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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홍 작품집 초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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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숙이 엮은 ≪초판본 이주홍 작품집≫

노동하는 재일 조선인의 계급의식
1924년 일본에 건너가 노동판을 전전한다. 제과공장의 노동 경험은 소설이 된다. 이주홍이 계급의 관념과 공식에 빠지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노동했다.

“교−상도 돈 내오!”
“가진 돈이 없소.”
그냥 앉어 있든 성주는 손바닥에 털어놓은 담배불에 다시 기세루 꼭지만 갔다 눌렀다.
“내게 돈 있소. 뀌어 드리리다.”
한 사람이 성주를 잡어 이르킨다.
“그만두시구료. 수박 먹을 돈 있으면 낮에로 벤또 반찬이나 사겠소”
팔을 잡었든 손을 놓면서 무안한 듯이 그 사람은 성주의 얼골만 나려다보았다.
섭적해 놓고 보니 성주는 자긔로도 승거운 대답을 했구나 시펏다.
한쪽 갔다 주는 것도 사양하고 건조부로 올러갔다.
“망할 자식.”
도라앉어서 담배를 먹을랴니 게단 밑에서 욕하는 소리가 슬쩍 올러왔다.
후룩후룩하고 수박을 빠는 소리며 푸푸 하고 씨 뱃는 소리가 부산하게 들였다.
“흥. 뭐라구 해도 돈 모는 눔이 제일이니라.”
네까짓 놈들 부릅쟎다는 듯이 성주는 속으로 예언자적 자위(自慰)를 느꼈다.

<제과공장>, ≪초판본 이주홍 작품집≫, 이주홍 지음, 오현숙 엮음, 39쪽

주인공 성주는 어떤 사람인가?
다 같이 돈 거둬서 수박 사 먹자는데 싫다고 하는 노동자다. 속물 자본주의 논리에 빠져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한 조선인이다. ‘돈만 모으면 그만’이라 생각한다.

다른 조선인 노동자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감독과 가깝게 지내며 우월감을 느낀다. 조선인 노동자의 연대를 거부한다. 계급 정체성을 부정한다. 조선인 노동자의 파업 모의를 감독에게 고해바친다.

성주의 계급 의식이 발전하게 되는 전환점은 무엇인가?
작업하다 부상당해 별 볼 일 없어진 성주를 동료 노동자들은 여전히 동료로 대한다. 이때 성주의 마음속에서 ‘사람이란 돈만 가지고도 살 수 없이 그 무슨 유구하고도 깊은 이상(理想)을 갖고 있구나’하는 깨달음이 일어난다.

1920년대 일본의 제과공장은 어떤 곳인가?
일본식 과자 ‘아라레’를 만드는 공장이다. 작가는 1924년 일본으로 건너가 노동을 전전했고 제과공장에서도 일했다. 적지 않은 재일(在日) 조선인 노동자들이 이런 곳에서 일했다.

이 작품이 노동 소설로서 갖는 특징은 무엇인가?
노동 체험에 기반을 둔 사실적 묘사가 탁월하다. 계급소설의 한계점인 관념성ㆍ공식성을 뛰어넘었다. 실제를 바탕으로 핍진한 서사를 펼쳐 이주홍 문학의 리얼리티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다.

송영의 ‘재일 조선인 노동 소설’과는 무엇이 다른가?
그는 <용광로>와 <교대시간>에서 조선인 노동자와 일본인 노동자의 협동을 묘사함으로써 ‘노동계급의 국제적 연대’를 형상했다. 이주홍은 <제과공장>에서 사실주의 문학의 계보를 놓지 않으면서도 계급문학의 관념적 도식성에서 벗어났다.

<완구상>은 어떤 이야기인가?
사회주의에 가담했던 ‘나’는 호구책으로 완구상을 연다. 처가에서 돈을 빌리고 금용조합에서 빚을 내 차린 가게다. 원체 시골이어서 처음엔 구경꾼이 바글바글했다. 그러나 매출은 시원찮다. 외상으로 가져갔다가 물건이 망가지면 그냥 돌려주는 손님도 있다. 완구상은 파산한다. 가게 문을 닫는 날, 어린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다.

역시 ‘가난’ 이야기인가?
<제과공장>보다 7개월 먼저 발표됐다. 한때 사회주의 운동에 헌신했던 ‘주의자’가 이념을 버리고 생활 방편으로 완구상을 열었으나 곧 파산하고 문을 닫는 날의 하루 풍경이다. 표면적으로는 전향한 사회주의자가 생존경쟁에서 탈락하는 비극이다.

