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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북으로 간 문학 / 초판본 이용악 시선

초판본 이용악 시선

z20140610-s
625특집. 북으로 간 문학 7

곽효환이 엮은 ≪초판본 이용악 시선≫

북방은 추웠다
북쪽은 무서운 곳이다. 수와 당이 왔고 원과 금이 왔고 명과 청이 온 곳이다. 고구려 발해 사람들 흩어진 곳에 식민지 백성들 심어지고 다시 뽑힌 곳이다. 그곳은 슬픈 곳이다.

오랑캐꽃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흠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뒤ㅅ모양이 머리태를 드리인 오랑캐의 뒤ㅅ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

안악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 갔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처드러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혀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 년이 몇백 년이 뒤를 니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었것만
오랑캐꽃
너는 돌가마도 털 메투리도 몰으는 오랑캐꽃
두 팔로 해ㅅ빛을 막아 줄께
울어 보렴 목 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초판본 이용악 시선≫, 곽효환 엮음, 51∼52쪽

오랑캐꽃을 위로하는 것인가?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은 들꽃이 ‘오랑캐꽃’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조상들은 뒷모양을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들꽃에 흉측한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 시인은 무고한 고난을 받는 꽃더러 햇빛을 가려 줄 테니 목 놓아 실컷 울어나 보라고 위로하는 것이다.

그 꽃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핍박당하는 변두리 피차별자를 보았다. 오랑캐꽃은 그들의 설움과 소외 경험을 암시한다.

핍박당하는 변두리란 북방 지역을 뜻하는가?
그렇다. 시인은 북방 전체를 아주 오래전부터 고난 받는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그곳에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차별받으며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변방 사람들을 <오랑캐꽃>에 담아냈다.

북방은 두만강 이북도 포함하는 개념인가?
그렇다. 북방은 여러 민족이 함께 살아온 공간이다. 고려 장군 윤관의 정벌로 정신없이 쫓겨 갔던 여진족도 북방에서 우리와 같이 삶을 일구어 왔다. 동시대 북방 시인 김동환과 백석도 같은 인식을 보인다.

김동환과 백석의 북방은 어떤 것인가?
김동환은 <국경의 밤>에서 재가승의 유래를 밝히면서 여진족과 조선족 등 여러 민족이 함께 살아온 독특한 삶의 공간으로 북방을 설정한다. 백석은 <북방에서>에서 부여·숙신·발해·여진·요·금 등 여러 북방 민족과 자연이 누대에 걸쳐 함께 살아온 공동체적 공간의 태반으로 북방을 그렸다.

이용악에게 북방이란 무엇인가?
불모의 고향이자 비극적인 유이민의 현장이다. 그곳은 슬픈 가족사를 담고 있는 동시에 이웃과 동시대 민족 모두에게 참담한 수난과 비극이 계속되는 공간이다.

슬픈 가족사의 사연은 무엇인가?
“우리 집도 안이고/ 일갓집도 안인 집/ 고향은 더욱 안인 곳에서” 아버지는 소금 밀무역을 하다 객사했다. 어머니는 국수와 떡을 팔며 생계를 꾸렸다. 그 속에서 이용악은 극한의 가난과 불안을 체험했다.

북방에서 민족의 현실은 어땠는가?
“단 하로/ 아버지의 제사ㅅ날만 일을 쉬고” 아들이 태어나도 “송아지래두 불었으면 팔아나 먹지”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삶이었다. 이용악은 1930년대 후반 전국적으로 일어난 유이민 문제의 현장인 북방에 주목했다. 이 시대 참혹한 북방의 삶은 우리 민족과 민중의 삶과 같은 층위에 있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나?
1931년 만주사변 뒤 일제는 만주를 좀 더 손쉽게 침략하기 위해 이주 정책을 세웠다. 만주에서 2년을 일하면 땅을 주어 자립시켜 주겠다고 속여 토지가 없는 조선인을 끌고 갔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한반도에서보다 더 험난하고 절망적이었다.

해방 뒤엔 달라졌는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의 유이민이 나타났다. 일제하 수탈과 가난으로 고향을 등지고 북쪽으로 떠났다가 기쁨과 희망을 안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무엇을 만나게 되는가?
가던 길 울면서 돌아온 귀향민은 달라지거나 나아진 게 없는 고통스러운 현실과 다시 맞닥뜨린다. <하늘만 곱구나>에서 볼 수 있듯이 조국이 해방되어 희망을 품고 돌아왔지만 빼앗겼던 땅을 다시 찾기는커녕 집도 고향도 없는 현실을 마주할 뿐이다.

고향도 없는 현실에서 이용악의 선택은 무엇이었나?
현실 참여와 이념의 길을 택했다. 해방 뒤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하고 남로당에 가입했다. ‘조선문화단체총연맹’ 서울시지부 예술과 핵심 요원으로 선전·선동 활동을 했다. 1949년 8월 ‘남로당 서울시 문련 예술과 사건’으로 검거되어 서대문 형무소에서 복역하다가 1950년 6월 28일 북한군의 서울 점령 때 옥에서 나와 북을 선택했다.

문학 인생은 어땠나?
1935년 ≪신인문학≫에 <패배자의 소원>을 발표하며 문단에 첫발을 디뎠다. 1937년과 이듬해 동경에서 ≪분수령≫과 ≪낡은 집≫을 연달아 펴내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서정주·오장환과 더불어 당시 “문단의 삼재(三才)”로 꼽혔다.

그가 문단의 삼재로 꼽힌 이유가 뭔가?
참혹하고 비극적인 민중의 삶을 관념이나 구호에 치우치지 않고 쉽고 구체적인 일상어와 토속어로 그려 냄으로써 호소력과 공감을 끌어냈다. 앞선 세대인 카프 시인들이 수없이 시도했으나 도달하지 못한 실패를 딛고 이룩한 민중의 서사성과 서정성의 성취라는 점에서 값진 성과이자 1930년대 후반 시문학의 한 전진이다. 어쩌면 우리 시사에서 통상적 모더니즘과 통상적 리얼리즘을 가로질러 그 회통(會通)의 경지에 도달하는 가능성을 일찍이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해방 뒤엔 무엇을 했는가?
1947년 해방기에 제3시집 ≪오랑캐꽃≫을, 1949년 ≪이용악집≫을 내놓았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8월 남로당계 인사들이 숙청당할 때 “공산주의를 말로만 신봉하고 월북한 문화인”으로 지목되어 한동안 집필을 금지당했다. 1955년 ≪조선문학≫에 <석탄>을 발표하고, 같은 해 12월 오체르크 곧 현장 보고기라 할 <20세의 화학 기사>와 <자랑 많은 땅의 처녀> 등 산문 두 편을 묶은 ≪보람찬 청춘≫을 민주청년사에서 발간했다. 이듬해 <평남관개시초(平南灌漑詩抄)>를 발표한 것을 비롯하여 1963년 ≪역대악부시가(歷代樂府詩歌)≫를 김상훈과 공동으로 번역, 출판하는 등 1960년대 말까지 북한 문단의 중심에서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다. 가족들과 함께 평양에서 거주하다가 1971년 지병인 폐병으로 작고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곽효환이다.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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