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이찬 시선
八·一五
알뜰히 수염 밀고 구두 닦으믄
八·一五부터 시작한 습성입니다
무어랄가 이렇게 기꺼운 일이
날마다 어드멘가 있을 것만 같고
일었단 다시 눕는 아츰 버릇은
八·一五부터 저 머−ᆯ리 버리었습니다
누군가 부르는 듯 기다리는 듯
마음 저절로 송구스러워—
만사 허허 허든 그런 표정도
八·一五부터 슬며−시 사라졌습니다
오다가다 생긴 일 하잖은 일도
진정 모다 내 일만 같고 소중만 하고
아 술 마히고 울어 보든 슲은 작란도
八·一五부터 깨끗이 잊었젔습니다
분헌 것 괴로운 것 아니꼬운 것
그도 저도 우리끼리의 잘잘못이기에—
≪초판본 이찬 시선≫, 이동순 엮음, 91~92쪽
그때는 몰랐다. 광복은 분단이었다. 다음해 삼팔선을 넘고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 서기장이 되고 혁명시인의 이름을 얻었다. 그때쯤 알았을까? 우리끼리의 잘잘못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