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이장희 시선 초판본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 출간 특집4. 세계를 여는 사물의 힘
장현숙이 엮은 ≪초판본 이상화·이장희 시선≫
하늘에서 어머니를 보다
다섯 살에 어머니를 잃은 소년, 풍성한 구름은 어머니의 젖무덤이다. 주린 식욕이 젖을 꿈꾸지만 찬비만 세상을 적신다. 사물에서 세계를 여는 갈망, 즉물의 길을 연다.
청천의 유방이란 무엇인가?
하늘에 달린 어머니의 가슴, 곧 모성이다.
모성은 어떤 존재인가?
어머니의 마음이다. “주린 食慾”을 채워 주고 “쓸쓸한 심령”을 위로하는 구원이다.
이때 이장희가 구원을 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현실에 좌절했기 때문이다.
무엇에 좌절했는가?
다섯 살 때 모친을 잃었다. 계모들 슬하에서 자라며 배다른 형제, 부친과도 갈등을 겪었다.
부친과의 갈등은 어떤 모습이었나?
어머니를 잃은 소년은 신에게서 구원을 찾는다. 중학교 졸업 후 신학부에 들어가 목사가 되려 했으나 친일을 강요하는 부친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신으로 가는 길이 막힌 시인의 다음 대안은 무엇이었나?
자연으로 눈을 돌린다. 대지의 모성을 통해 참회하고 위로받는다.
대지의 모성, 곧 자연 추구는 그의 시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눈은 나리네> <눈> <들에서> 등이다. <눈은 나리네>에서 자연은 최고의 미적 세계로 미화되며 시인은 자연의 신성함과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이마를 숙이고 비는 겸허한 자세로 돌아간다.
자연에서 구원을 얻었나?
실패했다. 자연에서 참회와 경건을 얻을 수 있었지만 현실 세계를 초월해 영원한 구원과 평화를 얻지는 못했다.
그가 현실을 초월하지 못한 까닭이 무엇인가?
현실의 고통과 갈등 속에 유폐되었기 때문이다.
유폐란 어떤 상태인가?
심한 신경 쇠약에 시달렸다.
신경 쇠약은 그의 영혼을 어느 곳으로 안내하는가?
죽음이다. 스물아홉의 나이로 독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어머니에서 시작해 신과 자연을 거친 이장희의 순례는 어디에서 끝나는가?
‘성 마리아’를 통해 초월적인 신성의 세계로 승화한다. <동경(憧憬)> <석양구(夕陽丘)> <봄 하눌에 눈물이 돌다> 등을 보면 ‘마리아’는 시원의 세계라 할 수 있는 ‘하눌 깁히에’ ‘잠겨 잇는’ 존재이자 “젊어서 시들은 나의 魂을/ 업는 安息에 멱 감게” 해 주는 존재로서 구원의 표상이며 평안과 안식을 주는 정신의 어머니다.
그의 시가 우리 국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좌표는 어느 곳인가?
그의 즉물시는 1920년대 한국 시단의 주정적·낭만적 흐름에서 탈피해 1930년대의 감각적·모더니즘 시로 이어진다. 예리한 직관과 우수한 감각적 형상화는 이후 정지용, 김광균의 선구가 된다.
이장희는 누구인가?
1900년 태어나 1929년에 자살한 유미주의 시인이다. 호는 고월(古月)이다.
이상화의 시와 함께 그의 시집을 엮은 이유는 뭔가?
작품 수가 적기 때문이다. 남은 것이 40여 편 남짓이다. 두 사람의 사후에 나온 첫 시집 ≪상화와 고월≫도 둘의 시를 함께 엮은 것이다.
두 사람은 어떤 사이였나?
대구 출신의 동향 친구다. 둘 다 친일을 거절하고 꿋꿋하게 민족의식을 지켰으며 첨예한 예술의식으로 우리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당신은 누군가?
장현숙이다. 가천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