선 산업의 진보 발달”을 선전한다는 구실을 내세웠다. 일종의 박람회였다. 식민지 수탈과 대륙 침략을 ‘진보’와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식민지 조선을 원료 생산지이자 상품 시장으로 적극 개발·공략하기 위한 전시를 펼쳤다.
안국선의 시선은?
조선이 진보·개혁하는 계기라고 파악했다. 공진회 이후 경성 시내 곳곳에 새 상점이 들어섰고 신문화가 급속히 자리 잡긴 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것일 뿐 ‘진실’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 진실이란?
새 상점과 신문화의 혜택을 받은 건 조선에 있던 일본인뿐이었다. 경성의 조선인은 일본인과 반대로 점차 상권을 잃었다.
≪금수회의록≫과 ≪공진회≫의 차이가 현격한 이유가 무엇인가?
역사의식의 부재 때문인 것 같다. 역사의식 없는 문명과 개화, 가치를 배제한 발전과 진보가 어디로 치닫게 되는지를 보여 준다.
안국선은 어떤 사람인가?
1878년 12월 5일 지금의 경기도 안성인 고삼(古三)에서 안직수의 장남으로 태어나 1926년 7월 8일에 사망했다.
집안은?
아들은 월북 작가 안회남(安懷南)이고, 대한제국 말 친일 정객이었던 안경수가 백부였으며, 조카 안막은 카프(KAPF)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안막은 무용가 최승희와 결혼했다.
학력은?
1895년 관비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일본 게이오의숙(慶應義塾) 보통과에 입학했다. 1년 만에 졸업한 뒤, 1896년 도쿄전문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1899년 7월에 졸업했다.
일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당시 관비 유학생이 대부분 그러했지만, 안국선 또한 사상적으로는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개화론에 영향을 받았다. 정치적으로는 입헌군주정 수립을 내세우면서 광무 정권 타도 운동에 깊이 가담하기도 했다.
일본이 그의 문명개화론의 모델이었나?
문명화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했고 일본을 그 모델로 여기게 된다. 아울러 ‘조선 우민(愚民)’에 대한 ‘교화(敎化)’와 대한제국 타도를 개혁과 진보의 지름길이라고 파악했다. 그 바람에 의병 운동을 어리석은 백성이 세상 물정 모르고 날뛰는 행동으로 인식했다.
귀양 살았나?
1899년 11월 귀국과 동시에 체포됐다. 백부이자 양부인 안경수가 펼친 황제 폐위 운동과 박영효의 쿠데타 미수 사건에 얽혔기 때문이다. 1907년 유배에서 풀려난다. 이후 사회활동에 적극 가담하면서 현실 참여적인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 준다. 돈명의숙(敦明義塾)에서 교편을 잡았고 ≪외교통의≫, ≪비율빈 전사≫, ≪정치원론≫, ≪연설법방≫ 등을 발표했다. 활발한 사회 계몽 활동을 펼쳤다.
공직 경력은?
일제가 황실 재산을 장악하고자 만든 제실재산정리국(帝室財産整理局)의 사무관을 시작으로 탁지부 이재국 감독과장·국고과장 등을 거쳤으며, 1911년 3월 청도군수에 임명되어 2년 3개월 동안 재임했다.
공직 경력 시절 어떤 일이 있었나?
재정 공무원 활동을 통해 백척간두 상황에서 황실 재산을 일본에 넘겼다는 비판이 있다. 그 공으로 청도군수 자리를 받았다는 것이다.
공직 활동 이후에는?
박영효의 친일 타협적인 민족개량주의 노선에 공감하면서, 여러 사업에 관여했다. 민족개량주의적 단체인 조선경제회의 상무이사로 활동하면서 당시 회장이었던 박영효와 밀접한 관계를 지속했다. 금광·개간·미두(米豆)·주권(株券)에도 손댔다. 그 사업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금수회의록≫, ≪공진회≫ 말고 다른 작품은?
필사본 ≪발섭기(跋涉記)≫와 ≪됴염전≫을 썼다고 하지만 전하지 않는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연숙이다. 경희대를 졸업하고,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소설 구경, 영화 읽기≫를 공저로 썼고 <1930년대 소설에 나타난 여성 육체의 재현 양상>, <저널리즘과 여성 작가의 탄생> 등 논문을 썼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다.
≪안국선 작품집≫, 안국선 지음, 김연숙 엮음, 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