표면의 밑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가?
카프에 관여했던 이주홍이 카프 해체 이후 자신의 예술을 성찰하고 사실주의 예술에 대한 지속적인 의지와 연대를 표명하는 메시지다. 작중인물이 완구상을 열고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파는 소소한 일상은 작가의 예술적 창작 행위를 상징한다.

작품에서 ‘장난감 비행기 위로 실제 비행기가 날아가는 장면’은 무엇을 뜻하는가?
사람들이 완구상의 장난감을 외면하고 가게가 몰락하는 이유가 실제 비행기, 곧 전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소설 속의 ‘나’는 이런 환경에 환멸을 느낀다. 일제 후반기, 카프 해체와 계급주의 동화 창작이 어려워진 상황을 우회 표현했다.

그 환멸은 무엇에 대한 것인가?
일본 군국주의의 사상적 탄압으로 프롤레타리아 문학이 ‘폐업’하게 된 시대적 폭력에 환멸을 느낀다. 비록 완구상이 폐업하지만 주인공은 마지막까지 ‘가난한 아이들에 대한 우정’을 버리지 않는다. 일제의 사상 탄압에도 작가는 프롤레타리아 문학, 특히 프롤레타리아 아동문학에 대한 연대의식이 여전함을 보여 준다.

<철조망>은 무엇을 말하는 소설인가?
1950년대 부산의 어느 중등학교 교장 이야기다. 최 교장은 교직 생활 25년째로 청렴결백하게 살아와서 변변한 재산도 없다. 최근엔 신경통이 심해져 직무 수행도 힘들다. 입학철을 맞아 여러 곳에서 ‘보결생’ 청탁이 들어온다. 뒷돈을 만질 기회지만 그는 거절한다. 기분 전환차 요정에 갔다가 함정에 빠진다.

브로커의 함정은 어떤 것이었나?
요정에 갔다가 ‘입시부정 브로커’ 김 씨와 마주친다. 술수에 넘어간 최 교장은 요정에서 외박을 하게 되고 눈을 떠 보니 김 씨는 계산을 치르고 사라졌다. ‘처남 아이가 귀교에 시험을 본다. 잘 봐달라. 수험번호 101’이란 메모가 남아 있었다.

최 교장에게 ‘철조망’은 무엇인가?
그는 바른 교육자로 살고자 수많은 금기를 지켜 왔다. 금기는 그에게 ‘철조망’으로 작용했다. 스트레스를 받은 그는 ‘세상 놈들이 다 하면서도 훈장이라 해서 못하게 막고 있던 금단의 철조망을 끊자’는 심정으로 유혹에 넘어간다.

<유기품>은 하류 인생의 이야기인가?
해인사에서 글을 쓰고 있던 ‘나’는 부산 행 시외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국회 오물 투척 사건’ 뉴스를 듣는다. 불량 청년 둘이 탔다. 폭우 속을 달리던 버스는 험하기로 소문난 아등이재 고갯길에서 거의 사고 직전 순간까지 간다. 불량배들은 계속 말썽을 부린다.

위험한 버스에 불량배를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승객 중 불량배의 행패를 적극 말리는 사람은 없다. 그저 말로만 그만두라 한다. 폭력에 침묵하면서 위태롭게 질주하는 모습은 당대 한국 사회의 기형적이고 위태로운 모습을 환기한다.

‘국회 오물 투척 사건’은 무엇을 말하기 위한 장치인가?
불량배의 행태에 대응된다. 오물 투척 사건은 어느 재벌의 사카린 밀수 사건과 관련이 있다. 작가는 버스 안 불량배를 통해 한국의 근대화와 자본주의 발달 과정에 내재된 폭력성을 오물 사건으로 비판한다.

이 작품에서 폭력은 어떻게 정리되는가?
작품 말미에 의로운 청년이 나서서 불량배 둘을 하차시킨 뒤 때려눕힌다. 두 불량배는 시골길에 유기품처럼 버려진다. 작가는 불량배에 대한 의로운 응징을 강조하기보다 더 큰 힘에 의한 제압이라는 폭력성을 강조한다. 작가가 버려진 두 불량배를 ‘유기품’으로 비유하며 이들에 대해 동정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것은 더 큰 폭력에 대한 비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주홍은 어떤 작가인가?
1906년 경남 합천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1924년 일본 히로시마로 건너가 고학으로 도쿄(東京)의 정칙영어학교를 수료했다. 1928년 ≪신소년≫에 동화 <배암색기의 무도>를 발표하고 다음 해 ≪조선일보≫에 단편소설 <가난과 사랑>이 입선하면서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1976년 사망할 때까지 소설, 시, 희곡과 동화, 동요를 꾸준히 창작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오현숙이다. 경희대 교양학부에서 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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